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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노조 파업 첫날인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노조파업출정식에서 정영하 위원장이 심각한 모습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자료사진)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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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것이라면 제 전부를 걸어서라도 지킬 것이옵니다. 그른 것이라면 전부를 얻더라도 버릴 것이옵니다."

MBC <해를 품은 달> 18회에 나왔던 말입니다. 첫사랑 허연우(한가인 분)의 거짓 죽음과 얽힌 진실과 마주한 이훤(김수현 분)은 아버지인 성조대왕(안내상 분)이 그랬던 것처럼 비밀을 덮을 것이냐, 진실을 밝힐 것이냐를 놓고 갈등에 빠집니다.

그때 훤의 결정을 도왔던 건 그의 어린 날이었습니다. 기억 속 어린 자신(여진구 분)은 아버지에게 위와 같은 말로 '정치'의 의미를 역설합니다. 그리고 연우를 다시 그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가치, 깨지고 말았지만…

<해를 품은 달>의 이 장면이 떠올랐던 건,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김도훈 PD가 MBC 노동조합의 파업에 동참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습니다.

훤의 마음 아픈 결정이 가져올 결과는 원래 이번 주 방송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해를 품은 달>의 결방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시청자들은 이를 지켜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결말을 단 2회 앞두고, 아직까지 촬영도 채 못 끝낸 상태에서 김도훈 PD를 필두로 한 제작진이 파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지 않습니까.

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김도훈 PD뿐만이 아닙니다. 주말 MBC 드라마를 책임지고 있는 <무신>의 김진민 PD와 <신들의 만찬>의 이동윤 PD가 현장을 잠시 떠나기로 했습니다. 일일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의 김대진 PD도 파업에 참여합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 드라마 역시 1~2회 가량은 방송될 수 있어도, 그 이후에 결방될 가능성은 크다고 합니다.

<무신>과 <신들의 만찬>은 공교롭게도 MBC 파업이 시작될 즈음에 첫 방송됐습니다. 제작발표회 당시 취재진들은 이들에게 파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빼놓지 않고 물었고, 두 PD 모두 "개인적인 판단을 떠나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다"며 촬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청자와의 약속'. 드라마 PD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 '약속'의 가치는, 결국 깨어지고 만 셈입니다.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최일구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MBC, KBS, YTN 노조 공동파업 선포식'에 참석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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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PD들의 호소 "어쩔 수 없이 드라마 만들고 있는 현실"

하지만 덮어놓고 이들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국 PD들이 지난달 27일 성명에서도 호소했던 것처럼, 드라마는 "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되면, 차후 파업이 종료되고 복귀하여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는 배우들의 일정이나 후속작 방송 등 수많은 계획들이 종영 시기에 맞춰 미리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수현이나 정일우 등 <해를 품은 달>의 주요 출연진들은 종영 후 밀려 있던 광고와 화보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가인 역시 영화 <건축학 개론>의 개봉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해를 품은 달>의 후속작인 <더킹 투하츠>는 이미 14일 첫 방송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또한 설사 대체인력이 투입돼 드라마 방송이 계속된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연출자의 의도와 부합해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긴급히 방송이 제작되는 만큼 그 질이 얼마나 뛰어날지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몇몇 PD는 기자에게 "파업 중에 어쩔 수 없이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PD들의 심정을 다루어 달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보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드라마국에 소속된 51명의 PD 중 50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MBC가 지난달 2월 두 차례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빛과 그림자>와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의 성과를 언급하며 MBC 노동조합의 파업을 비판한 것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입니다.

성명에서 이들은 "현재 파업 중임에도 방영중인 드라마가 MBC의 공정성을 되찾는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꼼수에 이용되는 현실에 분노하며 아울러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문제는 이러한 업무의 특수성을 악용하여 마치 드라마 구성원들이 이번 파업의 명분을 부정하고 파업에 불참하는 세력으로 매도하려는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5일, 드라마국 밤샘 총회가 열렸습니다. MBC 노동조합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획과 제작에 장기간이 필요한 드라마의 특성상, 현장 제작중인 드라마 PD들의 파업참여는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지난 2010년 MBC의 39일 파업 기간에도 드라마는 모두 정상적으로 방영된 바 있다"고 그 의의를 전했습니다. 정말, '유례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 MBC <해를 품은 달> 지난 1일 방송된 <해를 품은 달> 18회 방송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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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드라마'의 어떤 결말을 보게 될까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부쳐, 한 현장 관계자는 "자식을 떼어놓는 심정과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온 드라마를, 그리고 그 드라마를 찍는 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심경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짧은 말 속에, 참 길고도 긴 한숨이 섞여 있었습니다.

어쨌건, 이제 이 모든 상황은 그들의 손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고심 끝에 뼈아픈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 그 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방이 되든,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든 결국 <해를 품은 달> 등 MBC의 주요 드라마들은 이번 사태의 '액받이'가 되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어린 훤의 말처럼, 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기준을 통해 "전부를 걸어서라도 지키고, 전부를 얻더라도 버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볼 수 있을까요.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지난 2월 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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