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2신 : 오전 11시 23분]

김재철 사장이 24일 오전 9시부터 약 10여분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 내용에 따르면 김 사장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봤지만 이제 저의 인내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2012년 첫 3주 동안 1위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파업이 계속될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라며 "이 와중에서도 <해를 품은 달>이나 <빛과 그림자>같은 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라고 전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입니다"라고 밝힌 김재철 사장은 "회사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불법 파업에 대처할 것입니다"라며 "사규는 물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까지 취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노동조합의 파업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했다.

또한 이날 오전 9시 30분경 MBC 사내 게시판에는 경영지원국장의 명의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오는 27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회의실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자, 노조원들이 회의실 복도에서 김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회의실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자, 노조원들이 회의실 복도에서 김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은 오전 10시부터 여의도 MBC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이제 8부능선까지 왔다"며 "조합원들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똘똘 뭉쳐 싸워 승리해 기쁜 마음으로 일하러 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오전 11시부터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 MBC를 지지 방문해 격려의 말을 건넬 예정이다.

김재철 사장 발언 전문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회의실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회의실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먼저, 보직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불법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문화방송이 이만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들이 동요하지 않고 할 일을 잘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뉴스가 대부분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었습니다.

노조가 불법 파업에 나선지가 오늘로 4주일이 됩니다. 그동안 저와 경영진은 일터를 떠난 사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를 인내와 관용으로 기다렸습니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봤지만 이제 저의 인내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2012년 첫 3주 동안 1위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파업이 계속될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해를 품은 달'이나 '빛과 그림자'같은 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입니다. 노조는 겉으로는 공정방송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골자는,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교체를 요구하다가 뜻이 관철되지 않자 사장까지 퇴진하라는 것입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사장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며칠 전에 저는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1월초 신년회에서 말씀드린바 있지만 2012년 올해를 '뉴스 개선의 해'로 정하고 이 인사를 이미 계획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한테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회사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불법 파업에 대처할 것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문화방송이 쌓아온 최고방송사로서의 자부심과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습니다.

문화방송의 천6백여 명 직원 가운데 아직 불법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직원들이 더 많습니다. 천 명 가까운 직원들은 소신을 가지고,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회 현장에 나타나는 인원은 150명 안팎입니다.

"12월에 정권이 바뀌니 파업에 참여해라" "정권 바뀌면 모든 게 다 바뀐다"라고 하면서 사실상 파업을 강요하는 노조 간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불공정한 발언입니다. 파업을 강요하고 위협하면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마저 빼앗는 불법 파업에 회사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해 회사는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입니다. 사규는 물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까지 취해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30년 넘게 문화방송만 바라보고 살아왔습니다. 문화방송의 기자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사장으로서 문화방송의 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았습니다. 제 임기동안 저는 '문화방송은 최고의 방송'이라는 전통을 반드시 세울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을 것입니다. '좋은 게 좋다'고 양보하는 것은 미봉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후배들에게 물려줄 전통은 아닌 것입니다. 잘못된 관행의 고리는 끊는 것이 선배가 할 일이고, 간부들이 할 일입니다.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문화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며 시청자들입니다. 사장으로서 저는 문화방송 대표이사로서 제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불법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불법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 보직자 여러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완전한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회사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참고 또 참아준 보직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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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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