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Alliance Films

1983년 흥미로운 소설 하나가 출간된다. 수잔 힐이라는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유령이 나오는 공포 소설이었지만, 상당히 사실적으로 쓰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소설의 이야기는 1987년 연극으로 옮겨진다. 영국의 웨스트엔드로까지 무대를 옮겨 6000회 이상 공연되며 화제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이 연극은 국내에도 소개가 되었고, 작년에도 공연되어 공포 연극으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작품이지만, 이미 연극과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이제 '해리포터'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만나 영화로도 제작이 되어 개봉(16일)을 기다리고 있다.

한 젊은 변호사가 겪게 되는 기괴한 이야기. 그리고 그 남자 주변을 맴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옷의 여인. 바로 영화 <우먼 인 블랙>이다.

그녀가 사라지고 아이들이 사라졌다!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어느 외딴 마을의 대저택에 사는 한 여인이 자살을 하자, 그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아서 킵스가 마을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를 경계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상함을 눈치챘음에도 아서 킵스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죽은 여인의 대저택을 방문한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나고, 아서 킵스는 자신의 주변에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맴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죽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은 아서 킵스가 마을을 방문한 사실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검은 옷의 여인과 죽어나가는 마을 아이들로 인해 아서 킵스는 점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귀신의 집',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Alliance Films


영화 <우먼 인 블랙>은 소재 자체가 무척 흥미롭다. 우선 고립된 공간은 충분히 관객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고, 동시에 호기심을 갖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그 고립된 공간이 '귀신들린 집', '저주받은 집'이라면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놀이공원에서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귀신의 집'을 좋아하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밀물과 썰물 시간이 있어서 마음대로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흉흉한 대저택이라는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우먼 인 블랙>의 이야기 또한 상당히 흥미롭다. 아서 킵스의 주변을 맴도는 검은 옷 입는 여인의 정체를 풀어나가는 것도, 마을 아이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도 모두 극 중 주인공인 아서 킵스의 몫이자 관객들의 몫이다.

공포스러운 순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두 개의 미스터리한 사건의 비밀을 찾아내 하나고 묶어내는 작업은 관객들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게다가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사연들이기 때문에 적당히 머리를 쓰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고립된 공간의 매력 그리고 비밀을 풀어야하는 두 개의 사연. 영화 <우먼 인 블랙>은 이 둘을 지속적으로 교차시키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함과 동시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연극에 비해 조금 과한 느낌은 아쉬워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Alliance Films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 <우먼 인 블랙>을 보면 공포를 주는 방법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연극과 비교하면 어떻게든 관객들을 놀라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조금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우먼 인 블랙> 원작 자체가 상당히 무서운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 자체에서 보여지는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대부분 싱거울 정도로 고리타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먼 인 블랙>의 매력이다.

연극의 경우 연극이라는 특성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공포를 주는 방법에 있어서 서서히 옥죄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보여주는 것보다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공포를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연극과 달리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연극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는 고리타분한 공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기보다는 좀 더 무서워 보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에 깜짝 놀라도록 하는 트릭이 많은 편이다.

또한 이야기가 조금 헐거운 느낌이 있다. 아서 킵스 주변을 맴도는 여인의 정체와 사연 그리고 아이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감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

아직은 '해리포터'의 기운이 남아있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Alliance Films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로 <우먼 인 블랙>을 첫 주연작으로 선택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그 선택이 완벽하게 좋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나쁘지도 않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워낙에 오랫동안 '해리포터'로 살았기 때문에 단번에 그 이미지를 깰 수 없을 것이다.

다니엘 래드클리프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그런 면에서 <우먼 인 블랙>의 아서 킵스 역을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묘하게 해리포터와 아서 킵스가 겹치는 면이 있어서 아쉬운 느낌은 든다.

무엇보다 두 캐릭터 모두 용감무쌍한 모습이 닮았다. 그런데 <우먼 인 블랙>에서의 아서 킵스는 이 용감무쌍한 모습이 오히려 공포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듯하다. 극 중 아서 킵스는 비명을 여러 번 지를법한 장면들을 목격하고 경험하지만,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연극의 경우는 아서 킵스가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묵묵히 일을 계속 하기는 하지만 겁먹은 남자로 그려졌다면 영화는 공포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남자로 등장한다. 극 중 주인공이 놀라는 장면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장면이 적으니 관객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다.

게다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설정도 아직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인 듯하다. 이렇게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내는 듯한 이미지도 '해리포터'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흥미로운 사실 또한 있는 <우먼 인 블랙>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Alliance Films


영화 <우먼 인 블랙>에는 재미있는 사실들도 숨겨져 있다. 우선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해리포터'의 아버지 '제임스 포터'를 연기한 바 있는 배우 아드리안 로우린은 1989년 드라마 <우먼 인 블랙>에서 아서 킵스 역을 맡은 바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부자(父子)로 인연을 맺은 두 남자가 <우먼 인 블랙>이라는 작품에서 아서 킵스 역을 맡았던 것 자체가 흥미롭다.

이 말고도 흥미로운 인연이 있다. 영화에서 아서 킵스의 아들로 나오는 미샤 핸들리는 실제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대부(代父) 대자(代子) 관계라고 한다. 극 중 아들이 필요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직접 미샤 핸들리를 추천하여 재미있고도 뜻깊은 경험을 선사했다고 한다.

영화 <우먼 인 블랙>을 보면서 생각나는 작품은 단연 <디 아더스>다. 넓은 공간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배경이 되는 시대적인 조건 또한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디 아더스>가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우먼 인 블랙>은 조금 미숙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간만에 '귀신의 집'의 매력과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우먼 인 블랙>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겠다.

덧붙이는 글 기사 내용 중 연극과 비교한 부분은 국내 연극을 보고 비교한 내용입니다.
우먼 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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