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를 찾아가고 있다.

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를 찾아가고 있다. ⓒ 이미나


"김재철 사장님! 안에 계십니까! 저희가 뵙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조용했던 골목이 난데없이 '사장님'을 찾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찾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한 MBC 노조에서 김 사장의 주소지를 찾은 것.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풍물복을 입은 두 명이 징과 꽹과리를 울리며 앞장서자 300여 명의 노조원이 줄을 지어 그 뒤를 따랐다. 생경한 풍경에 버스 안에 앉아 있던 어떤 이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가게 점원들은 문간에 서서 이를 바라봤다. 푸른 눈의 꼬마 아이는 이 광경이 신기하다는 듯 연신 옆에 서 있는 여성의 옷을 잡아당겼다.

"사장님, 혹시 계시면 손짓 한 번…"...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찾는 집회를 열며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찾는 집회를 열며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미나


한참을 걸은 후 집회 장소에 당도한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마이크를 잡았다. 정 위원장은 "저희는 공정방송을 하자고 찾아온 MBC 구성원들이다"라며 "집 나간 사장을 찾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위원장은 "회사에 남긴 주소와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달라 이곳에서 정말 김재철 사장이 살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김 사장을 빨리 찾아 MBC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혹시 인근에서 김재철 사장을 보신 분들은 제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원들은 김 사장의 주소지 인근 골목을 찾아 "혹시 계시면 창문으로 손짓 한 번 해 주십시오"라고 소리쳤지만, 김재철 사장을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이들은 주변으로 흩어져 김재철 사장을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을 붙이고 해산해야 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일본을 방문했으며, 30일에는 경남 합천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어떠한 공식 행사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지난 9일 발행한 총파업특보에서 "지난 2월 1일 방문진 업무보고를 위해 오전에 잠시 회사에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나마 오후에 있던 보고엔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그의 행방은 MBC 내에서도 측근 중의 측근만 안다는 '고급 정보'에 속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측은 <제대로 뉴스데스크> 기자들에게 경위서 제출 요구

 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를 찾아가고 있다.

13일 오후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를 찾아가고 있다. ⓒ 이미나


한편 이날 MBC 노동조합은 "<제대로 뉴스데스크> 제작에 참여했던 5명의 기자에게 사측이 경위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의 경위서 제출 요구는 13일 오전 보도국장의 이름으로 휴대폰 문자를 통해 통보됐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망가진 뉴스를 제대로 살려보겠다"며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하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9일 노조 카페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공개 됐다.

총 17분 분량의 첫 회에서는 이상득 의원의 경기도 이천 영일목장 의혹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가계도 및 부산일보 파업 소식 등을 다뤘으며, 1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 수 36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위서 제출 요구는 사측이 <제대로 뉴스데스크> 제작진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노조 역시 13일 발행한 총파업특보에서 "(사측이) '사규 위반' 운운하며 '유포와 제작'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파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만큼, 제작진 개개인이 아닌 노동조합의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이에 대해 "경위서 제출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오후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드는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 인근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13일 오후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드는 MBC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 김재철 MBC 사장 주소지 인근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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