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천사가 다 있나. 자신이 천사라 굳게 믿는 이국수는 은행 강도에 살인 미수로 감방살이를 한 모범수다. 시골 외할머니 머리를 하고도 스타일이 산다. 아무한테나 친한척하며 흘리는 묘한 웃음 뒤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름이 국수라서 그런가, 밀면집 싱글맘 효숙이 누나(김민경 분)와 입을 맞추고 날개가 돋는다.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가 판타지 드라마라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캐릭터, 이국수. 그는 동네 양아치 양강칠(정우성 분)에게 기적을 선물하기 위해 나타난 수호천사였다. 

<빠담빠담>이 종영하기 이틀 전, 국수를 연기한 김범을 만났다. 쉼 없이 이어지는 인터뷰에 다소 목이 잠긴 그는 오미자차를 호호 불어 마시며 조근조근 국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진짜 진지하게 날았는데 왜 비웃는 거야"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이국수 역을 연기한 김범을 지난 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이국수 역을 연기한 김범을 지난 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 인간이 아닌 천사 캐릭터를 연기하니 어땠어요? 국수는 선도 악도 느낄 수 없는 정체가 모호한 캐릭터였는데.
"국수 캐릭터를 만들 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걱정이었어요. 참고할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대본을 보여주고 국수의 첫 인상을 물어봤는데, 사람마다 다 다르더라고요. 순백색의 천사를 생각하는가 하면, 자신이 천사라고 착각하고 있는 악마까지 극과 극의 반응이 나왔어요. 국수는 그걸 다 복합적으로 담으려고 했어요."

- 아무래도 날개가 돋아서 날아다니는 등 CG 연기가 많았는데, 되게 어색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민망할 때도 있었죠. 방송에서는 멋있는 날개가 있는 완성된 장면을 보셨겠지만, 실제 촬영할 때는 아무 것도 없는데 날갯짓을 해야 하잖아요. 하늘을 날 때도 점프를 하고 나서 '컷'인데, 그 컷 후에 굉장히 민망해요. 스태프들이 비웃는 소리도 들리고. 저는 굉장히 진지한데요.(웃음)

천사 연기에 대해 제작진들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날아야 정말 날개가 있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진실 된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CG 특수효과 와이어액션 의상 분장팀까지 30명이 넘는 분들이 이 장면 하나 때문에 회의를 했다니까요.

우스갯소리로 제작팀에서 천사가 나는 장면에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날개를 특수제작하기도 했는데, 그게 천만 원이 넘게 들었대요. 근데 방송에서는 한 번도 써보지 못했어요.

아! 얼마 전 사진으로 공개된 어깨에 짊어진 날개? 그건 제가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때 쓰려고 집 앞에서 산, 만 천 원짜리예요. 공교롭게도 제가 그걸 매고 간 날 특수제작한 날개가 나왔죠. 만 원짜리와 천만 원짜리 날개의 차이가!(웃음)"

"다이어트하는 정우성 선배 앞에서 뭐 먹기 미안했어요"

 극 중 날개가 달린 천사로 나오는 김범은 "천사가 나는 장면을 그럴 듯하게 찍어 내기 위해 30여명의 제작진이 오랫 동안 회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극 중 날개가 달린 천사로 나오는 김범은 "천사가 나는 장면을 그럴 듯하게 찍어 내기 위해 30여명의 제작진이 오랫 동안 회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jTBC


- 살을 좀 많이 뺐어요. 천사라는 캐릭터 때문에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건가요?
"좀 많이 뺐죠. 천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수는 강칠이를 때로 혼내고 설득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라 살을 빼는 게 캐릭터에 어울릴 것 같았어요. 또, 노출신도 있으니까 개인적인 욕심을 부린 거죠. 작가님이나 PD님이 따로 살을 빼라고 주문한 건 아니에요.

두 달 반 정도? 운동만 해서 11kg을 뺐어요. 촬영 중에도 계속 다이어트는 했죠. 다행히 저는 후반부부터 밥을 좀 먹었는데, 정우성 선배님은 극 중 역할이 암환자였기 때문에 촬영 끝나는 날까지도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 고충을 아니까 뭘 먹을 때도 선배님 앞에서는 안 먹고, 몰래 먹었죠."

- 머리카락도 처음 이렇게 길러본 것 같은데?
"휴식기간을 길게 가지면서 어떤 작품을 만날지 몰라 머리를 길렀어요. 그러던 중에, 국수라는 캐릭터를 만났는데 충분히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동의해 주셔서 처음 이런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네요. 자르는 건 금방 자르는데, 마음먹는다고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진 않잖아요."

"방송사가 아니라 단 한명의 시청자를 위해 만들었어요"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드라마 <빠담빠담>을 두고 김범은 "내게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감회를 표했다.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드라마 <빠담빠담>을 두고 김범은 "내게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감회를 표했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 길게 기른 머리 안에 그런 계산이 있었던 걸 보면, 오랜 공백 기간 동안 다음 작품에 대한 갈망도 컸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절실했어요. 하루 빨리 차기작을 정해야겠다는 건 주된 고민이 아니었고요. <빠담빠담>의 대본을 읽고,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감독님 그리고 멋진 배우들과의 작업을 너무나 절실하게 바란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 현 소속사의 첫 배우로, 이진성 대표와 맨땅에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에 와선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하숙범'으로 나왔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끝내고 나서 지금 소속사 대표인 진성이 형과 내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만들었어요. 차도 사무실도 없어서 길거리에 '휑' 나앉게 됐었죠. 그렇게 막막하게 시작했던 회사가 지금 몸담고 있는 킹콩엔터테인먼트예요. 만약에 캐릭터 이국수가 아닌 김범이 수호천사라면, 가장 지켜주고 싶은 사람은 이진성 대표님이에요.

- 극 중에서처럼 자신에게 기적 세 번이 일어날 수 있다면? 
"극 중 대사에도 나와요. 강칠이 엄마(나문희 분)가 '나 같은 늙은이가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기적이야'라고 말하면 국수가 '그게 무슨 기적이야,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꺼지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아주 특별한 일들이 기적이지'라고 해요.

그런데 수호천사로서 강칠이 형을 지킬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히고 자괴감이 들 때 엄마의 말을 다시 떠올리죠. 기적은 엄마 말대로 세 번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천 번, 만 번 올 수 있다고. 그 대사가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은데, 사소하지만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저도 배웠죠. 저한테는 이 작품이 기적이에요."

- 그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에서 바로잡고 오고 싶은 일이 있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과거의 실수나 후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어요. 그것 때문에 배운 게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아팠던 일들도 많아서 다시 그런 걸 겪고 싶지 않아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에요."

- <빠담빠담>을 선택하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종편이기 때문에 낮은 시청률이 섭섭하기도 하겠어요. 이 질문 엄청 많이 들었죠?
"종편 이야기는 인터뷰 내내 빠지지 않고 들었어요.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거지, 방송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인지가 중요하죠. 저는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거예요. 근데 주변에서 많이 걱정은 해줬어요. 다들 '종편인데, 쩜쩜쩜(...)' 저 스스로는 그런 것 때문에 선택을 고민해 본적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워낙 말들을 하니까 잠깐 흔들린 적은 있었어요.

근데 막상 제작진을 만나니, 그 분들도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우리 드라마를 봐주는 단 한 명을 위해 작품을 만들자. 아무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자는 것, <빠담빠담>을 만들어 온 배우와 제작진 모두의 생각은 그것뿐이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마이프렌드
"내가 아니라 정우성 선배가 나의 수호천사였다"

"양강칠 내가 네 수호천사가 아니라, 네가 내 수호천사였네. 젠장."

<빠담빠담> 마지막회에서 양강칠(정우성 분)의 수호천사 이국수(김범 분)의 대사다. 강칠이 "지나온 시간 중 나에게 기적이 아니었던 순간은 없었다"고 깨달으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국수의 몸에서 사라졌던 날개가 다시 돋아났다.

"이번 작품을 할 때 정우성 선배님이 너무나 큰 힘이 되어줬어요. 극 중에서는 내가 수호천사였지만, 형이 내 수호천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했던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시간 할애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사적으로 만나 밥 한 끼를 먹고, 대본 연습을 함께 하면서 친형제보다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아껴주셨죠. 연기적인 부분부터 사소한 고민까지 들어주고요.

정우성 선배님이 사람들을 대하는 행동을 보면 멋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요. 언젠가 저도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정말 좋은 선배, 형을 얻었어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