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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 : 음량전쟁)를 아십니까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 : 음량전쟁)를 아십니까ⓒ google.com



며칠 전, 한국 직장인의 70%가 음식을 짜게 먹는다는 통계결과가 뉴스에 보도됐었다. 뉴스는 회사 내의 구내식당 음식이 특히 짜다는 이야기와 함께, 구내식당에 저염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부 급식소들의 이야기를 같이 전했다. 근데 저염식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급식소의 주방장 인터뷰 표정이 왠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싱거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정 염도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식사를 하는 사원들의 반응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고 했다. 기자는 사회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짠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 해석했다. 감각이라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한 번 길들여지면 관성이 생겨 절제가 힘들어진다. 자극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그 전에 받은 자극은 자극이라 인식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입뿐만이 아니라 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소리가 큰 음악에 길들여져 갔다. 사운드가 빵빵한 음악이 음질이 좋은 것이라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다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음악은 사람들의 바람대로 점점 빵빵해져 갔다. 우리는 우리가 듣는 음악이 빵빵함을 아주 오래된 가요나 팝 음악을 들을 때에만 새삼 깨닫곤 한다.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다. 

'라우드니스 워'를 아십니까

 '라우드니스 워'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라우드니스 워'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google.com


그간 음원 자체의 음량은 지난 20년 간 꾸준히 커져왔고 사운드의 압축도도 높아져왔다. 이것은 단순히 음향 장비와 기술의 발달 때문만은 아니다. 단시간에 음악을 홍보하는 마케팅 차원에서, 대중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된 일종의 음악적 경향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누가 더 크고 빵빵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가를 겨루는 경쟁으로 변질되기시작했다. 음향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 : 음량전쟁)라고 부른다.

'라우드니스 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작곡된 음악을 CD로 제작하는 과정을 크게 레코딩(시퀀싱), 믹싱, 마스터링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레코딩은 말 그대로 녹음 프로그램의 일정한 통제 하에 각 악기 파트와 목소리를 녹음하는 과정이다.

믹싱은 녹음된 음악의 잡음들을 제거하고 난잡하게 흩어진 악기 각각의 주파수를 깔끔하게 정리해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을 말한다. 마스터링은 CD에 최종적으로 입력할 음원을 만들기 위해 곡의 음량을 정하고 음질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각 파트의 악기들이 서로 섞이지 않고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각각의 사운드를 최종적으로 보강하고 다듬는 일이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과 색깔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종의 재창조 작업이라 볼 수 있는 셈이다.   

'라우드니스 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라우드니스 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라우드니스 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google.com


'라우드니스 워'는 제작 마지막인 마스터링 단계에서 시작된다. 빵빵한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원 자체의 음량을 키워야 하는데, 무작정 음원의 음량을 확대해버리면 지지직거리는 쇳소리가 나와 노래를 망치게 된다. 허용된 음역대를 벗어나게 되면 소리의 파형이 깨지면서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이다.

공연장에서의 모습을 일반 캠코더로 녹화하면 쇳소리가 나면서 소리가 뭉그러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공연장의 음량이 너무 커서 녹음 파일을 저장하는데 필요한 음역대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클리핑(Clipping)이라고 한다.

클리핑을 막기 위해서는 음역대를 벗어나기 쉬운 높은 주파수의 파형은 깎아주고, 음원 전체의 소리를 리미터와 컴프레서라는 기계를 통해 빽빽하게 압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리를 압축하면 각 파트의 악기들의 소리가 꽉꽉 채워진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베이스의 음색은 더욱 두꺼워지고 드럼의 펑펑 터지는 듯한 펀치감은 더욱 강렬해진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빽빽해진 음원의 밀도와 다듬어진 주파수를 바탕으로 음원의 음량을 음역대가 허용하는 범위까지 최대한 확대한다. 이 과정을 마칠 때 비로소 크고 빵빵한 사운드의 음악이 태어난다. 이렇게 설정된 음량을 '마스터 볼륨'이라고 한다. 녹음된 곡의 최종 음량이라는 뜻이다.

옛 앨범의 음질을 복원해 재발매하는 '리마스터 앨범'도 보통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마스터링 과정에서 음량과 음압을 경쟁적으로 높이게 된 기술적 풍조를 '라우드니스 워'라고 하는 것이다.

MP3 플레이어 볼륨만 줄인다고 다가 아니다

 지하철 에티켓 포스터

지하철 에티켓 포스터ⓒ 서울도시철도


'라우드니스 워'라는 음악적 풍조가 주는 가장 큰 문제는 대중들이 음량이 큰 음악에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진다는 데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 MP3 플레이어의 볼륨 수치만을 인식할 뿐 곡 자체의 볼륨이 어느 정도인지를 신경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을 적정 볼륨에 맞춰서 음악을 들어왔다고 해도 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플레이어 자체의 음량 수치는 변하지 않지만, 음원 자체의 볼륨과 압력은 지난 시간동안 점점 강해져왔기 때문이다. 큰 음량에 길들여지면 자연스레 음량이 작은 곡들의 음질은 안 좋은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더 큰 음량에 중독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90db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팝과 가요의 음원 음량(리마스터 볼륨)은 95∼100db를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db을 넘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러 '라우드니스 워'를 컨셉으로 앨범을 발매한 뮤지션도 있다. 미국의 록 밴드 메탈리카는 2008년 정규앨범 '데스 마그네틱'의 음원의 음량을 음역대의 허용치 이상으로 올려 음반을 발매했다. 이들은 음원의 지지직거리는 클리핑을 컴퓨터로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았다. 시끄러운 사운드를 즐긴다는 록 마니아들에게도 악명이 자자한 앨범이다.

소음성 난청, '라우드니스 워'와 무관할까

 의학계에서는 90db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팝과 가요의 음원 음량(리마스터 볼륨)은 95∼100db를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계에서는 90db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팝과 가요의 음원 음량(리마스터 볼륨)은 95∼100db를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oogle.com



'라우드니스 워'가 점점 그 강도를 더해 가는 이유는 이러한 경향이 하나의 산업적 측면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자체 볼륨을 확대하는 리마스터링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 빵빵한 사운드를 내야 상품적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산업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홈시어터, 카오디오, 컴퓨터용 스피커와 DVD롬 사업이 그렇다.

더불어 짧고 빠른 시간 내에 인상적으로 곡을 홍보해야만 하는 연예 기획사나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에게도 '라우드니스 워'는 굉장한 사랑을 받았다. 짧은 시간동안 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다른 곡과 비교해 훨씬 빵빵하고 큰 음량의 곡이 홍보에 유리하다. 순간적으로 음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다.

음원이 더 깨끗하고 선명하게 들릴 수 있게 고민하면서 여러 음악적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작곡가들과 엔지니어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권리고 존중받아야 한다. 현재의 마스터링 경향 자체를 싸잡아 도덕적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음량 전쟁으로 대변되는 일방적인 음량 키우기 경쟁은 분명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경쟁적인 음량 키우기 방식은 음원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청각에 영향을 줄 소지가 높다.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 환자가 매년 10%씩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라우드니스 워'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기름진 음식'...사회적 공론화 필요하다

난청의 책임을 이어폰과 엠피스리 플레이어에만 전가하기에는 요즘의 음악들이 너무 빵빵하다. 기름진 음식만 찾는 이도 문제지만, 기름진 음식을 계속 판매한 이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는 법이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라우드니스 워'와 관련해 소비자 차원에서, 또는 음악적으로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볼 때다.

음악계에서 자체 협약을 맺어 90db 이상의 음원을 제작하지 않도록 상호 권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그러기에는 대중들이 큰 음량에 너무 오랜 시간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언제나 길은 길을 떠나는 자에게만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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