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한마디로 '정치의 해'입니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고 다큐를 예능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은 옛말이 된 듯 합니다. 정치인의 경박한 한마디가 예능못지 않은 웃음을 주고 있고, 웃자고 한 예능인의 한마디로 정치인의 선동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오마이스타>는 예능과 영화 속에 담긴 '2012년 대한민국 정치'를 살펴봤습니다. [편집자말]
MBC <웃고 또 웃고-나는 하수다> 20일 방송되는 '나는 하수다'에는 새로운 캐릭터 '안찰스'가 등장할 예정이다.

▲ MBC <웃고 또 웃고-나는 하수다> <웃고 또 웃고>의 시사 풍자 코너인 <나는 하수다>는 지난 12월 첫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르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MBC


KBS <개그콘서트>, MBC <웃고 또 웃고>, 그리고 MBN <개그 공화국>.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개그를 선보이되, 그 속에서 시사적인 이슈를 풍자한다는 것이다.

그간 이들 프로그램에서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때,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이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서 투표율이 껑충 뛰어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정치에 다시 시선을 모은다는 것을 알아챈 방송가가 앞 다퉈 풍자적인 개그를 선보였을 것이고, 대중이 자신들의 관심을 반영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희화화의 홍수 속에서 사라져버린 '날카로운 풍자'

처음엔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반갑게만 느껴진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끄집어내주는 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2월 <웃고 또 웃고>의 시사 풍자 코너인 <나는 하수다>의 첫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르지 않았던가.

MBN <개그 공화국> 종합편성채널 MBN<개그 공화국>의 코너 중 하나인 <셰프를 꿈꾸며>는 본격적인 정치 풍자 개그를 표방한다.

▲ MBN <개그 공화국> 종합편성채널 MBN<개그 공화국>의 코너 중 하나인 <셰프를 꿈꾸며>는 본격적인 정치 풍자 개그를 표방한다. ⓒ MBN


그러나 언제부턴가 '단순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는 하수다>나 MBN <개그 공화국>의 <셰프를 꿈꾸며> 등, 화제가 되는 인물의 특성을 따와 따라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생기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징하는 인물이 수첩을 들고 다닌다거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또, 정작 사회적 이슈에 대한 풍자보다는 이들 인물에 대한 희화화가 코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나의 이슈가 발생하면 그것을 소재로 하는 다수의 코너가 생기기도 한다. 1월 초 방송됐던 MBN <개그 공화국>에선 <닥치고 의리>와 <황당하네> 코너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사건이 다뤄졌다. 그러나 '도지사'로 보이는 인물이 엉뚱한 곳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름만 반복해 외치는 상황이 웃음을 자아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진짜 해야 할 말'은 희화화의 홍수 속에서 실종된 듯하다. 희화화는 지금까지의 개그에서 너무나 손쉽게 웃음을 주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손쉽게 웃음을 유발하려다 보니 반대급부로 이슈를 보는 그들의 시선은 실종되어 버렸다.

그래서 '권위적인 정치인'을 깎아내려 웃음을 주는 것이나 '못생긴 여성'을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는 것에서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대상을 까는' 개그로 웃기려는 속성이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시사적 현안에 새로운 시각 던져주는 개그 나오길

 최효종과 박성호 등이 출연하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최효종과 박성호, 정범균 등이 출연하는 이 코너에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담긴다. ⓒ KBS


<나는 하수다> 3회에서 다뤘던 소재는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폭락하는 소값이었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에서도 다양한 이슈를 개그 속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셰프를 꿈꾸며> 6회에서도 학교 폭력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이것들이야말로 앞으로 시사풍자개그가 주목해야 할 방향이다.

시사풍자의 본질은 단순히 깎아내리려는 대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시사적 현안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줌으로써 보는 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욱 그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개그맨들이 다룰 수 있는 사회적·정치적 이슈들은 사방에 널려 있다. 그들이 스스로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스스로의 입에서 만들어지는 시사풍자개그를 내놓을 때. 그 때야말로 일회성 웃음으로만 그치지 않는 시사풍자개그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주말기획-2012 정치와
대중문화] 관련기사=


①정치인의 예능프로 공략법?...호감-비호감 '한끗'은 바로 '진심'
②씹고 뜯고 맛보는 정치 패러디....꽃피는 하위 문화 르네상스
③새로운 시각 주는 풍자 개그? '어렵지 않아요~'
④'시궁창'같은 정치 현실...영화계는 줌인으로 '하이킥!'

개그콘서트 웃고 또 웃고 개그공화국 셰프를 꿈꾸며 나는 하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