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진심이라는 말에 그는 가장 잘 어울릴 법했다. 말 한 마디, 비언어적인 부분까지도 '건성'이 없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박용우 그가 가장 많이 썼던 단어는 '진심'이었다.

고백한다. 애초에 기자가 먼저 거짓부렁이를 던졌다. 같은 시각 그와 호흡을 맞췄던 배우 고아라의 인터뷰가 근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아라씨보다 박용우 배우가 더 좋아 인터뷰 왔다"고 했던 터였다. 바로 "거짓말 말라"는 반격이 들어왔다. 서로 웃어 넘겼지만 왠지 그의 앞에 선 기자는 근처 성당으로 달려가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영화 <파파>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감동 코드가 물씬 담긴 영화다. 미국 애틀랜타 올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이야기까지만 들으면 온갖 부러움이 들 것 같지만, 6주라는 짧은 촬영기간에 그것도 미성년자 5명을 아우르는 아빠 역할을 했어야 했던 그였다. 울고 웃으며 그는 낯선 미국 땅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예전 같았으면 작품이 끝나면 그동안 들어온 다른 시나리오들을 찬찬히 읽어봤을 거예요. 요즘은 통 못 읽고 있습니다. 아직도 충전이 안 된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외면, 현장에선 찬밥 신세 된 박용우?

- 배우 생활 18년 경력에 그동안 맡아왔던 배역도 매우 다양하고 변화의 폭이 컸는데, 이번 역할은 그 어떤 배역보다도 참 힘들어 보였어요. 캐릭터가 감정기복도 심했잖아요.
"개인적 생각이고 참 뻔한 말이지만 그것만은 자신해요. 내가 날 속일 수 없잖아요. 진심을 많이 담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공된 캐릭터를 표현한 거지만, 제 진심을 담아서 들어갔어요. 제가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멀리서보면 웃겨 보이고 하잘 것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슬픈 사람이요. 춘섭이가 바로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 그러니까요. 영화가 뭔가 계산하고 웃긴다는 느낌보다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캐릭터들이 살아있어서 자연스럽게 웃고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보통 영화가 장르적인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려고 하잖아요. 웃다 우는 영화, 울다 웃는 영화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 영화는 진심으로 웃기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웃겼어요. 영화의 진심이라고 봐요. 법칙대로 울고 우는 게 아니었거든요.

이를테면 첫 번째 오디션에서 준이 성공적으로 춤을 추고 밖으로 나오잖아요. 절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칭찬하지만 다 무시하면서 애들에게 곧장 달려가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고 말해요. 그 장면에 전 그렇게 눈물이 나왔어요. 영화엔 그런 장면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고 보니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었나요? 왠지 아이를 잘 못 다룰 것 같은데.
"싫어했었어요. 극 중 춘섭이처럼 자기 할 일 바쁜 그런 사람이었죠. 아이들은 이기적인 존재라 생각했거든요. 서서히 그게 변하더라고요. 인간 박용우도 연기하면서 마음이 넓어졌고 지금 마음은 상당히 열려있습니다.

초반엔 아이들이 어색했어요. 아이들 역시 그건 금방 눈치 챕니다. 제가 불편해하니 그들도 불편해했죠.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로지(극 중 막내 이름)도 다가와서 춤추고 그랬죠. 문화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 반대로 고아라씨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인기 많았죠. 난 아이들에게 2순위도 아니고 4순위, 5순위였어요. 하하!"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박용우 ⓒ 이정민




고아라에게 오빠 '강요'한 사연은?

- 함께 한 고아라는 어떤 배우였나요? 나름 공백기도 있었고 우려도 있었을 법 한데.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공백기도 물론이고 겉으로 보이는 면이 강한 친구라 생각했죠. 준 역할이 물론 춤과 노래 등 끼를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지만, 내면적인 부분도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 마디로 적임자였습니다. 배우로선 딱 맞는 역할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저 역시 박용우에게 적역이라는 작품을 여러 개 해보고 싶어요. 고아라는 코뿔소 같은 열정을 가진 배우입니다. 칭찬하고 싶고 감사를 전하고 싶군요."

- 어떻게 서로 호흡을 맞추려 했나요. 아라씨에 비하면 대선배 격이잖아요.
"제가 또 얘기하다보면 깊게, 진지하게 들어가는 스타일이라...하하! 웃음을 주려고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라씨는 제 지인들보다 날 유쾌하고 농담 잘하는 오빠로 알고 있을 지도 몰라요. 오빠 어색해요? 이건 제가 아라씨에게 진지하게 오빠라 부르라고 했습니다.

아라씨 역할이 나이에 비해 어둡고 감정 표현이 깊어야 했어요. 그런데 나까지 깊어지면 안 되니까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튀거나 내 것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겠어요. 하지만 작품이 살아야 배우가 삽니다. 진리인 거 같아요. 열심히 해도 작품이 안 되면 반의 반도 인정 못 받죠."

- 감독님과 더욱 긴밀해야 했겠군요.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남아야지라고 생각했죠. 출국 직전에 감독님이랑 한 얘기가 '네가 많이 힘들겠지만 도움이 많이 필요하고, 네가 아라씨 이하 다른 배우들을 케어할 부분이 많다'였어요. 그러면서도 감독님은 '네 걸 잘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죠. 알고는 갔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초중반에는 섭섭했고 삐지기도 했는데, 다행인 게 춘섭이 역시 그런 감정 변화를 겪어야 하는 인물이었거든요. 실제로 겪은 겁니다. 그래서 후반 촬영 때 너무 편했어요. 원래 감독님과 정한 계획이 따로 있었는데, 아이들과 아라씨에 대한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다른 감정이 나왔죠. 그걸로 간 거예요."


"사랑에 있어서는, 철들고 싶지 않습니다."

난생 처음 미국을 갔기에 기대도 많았던 그였다. 워낙 여행을 좋아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예상과는 달리 매우 힘든 촬영이었다는 게 그는 "중국에서 뛰어다닌 <무사> 촬영 때 보다 더 힘들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힘들다 했지만 그는 아이들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움의 감정을 전하면서 "<파파>에 출연했다는 걸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용우는 아이들과 한국에서 무대 인사를 하고 싶고, 애틀랜타로 날아가 현지 스태프와 다시 조우하고 싶어 했다. 이 두 가지가 영화를 통해 가장 바라는 바란다.

영화 외적인 인간 박용우의 바람은 무엇일까. 망설임 없이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감정을 뜻하는 말은 한 단어로 표현이 안 된다면서 그는 이리저리 말을 곱씹는 표정을 보였다.

"사랑에는 진심이라는 말이 숨겨져 있어요. 또한 왠지 본능적인 게 숨겨져 있기도 하죠. 주변에선 철 좀 들라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선 철들고 싶지 않아요. 철들라는 게 결국 타인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건데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피부색은 다르지만 자녀로 출연했던 미국에 있는 아역배우들에게 하트를 날리고 있다.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피부색은 다르지만 자녀로 출연했던 미국에 있는 아역배우들에게 하트를 날리고 있다. ⓒ 이정민


박용우 고아라 파파 페이스 메이커 한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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