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 교수 역의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 교수 역의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대선배인 안성기가 쓴 소리를 했다. 쓰다고 표현했지만 그의 말이라면 쓰면서도 달다. 실제로 한국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요청에 그는 신중하면서도 부드럽게 답했다. 올해로 배우 인생 55년을 맞이한 그이기에, 또한 그간 영화를 위해서만 달려온 명배우기에 그동안도 충분히 말을 꺼낼 수 있으며 충분히 들어야 할 고언이었다.

"나이만 들었다고 물러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적인 풍토가 바뀌어서 그런 거죠. 90년대 초·중반부터 대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이 들어오면서 수익에 보다 민감해진 면도 있고, 영화계 종사하는 분들이 관객 나이대가 젊어지고 있다고 판단했겠죠. 물론 실제로 젊어진 부분이 있었지만요."

10일 만난 안성기에게 한국 영화계의 '조로현상'에 대해 물었다.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분명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을 빼면 5·60대 감독이나 배우의 활동을 찾기 힘든 요즘이기 때문이다.

한때 다른 인터뷰에서 '외롭지만 그래도 버틴다'고 표현했던 그였다. 안성기는 "영화에 관계한 사람들이 너무 재미 쪽으로 오락 쪽으로만 달려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나름 현상에 대한 진단을 갖고 있었다.

"거대 제작사·배급사 이전 작은 영화사들이 여럿 있었을 땐 영화인이라는 마인드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작품도 꾸준히 하고 그랬죠. 지금은 뭐든 손익을 계산하고 기업 마인드로 가다 보니까 안 맞는 거죠. (나이 많은 감독·배우들이)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있고, 대하기가 껄끄럽다는 부분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본의 아니게 작업을 못하고 물러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정지영 감독님의 <부러진 화살>은 '나 늙지 않았다'고 강하게 보여주는 좋은 감각의 영화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도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후배 감독에게도 용기를 주고 업계에서 나이 든 감독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도 무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봐요.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이런 것들이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배우 안성기.

ⓒ 이정민


2012년 영화 판세?..."손해가 좀 나도 깊이와 여유 갖길"

지난 해 한국 영화판은 이른바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고지전> <퀵> <7광구> 같은 제작비 100억 원 대의 작품을 비롯해 300억 원을 들인 전쟁 영화 <마이웨이>의 등장은 한국 영화의 도약에 대한 열망과 함께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 작품과도 직접 맞붙어 보겠다는 야심이 배경이었다.

"작년에 개봉했던 여러 큰 작품들이 조금은 기대에 못 미쳐 올해 투자 위축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겠죠. 제 주변을 통해 보더라도 저예산 영화가 예전보단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고, 제작보다는 배급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를 공정하게 받는다면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한국 영화 발전에 일조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기업의 입장도 있겠지만 또 대중문화라는 측면도 있으니 생각을 넓게 키운다면 한국 영화가 더 커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멀리 보면 지금 투자한 게 나중에 다시 자기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그때의 결과물만 중시하다 보니 영화의 호흡이 짧아져 깊이가 조금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에) 깊이와 여유가 생겼으면 해요."

오랜 시간 배우이자 영화인으로 살아온 안성기의 바람이자 당부였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 교수 역의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 교수 역의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안성기 부러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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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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