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방송된 2011 MBC 가요대제전에서 무대를 선보인 유키스

지난 12월 31일 방송된 2011 MBC 가요대제전에서 무대를 선보인 유키스 ⓒ MBC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준말). 2011 MBC 가요대제전을 본방사수하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지난 31일 방송된 2011 MBC 가요대제전은 한 마디로 방송사고의 끝판왕이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일산 MBC 드림센터에 마련된 무대에 선 유키스는 갑자기 시작된 자신들의 노래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리드보컬인 수현이 재빨리 무릎을 꿇는 애드립을 선보이면서 넘어가는 듯 했으나, 초반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음향사고가 겹쳐 버렸다.

그 다음은 엠블랙이었다. '모나리자'를 부르던 멤버들의 목소리와 반주가 엇갈리는 음향사고가 벌어졌다. 지오 등 노래를 부르던 멤버들은 박자를 맞추려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지만, 마치 돌림노래를 듣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외에도 비스트·애프터스쿨·브라운아이드걸스 무대에서도 크고 작은 음향사고가 빚어졌고, 원더걸스의 순서에선 선예의 첫 파트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을 장식한 슈퍼주니어 역시 지나치게 울려 퍼지는 반주로 멤버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12월 31일 방송된 2011 MBC 가요대제전에서 무대를 선보인 엠블랙

지난 12월 31일 방송된 2011 MBC 가요대제전에서 무대를 선보인 엠블랙 ⓒ MBC

촬영상의 실수도 속출했다. 신인그룹인 B1A4가 노래를 부를 때 MC 군단에게로 카메라가 넘어가자, MC들이 손짓으로 다시 무대를 가리키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2PM의 무대에선 관객석 사이를 떠돌던 대형 풍선이 카메라를 가렸다. 이를 무대 밖으로 차버리는 스태프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 순간, 안쓰러움이 밀려오기까지 했다.

2011 MBC 가요대제전이 방송된 240분은 그래서 어떤 의미로 긴장감이 흘러 넘쳤다. 청팀 Vs. 백팀의 대결 구도 때문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음향사고는 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더불어 박상철·박현빈 등을 초청하고 이소라·김범수·박정현 등의 콘서트를 생중계해 무대의 다양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이 때문에 빛이 바래 버렸다.

조권·가인의 '트러블메이커'와 같은 특별 무대가 대거 준비되었을 만큼,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는 출연진에게도 참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게다가 이날 가요대제전은 K-POP의 위상을 보이겠다며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도 생중계됐다. 그런데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광판이라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당장 시청자들이 MBC를 성토하고 나섰다. 출연진 중 일부도 SNS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런 무대를 선보이려 출연진이 구슬땀을 흘린 것도 아니었고, 시청자들이 이런 무대를 보려고 오전 2시가 가까워가는 시간까지 잠들지 않았던 건 더더욱 아니었다.

MBC 가요대제전 유키스 엠블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