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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 극장이 열리기 두 시간 전에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는 안방 팀 첼시 FC가 연고 도시 자존심이 걸린 풀럼 FC와의 맞대결에서 1-1로 비기는 바람에 재미를 못 봤다. 비교적 약체라 여겼던 상대 팀이었고,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적잖은 기대를 걸었지만 그의 도움 기록 추가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골잡이 토레스와 미드필더 박지성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지만 이번 시즌 현재까지 두 선수의 정규리그 공격 포인트는 2득점 2도움으로 공교롭게도 똑같다. 단지 토레스가 13경기를 뛰며 이 기록을 만들었고, 박지성은 9경기만에 이루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두 선수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아직까지 토레스는 '먹튀'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한 반면에 박지성은 여전히 '두 개의 심장'을 달고 뛰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27일 이른 새벽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과의 안방 경기에서 미드필더 박지성과 골잡이 베르바토프의 귀중한 활약에 힘입어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박지성이 끼운 완벽한 첫 단추

축구 경기에서 상대 팀이 꼼짝 못하게 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그 결정적인 갈림길을 박지성이 비교적 손쉽게 만들어냈다. 절친 에브라가 상대 수비수 둘을 완벽하게 따돌린 다음, 슛하기 좋도록 밀어준 것의 덕을 보았지만 박지성의 뛰어난 위치 선정과 마무리 동작은 두고두고 봐도 배울 점 많은 것들이었다.

왼쪽에서 굴러오는 공을 왼발로 처리한 것도 아니고 오른발 안쪽을 이용하여 방향을 바꿔 차는 것이었기 때문에 축구 꿈나무들이 더욱 연습할 가치가 있는 장면이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중심 이동 그리고 킥 기술인 것이다.

이렇게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은 그 이후의 몸놀림이 더욱 돋보였다. 특유의 가로채기와 공간 침투 능력을 자랑했고 이 경기 해트트릭을 기록한 골잡이 베르바토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전반전 중반에 베르바토프에게 밀어준 수준 높은 찔러주기는 그의 공격 본능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41분, 바야흐로 베르바토프의 득점 행진이 시작되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깁슨이 띄워준 것을 침착하게 잡아놓고 왼발 돌려차기로 그물을 갈랐다. 약 2분 전에 위건 애슬레틱의 골잡이 코너 새먼이 맨유 수비수 캐릭의 얼굴을 때리다가 쫓겨나는 바람에 위건의 약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동료의 해트트릭을 만들어준 박지성의 페널티킥 '도움'

박지성은 후반전 초반에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치차리토가 측면에서 올려준 공을 이마로 받아 골문을 노렸지만 상대 문지기 알 합시가 각도를 잘 잡고 막아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의 심장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77분에 결정적인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상대 수비수 알카라즈의 걸기 반칙이 나왔지만 보기에도 경쾌한 박지성의 공간 침투와 과감한 드리블이 이어지는 바람에 대승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 페널티킥을 베르바토프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기 때문에 박지성은 선취골에 이어 이 경기 마지막 골을 이끌어낸 장본인이 되었다. 리그 규정상 성공시킨 페널티킥을 얻어낸 선수에게 도움 기록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외형상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박지성은 특유의 대각선 움직임을 자랑하며 상대 수비수들에게 몹시 괴로운 존재가 된 것이다. 그가 왜 맨유에 꼭 필요한 선수인가는 이 한 경기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해 마지막 날 밤(한국 시각 31일 밤 9시 45분)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비교적 마음이 홀가분하다. 편안한 안방에서 열리는 것도 그렇고 상대 팀 블랙번 로버스가 현재 최하위까지 미끄러져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맨유는 최근 다섯 경기를 통해 20득점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 벌써 최근 네 경기 16득점 1실점(4승, 4-1 / 2-0 / 5-0 / 5-0)을 올렸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덧붙이는 글 ※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 결과, 26일 밤 12시 올드 트래포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5-0 위건 애슬레틱 [득점 : 박지성(8분,도움-에브라), 베르바토프(41분,도움-깁슨), 베르바토프(58분,도움-발렌시아), 발렌시아(75분,도움-캐릭), 베르바토프(78분PK,도움-박지성)]

◎ 맨유 선수들
FW : 베르바토프, 치차리토
MF : 박지성, 긱스(63분↔루니), 깁슨, 나니(63분↔마케다)
DF : 에브라, 에반스(46분↔에즈키엘 프라이어스), 캐릭, 발렌시아
GK : 린데가르트

◎ 위건 선수들
FW : 코너 새먼(39분-퇴장)
MF : 데이비드 존스, 요르디 고메스(71분↔맥아더), 디아메(46분↔디 산토), 맥카시, 모제스(80분↔로다예가), 로니 스탐
DF : 피게로아, 칼드웰, 알카라즈
GK : 알 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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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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