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길고 리뷰는 짧다" '이 영화 봐? 말어' 여러분의 친구, 애인, 가족 및 일가친척이 극장 매표소 앞에서 고민할 때, 팝콘을 사는 척하면서 '한뼘리뷰'를 재빨리 참고해보세요. 매주 '핫(Hot)'한 영화를 기자의 시각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푸는 코너입니다. 제 값 내고 보는 영화 아깝지 않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겠습니다. [편집자말]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배우 안성기가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배우 안성기가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노장'이란 수식어는 '거장'으로 바뀌어야 하겠다. 13년 만에 돌아온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복귀작'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어쩌면 그간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긋고 있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고 해도 좋겠다. 곳곳에서 아주 잘 익은 유머와 기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에선 잘 다루지 않았던 법정 영화였기에 내심 기대가 됐다. 올 하반기 <의뢰인>으로 한국형 법정 영화를 잠시 맛봤지만 갈증과 기대를 채우기엔 다소 아쉬웠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은 이온음료처럼 그 갈증을 채워줬다. 말 그대로 한국형 법정 드라마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원고와 피고 간의 대결을 중심으로 벌어지기 마련인 이야기 구조를 판사와 방청객까지 확대해 재판장 공기의 냄새마저 상상케 했다. 우리나라 법정이 지닌 문제점도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영화는 2007년 벌어진 '석궁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명문대 교수가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해 어느 날 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쐈다는 사건, 그래서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불리기도 했던 사건이다. 피의자는 결국 징역을 살았고 최근에서야 만기 출소했다. 영화는 이 과정에 우리나라 사법부의 오만과 비리가 숨어 있었음을 짚어냈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과 배우 안성기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과 배우 안성기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1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제2의 <도가니>'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던 <부러진 화살>이다. <도가니>와 단순 비교하기엔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이 너무 다르다. 겉핥기식 법적 공방이 아니라 사건을 법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검사와 판사까지 한통 속인 상황에서 지혜를 짜내는 묘미는 꽤 쾌감 있다. 안성기의 명품 연기는 기본이요, 어정쩡한 춤은 보너스. 여기에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지호의 안정적인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변호사 역을 맡은 박원상은 터프한 노동 변호사의 모습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잘 표현했다.

게다가 이 영화, <도가니>와 다른 진득한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카메오로 출연한 문성근의 짜증 섞인 표정부터가 유머러스함의 압권. 아무쪼록 정지영 감독의 비상으로 잠시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윤지균, 김수용 등 국내 거장 감독들이 다시 일선에 나오길 바란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배우 박원상, 나영희, 정지영 감독과 배우 김지호, 안성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시사회에서 배우 박원상, 나영희, 정지영 감독과 배우 김지호, 안성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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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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