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짧은 탓에 취직은 굿바이
오락가락 미래가 두렵더라도 간다.
그래도 겁먹은 채 살긴 싫었다.
마음속에 가득 찬 열정하나

-아이씨사이다 '배터리' 중에서

이들은 볼때마다 이름 그대로 청량하고 즐겁다. 심지어 사진촬영할 때도 뜬금없이 포지션을 모두 바꾸어서 찍으면 재미있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보컬은 드럼자리에 기타는 베이스자리로 자리를 잡고 재밌는 포즈를 연출한다.

지난주 토요일 KBS 2TV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이하, <탑밴드>)> 콘서트 방영으로 시즌 2 초읽기에 들어간 <탑밴드>에서 8강까지 진출한 아이씨사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락커라고 하면 뭔가 심각하고 어두운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들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오히려 발랄한 캐릭터, 화려한 퍼포먼스, 한점 심각함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천진난만한 에너지를 가진 이들이 그러한 이유로 유수의 밴드들을 제치고 8강까지 간 것이 비교적 조명을 덜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그들의 자작곡처럼 열정이라는 그 단어 하나가 그들을 홍대에서 실력을 뽐내는 밴드로 자리매김한 것과 동시에 올 2011년 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아진 <탑밴드>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을 보여준 것,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씨사이다 다 바꿔볼까?

▲ 아이씨사이다 다 바꿔볼까? ⓒ 윤솔지


<탑밴드> 시즌1 종영후 행보가 바빠진 아이씨사이다. 우승팀 톡식과 슈스케에서 조명을 받았던 예리밴드와 함께 DMZ에서 제2의 도약을 꾸는 이들에게 2011년 한해가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아마도 지난 4~5년간 기약없는 싸움에 대해 지친 우리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한해였던 것 같아요. 탑밴드 출연 이후 공연도 많아지고요. 용기가 생겼지요. 요즘은 내년에 선보일 음반녹음과 합주에 열중하고 있어요."

- 기존의 소위 '락커의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저희가 생각하는 락이란 시대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떤 장르를 가지고 있든지 상관없이 말이에요. 저희같은 락커들도 있고 심각한 락커들도 있고요. 그건 아마 심각한 락커들도 공감하실 거예요. 이제는 다양한 락에 대해서도 수용하는 문화가 되었다고 봅니다."

- <탑밴드>를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인지도와 공연섭외 등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했던 것은 8강까지 올라가면서 자작곡까지 선보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모든 밴드들이 승부가 아니라 더 멋있는 음악과 공연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책임을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지난 여름의 뜨거운 동료애와 팬들의 격려. 아마 다시 또 달리기 위한 시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음악 '배터리'를 들으면 가방끈도 짧고 알바로 근근히 버텨가며 열정을 지키기에는 힘든면도 없지 않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생계를 고통으로 알았다면 지금은 벌써 나가떨어졌을 거다.' 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것보다 음악을 못하게 되는 날이 가장 두렵다고 이야기하는 그들.

이제는 알바사장님들도 지인들도 이들의 '늙어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면서 해맑게 웃는 이들을 보면서 희망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탑밴드 아이씨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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