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TOP밴드' 우승자 톡식. 이들에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포스가 있었다. 어쩌면 강렬한 아이라인에 숨은 눈빛과 세련된 패션은 둘째치고 한마디로 '너무 잘나가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TOP밴드' 시즌1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근황을 알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예상 밖으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 장소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DMZ 합주실. 밤늦게까지 연습에 한창인 톡식을 만났다. 무슨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다는 이들에게 짓궂은 질문을 해봤다.

"밴드계의 아이돌? 진짜 아이돌에게 미안하다"

 KBS 2TV < TOP밴드 > 우승팀 톡식

KBS 2TV < TOP밴드 > 우승팀 톡식 ⓒ 윤솔지


- 혹시 시건방지세요? 공연할 때 보면 겁도 없고 배타적인 이미지도 조금 있는데.
"와. 이 질문 신선하네요. 사실 안 그래요. 정우 형은 무대 위에 서기 전, 얼마나 긴장하는 데요. 정우 형이 긴장할까 봐 저도 긴장되고요. 무대가 끝나고 나면 진이 다 빠져요."(김슬옹)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맞아요. 슬옹이가 오히려 겁이 없다면 없는 것 같아요. 터프하죠. 저는 의외로 정적이고요. 슬옹이는 동적이거든요. 특히 저는 무대에 서기 전에 진짜 긴장해요. 오죽하면 신물이 넘어올 지경이라니까요."(김정우)

- '꽃미남 밴드' '밴드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마음에 드나요?
"꽃미남은 슬옹이고요. 저는 밴드지요.(웃음) 저희는 그냥 밴드에요.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으면 진짜 아이돌 스타에게 죄송해요. 막말로 현재 한국 대중문화에서 아이돌과 밴드는 걷는 길이 다르잖아요. 그들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저희와는 다른 분야에서 피땀을 흘리는데 저희가 그 타이틀을 거저 얻어먹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김정우)

- 'TOP밴드'에서 1등을 한 후로 참 바빠 보여요. 'TOP밴드' 출신 다른 팀은 단독 공연도 하고 앨범도 내던데 톡식은 어떤가요?
"어휴. 브로큰발렌타인이나 게이트플라워즈 형들은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가능한 거고요. 저희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요. 성급하게 나서기는 싫고요. 합주도 더 열심히 하고 지금 하는 방송에도 충실하고 싶어요. 앨범은 준비되었을 때 선보일 예정입니다."(김정우)

- 브로큰발렌타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때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잖아요(기자 주-톡식과 브로큰발렌타인은 'TOP밴드' 16강에서 마주친 바 있다). 기분이 어땠어요?
"맞아요. 그때 진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왜 하필 브발이! 저희도 더 많이 보고 싶은 밴드인데 하필이면 16강에서 맞서게 되다니요. 이기겠다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진짜 죽도록 연습했던 것 같아요."(김슬옹)
"물론 다른 팀과 경연할 때마다 힘들었어요. 하지만 16강 때는 더했던 게 당시 브로큰발렌타인 리더 성환이 형이 자주 전화해서 '준비는 잘돼 가냐. 승부 상관없이 무대에서 여한 없게 놀아보자'고 했거든요. 미리 다른 팀 경합을 보고 온 안수 형은 유의할 점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형들의 프로다운 면이 저희를 더 자극했고요. '진짜 최고의 공연을 해보자'는 심경이었던 것 같아요."(김정우)

예리밴드·아이씨사이다와 레이블 DMZ로 뭉쳐 "6년 가까이 됐다"

ⓒ 윤솔지


- 'TOP밴드' 우승 후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을 텐데 예리밴드, 아이씨사이다와 레이블 'DMZ'로 뭉친 것은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오해의 여지가 많은 것 같은데요. 저희 모두 이 회사의 이사에요. 원래 여기에서 6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고 있었고요. 다만 DMZ는 기획사의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여기에서는 기획하고 음반을 만들고요. 유통 및 배급은 다른 기획사들과 논의 중입니다."(김정우)
"맞아요. 저희는 원래 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준비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오고 싶은 생각이 우선입니다."(김슬옹)

- 'TOP밴드' 우승 후 어깨가 무거워졌겠어요.
"우승 후에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대한민국 록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얹어주시는 데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는 감을 잡지 못했어요. 저희끼리 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록의 부흥기가 온 만큼 많은 밴드가 함께 고민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밴드의 특징인 것도 같고요."(김슬옹)
"네. 밴드라는 것이 잘돼도 다 같이 잘되고 어느 팀이 이미지에 제대로 흠집을 내면 한꺼번에 모두 주저앉을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면 저희는 열심히 그리고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김정우)

- 2인조 밴드라 서로 돈독할 것 같은데 그만큼 다툴 때도 있지 않나요. 
"2인조 밴드라서 좋은 점이요?(웃음) 삐쳐서 꿍하기에는 너무 심심해요. 그래서 쉽게 삐치고 쉽게 풀리죠. 그러다 보니 큰 다툼은 없는 것 같아요."(김슬옹)
"저는 오히려 2인조 밴드라서 슬옹이가 불쌍해요. 이제 한창인 20살인데 만날 저와 연습하고 공연하고.(기자 주-김정우는 25살이다) 'TOP밴드' 나오기 전에 참 외롭게 싸웠거든요. 사람들이 저희가 2인조 밴드인 것에 대해서 말도 많았고 '너희는 그래서 안 된다' '이래야 한다' 하니까요. 그때 저희는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 동안 슬옹이는 청춘을 누릴 시간이 없었잖아요."(김정우)

이틀에 걸친 인터뷰 덕분에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이라인이 있는 모습과 없는 모습을 모두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둘 다 내보내도 되느냐'고 물으니 쿨하게 웃으며 "상관없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톡식은 'TOP밴드' 시즌2에 참가하고 싶은 밴드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모두 나와서 신나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이를 본 대중들이 록 문화에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탑밴드 톡식 디씨탑밴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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