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이 부른, 자신의 곡 '1994년 어느 늦은밤'을 들으며 눈물이 글썽이는 가수 장혜진

자우림이 부른, 자신의 곡 '1994년 어느 늦은밤'을 들으며 눈물이 글썽이는 가수 장혜진 ⓒ MBC


20일 방영된 <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이날 마지막 무대를 가진 장혜진은 '명예졸업'을 눈 앞에 두고 아쉬운 탈락을 했다. 하지만 장혜진이 <나가수> 무대에서 남긴 진정성 담긴 열창은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래, 아직 내 가슴은 믿는다. 사랑, 사랑은 다시 또 온다'

경연, 마지막 노래였던 '사랑..그 놈' 역시 진한 감동을 줬다. 장혜진은 자신의 감정을 곡에 묻어내며, 또 지나친 감정 표현은 꾹꾹 눌러 담으면서 곡을 소화했다. 마지막 내레이션과, 이어진 가삿말에서, <나가수>와의 작별을 앞둔 장혜진의 모습이 자연스레 투영됐다.

명예졸업의 조건인, 7번째 라운드 2차 경연에 임한 장혜진에게 긴장감은 엿볼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연인과의 헤어짐을 앞둔 듯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정된 이별이지만 장혜진에게 <나가수>는 쉽게 마음을 뗄 수 없는 그 무엇처럼 보였다.

연인과의 이별 같은, <나가수> 장혜진의 마지막 무대

 <나는가수다> 가수 장혜진의 마지막 무대,

<나는가수다> 가수 장혜진의 마지막 무대, ⓒ MBC


20일 장혜진의 모습은 이전 라운드 밝은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나가수> 라운드마다 곡 선택 판을 돌리며 해맑게 웃던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동료 바비킴, 자우림 성대모사를 하며 행복함이 가득했던 장혜진 아닌가. <나가수> 첫 1등에 매니저 지상렬과 얼싸안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던 그녀 아니던가.

그랬던 장혜진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변한 것이다. 지난 7번째 라운드 2차 경연, 중간평가때는 흐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신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르다 눈물을 훔친 것이다. 경연때도 슬픔의 감정이 엿보였다.

톡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처럼, 긍방이라도 울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랑. 그 놈'을 부르는 정혜진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잔뜩 배어 있었다. 흡사, 연인과의 이별을 앞둔 사람처럼 슬픔에 잠겨 보였다. 장혜진, 그녀에게 <나가수> 무대는 사랑이라 할만큼 애정이 듬뿍 담긴 곳이니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감성 깊은 그녀에겐 <나가수>와의 이별은 적잖은 슬픔이 밀려오는 일. 하지만 그녀는 애써, 본 경연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감정을 삭인채, 마음으로 울고. 슬픔을 억누른 채 노래로 울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했다. 노래의 끝에 열애와도 같던 <나가수>와의 이별도 다가왔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가수 장혜진의 빈자리를, <나가수>는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갈 것이다. 마치 사랑처럼.

불혹을 넘긴 여가수 장혜진과의 만남, 행복했다

 장혜진의 <1994 어느 늦은밤>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자우림

장혜진의 <1994 어느 늦은밤>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자우림 ⓒ MBC


돌이켜보면 장혜진과 <나가수>와의 추억은 특별한 것이었다. 대중에게 친근하지 못했던 '불혹을 넘긴 여가수'와 좋은 가수를 찾아다닌 시청자와의 만남은 그 사실만으로 흥미로웠다.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은 데이트는 <나가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장혜진은 누구보다 <나가수> 무대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시청자는 장혜진에게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추억들이 쌓였다. 그녀의 첫 무대, '슬픈인연' 부터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술이야', 그리고 첫 1등인 '가질 수 없는 너' 무대까지, 장혜진의 호소력있는 목소리는 시청자들에게 와닿았고,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듯 20일은 <나가수> 장혜진의 마지막 무대였다. 7 라운드의 긴 여정을 마치고 '명예졸업'이냐, '탈락'이냐는 청중평가단의 평가가 최종 관문처럼 남아 있었다. 그녀의 노래에 참 많이 울고, 그래서 적잖은 힘을 얻었던 기자는 그녀의 마지막이 조금 더 영예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사는 깐깐하게 보더라도, 오랫동안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그녀에게 노래 후 '청중평가단'이 많이 기립해주는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콤하지 않았다. 이날따라 '청중평가단'의 엉덩이가 유난히 무거웠다. 가수의 곁을 지켜준 개그맨 매니저들의 점수도 짜기만 했다.

유종의 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 장혜진, 그녀에게 6위란 순위는 오랜 시간 마음을 저미게 하는 기록일지 모르겠다. 가장 빛나야 할 순간 받은 초라한 성적에, 그녀의 슬픔을 더욱 아프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2011년 어느 늦은 밤, 아름다웠던 가수 장혜진에게

 <나는가수다>에서 마지막 열창을 펼친 장혜진

<나는가수다>에서 마지막 열창을 펼친 장혜진 ⓒ MBC


그래도 다행히 '자우림'이 있었다. 자우림 덕분에 장혜진의 <나가수> 마지막 무대가 그저 초라하지 만은 않았다. '1994년 어느 늦은밤'을 열창하던 자우림 보컬 김윤아의 눈물은 떠나는 장혜진에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라 할 만했다.

"노래 중, 장혜진 선배님 생각이 많이 났다"는 자우림 보컬 김윤아의 말은 따뜻했다. 자신의 곡을 부르며, 우는 후배가 있다는 것이 장혜진에겐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김윤아는 장혜진의 탈락이 발표된 상황에서 또 한번 선배를 챙기는 세심함을 발휘했다.

의자 밑에 숨겨둔 꽃을 전하며 선배의 마지막 뒷모습을 초라하지 않게 한 것이다. 자우림의 깜짝 꽃다발에, 다소 굳어있던 장혜진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자우림이 홀로 챙겼던 이런 부분을 다른 가수, 개그맨 매니저, 청중평가단이 함께했다면 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어느 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들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다른건 다 잊어도 <나가수>와의 추억이 "뜨겁고 아름다웠던 것"을, 그리고 그 음악에 "많이 울고, 힘을 얻은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여름 시작한 장혜진의 <나가수>와의 인연은 겨울 문턱에서 끝이났다. 뜨겁게 사랑했던 그녀는 이제 또 다른 무대와의 사랑을 꿈꿀 것이다.

나는가수다 장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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