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머스테인의 13 - 불운의 숫자?

 메가데스의 새 앨범 Th1rt3en

메가데스의 새 앨범 Th1rt3en ⓒ www.megadeth.com

메가데스의 13번째 새 앨범이 국내에 발매됐다. 사실 메가데스는 밴드라기보다는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의 작품들을 연주하기 위해 나머지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곡을 본인이 직접 만들고 팀의 트레이드 마크까지 혼자 정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보컬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욱 지울 수가 없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정부와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뤄온 데다가 마치 씹어 먹듯이 분노를 표출하는 독특한 창법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돌아보면 데이브 머스테인의 역사는 불행과 기쁨의 반복이었는데 시작은 그의 탄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는 13일에 태어났다고 알려진 그는 신생아 때 부모로부터 버려졌다. 통행이 적은 한적한 숲길에 방치된 상황에서 우연히 산책을 나온 부부의 발견으로 그의 삶이 시작됐으니 참으로 서프라이즈가 따로 없다.

그를 버린 부모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버렸는데 때마침 부유층 부부에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음악과 미술에 두각을 나타낸 머스테인이 가정으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래의 부모가 그를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머스테인의 이러한 성장 배경 때문인지 부의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는 이후 메가데스 음악의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를 형성하게 된다.

 무대 위의 데이브 머스테인

무대 위의 데이브 머스테인 ⓒ www.megadeth.com

사실 메가데스의 음악은 단순히 빠르다거나 거칠기만 한 것이 아닌 복잡 미묘한 전개와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머스테인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재즈 뮤지션들과 교류하면서 록음악에만 치우치지 않는 독특한 음악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메탈리카로부터 해고된 일화는 유명하다. 1982년 1집 앨범을 녹음하기 직전 갑작스럽게 탈퇴해버린 기타리스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신문마다 구인광고를 냈던 메탈리카 맴버들에게 머스테인이 오디션을 보러 찾아온다.

당시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와 라스 울리히는 그의 연주를 몇 곡만 듣고선 곧바로 채용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와 라스 울리히는 당시 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NWOBHM)의 영향으로 강력하고 빠른 스피드 메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머스테인의 생각은 이들과 달랐던 것이다. 그는 재즈의 다양한 기교와 변화무쌍한 곡 전개를 메탈에 적용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자고 있던 자신을 제임스가 깨우며 집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던져주더라는 머스테인의 말은 그가 얼마나 밴드로부터 이질적인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반전, 반핵운동에 관심을 가지던 머스테인은 이후 핵전쟁의 희생자들을 뜻하는 메가데스를 자신의 밴드명으로 정한 후 메탈리카와 함께 스레쉬 메탈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1985년 발매한 1집 데뷔앨범은 <롤링스톤>지로부터 만점을 받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메이져 기획사와 계약을 성사시키도록 만들어 준다. 이후 발표된 2집은 평론가들로부터 완벽에 가깝다는 극찬을 받게 되는데 불타버린 UN을 앨범 표지에 그려넣은 머스테인은 본격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3집에서 너무도 반정부적 태도를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메가데스는 세계의 조정자로 위치하려던 레이건 정부의 정책들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든다며 제3세계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급기야는 무정부주의자로 알려져 있던 섹스 피스톨즈의 'Anarchy in the UK'를 커버하면서 보수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된다. 이 일로 인해 소속사는 메가데스와의 계약 파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고 모든 공연과 홍보지원을 취소했다.

음악적 진로가 위험에 처한 사이 기타리스트가 교체되고 메가데스는 4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이것이 그 유명한 <녹슬어버린 평화-Rust In Peace>. 이후의 행보는 메가데스를 세계적인 밴드로 만들어주지만 소속사와의 갈등은 결국 8집 앨범이 발표될 때까지 이어지고 머스테인은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80년대부터 유행을 형성하던 스피디한 연주가 너무나 극에 달한 나머지 팬들이 식상해할 즈음 90년대 너바나라는 밴드가 등장해 그런지 록의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변화를 시도하면서 팬들로부터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킨 문제작 Risk.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은 최근 이 앨범을 추천하며 "데이브 머스테인이 그 간의 앨범들에서 들려주던 멜로디의 감각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변화를 시도하면서 팬들로부터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킨 문제작 Risk.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은 최근 이 앨범을 추천하며 "데이브 머스테인이 그 간의 앨범들에서 들려주던 멜로디의 감각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 www.megadeth.com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메탈리카는 물론이고 메가데스도 스피디한 연주에 대한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들은 평론가들과 팬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키고야만다.

특히 메가데스는 새로운 사회문제들로 인종차별이나 성적 소수자들의 차별을 거론했고 이것이 마초적이던 일부 팬들의 반감까지 사게 된다. 거기에다가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던 데이브 머스테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왼팔의 신경마비로 인해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을 받고 팀을 해체하게 된다.

메가데스는 결국 시대의 흐름에 도태된 상태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불운들은 머스테인에게 뜻하지 않았던 심기일전의 기회로 이어진다. 재활치료를 거친 그가 기적적으로 완쾌되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듯 과거의 정교하고도 속도감 있는 연주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더욱 강력해진 정치비판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부시 행정부가 내세운 테러와의 전쟁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10집 앨범부터 메가데스의 작품들은 시대와 타협하는 변화의 산물이나 무조건적인 회귀가 아닌, 과거의 걸작들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역작으로 평가 받기 시작했다.

해체되어 영영 못 볼 줄 알았던 메가데스는 비평단과 팬들의 갈채 속에 다시 등장해 팬들의 호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냈다. 이렇게 해서 발표된 메가데스의 13번째 앨범은 13살 때 처음 기타를 배운 9월 13일생 데이브 머스테인이 불운을 이겨내며 새롭게 써내려간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모두 13곡이 수록된 본작의 타이틀 곡은 헤비한 기타 리프가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카타르시르를 불러일으키는 'Public Enemy No. 1'이다. 곡 전체의 구성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운 기승전결이 듣는 내내 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메가데스 특유의 내레이션과 기타속주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터닝포인트처럼 자리 잡고 있으며 명쾌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 군더더기 없는 구성은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또 다른 곡인 'We The People'은 1%가 부를 지배한 사회에서 위협받는 시민의 권리를 노래하며 혁명을 촉구하듯 처절하게 울부짖는 보컬과 비장미까지 감도는 기타 연주가 일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편집앨범에 데모곡으로 발표됐던 'New World Order'라는 곡이 정식으로 녹음되어 수록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체제비판 메시지가 담긴 이번 앨범은 13이란 숫자를 통해 자신의 불운을 극복해온 머스테인이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듯 간절함과 열정적인 연주들로 불의한 세상을 향해 외친 명반이라 평해도 될 듯하다.

메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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