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민유라 선수, 국가대표 꿈을 위해 한국에 오다

재미교포 민유라 선수, 국가대표 꿈을 위해 한국에 오다ⓒ 곽진성


지난 8일 서울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는 '특별한 오디션'이 펼쳐졌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비한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1차 테스트가 열렸다. 총 53명(남자 10명, 여자 43명)의 선수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은반 위에서 펼쳐보였다.

1차 테스트를 통과한 35명의 선수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선수가 있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과 어려 보이는 외모로 심판의 눈을 사로잡은 민유라(16)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지만, 대한민국 피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달랐다.

8일 열린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 테스트'는 민유라 선수의 열정을 깨운 무대였다. 미국 나이로 고3, 대입 준비에 몰입해야 하는 시기였지만 그녀는 과감히 일주일간의 도전을 택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꿈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은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에서, 민유라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1차 테스트가 끝난 8일, 그녀는 여독을 풀 새도 없이 한국체육대학 빙상장으로 향해 훈련에 매진했다. 그런 민 선수를 만나 심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피겨 배우러 온 미국 교포

 재미교포 민유라 선수

재미교포 민유라 선수ⓒ 곽진성



민유라 선수는 미국 LAFSC에서 훈련을 하는 16살 피겨 스케이터이다. 6살 때 취미로 피겨를 배운 이후, 10살부터 본격적으로 피겨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살 애너하임 아이스에서 취미로 타다가 그 후, 10살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어요. (본인 스케이팅의 장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음, 장점요? 저는 스텝이나, 스트로킹(점프 등을 하기 전에 스케이트를 밀고 나가는 동작)과 표현력이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그 말처럼, 8일 태릉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 1차 테스트'에서 민유라 선수의 표현력은 단연 돋보였다. 심사를 본 세르게이 아스타셰프(47) 코치도 흥미로운 눈치였다. 이어진 심판, 코치와의 면담에서 민 선수는 한국에 오디션을 보러온 동기에 대해 또박또박 말했다.

 민유라 선수, 훈련에 임하고 있다

민유라 선수,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곽진성

"(심판, 코치 면담에서) 아이스댄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한국에 왔다는 말을 했어요. 고3이라, 학교의 승낙(홈스쿨)을 받고, 일주일 동안 오디션을 보러 올 수 있었어요. 소중한 기회이기에,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다면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입니다."

16살 민유라 선수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교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 말에 능숙했다. 최근 치아 교정으로 말이 자꾸 새는(?) 기자보다 우리말을 더 잘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교포 2세대에게서 느껴지는 언어의 어색함은 없었다. 비결을 물었다. 할머니 덕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머니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신 후, 미국에 왔는데 같이 오신 할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셨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할머니에게 한국말을 배워, 어렵지 않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어요. 언어뿐 아니라 음식 등 많은 부분에서 할머니 영향을 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콩비지인 것을 봐도요.(웃음)"  

할머니와 부모의 한국 관련 교육 덕분에, 민유라 선수에게 대한민국은 낯선 곳이 아니었다. 가까이에 있는 정겨운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2008년 8월, 그녀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한국 피겨를 배우기 위해 서울을 찾은 것이다.

"지난 2008년 여름, 한국 피겨를 배우고 싶어서 처음 한국을 찾았어요. 미국 훈련과는 조금 다른 한국의 '스트롱'한 면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웃음) 그때 신혜숙 코치님에게 한달 반 정도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2010년 여름) 한국을 찾아 훈련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는 빙상장에 한국 선수들이 없어요. 한국에서 훈련하면 한국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니 좋아요. 친한 친구도 많이 생겼습니다.(웃음)"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피겨 선수를 했던 민유라 선수에겐 '한국에서의 훈련'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서적인 친근감은 어려운 도전을 실행하는 원동력이 됐다.

"새벽에 피겨 스케이팅 연습을... 깜짝 놀랐어요"

 밤늦은 시간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신은정, 최다빈, 최다혜. 그리고 민유라 선수 활짝 웃고 있다

밤늦은 시간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신은정, 최다빈, 최다혜. 그리고 민유라 선수 활짝 웃고 있다ⓒ 곽진성


민유라 선수가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은 연습 환경의 차이였다. 새벽에 피겨 스케이팅 연습을 해야 하는 한국의 열악한 환경은 민 선수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미국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담담히, 즐겁게 훈련에 매진했다.

민유라 선수를 지켜본 신혜숙(54) 코치는 2008년 민 선수가 처음 한국에 왔던 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신 코치가 말한다.

"2008년 여름, 미국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민유라 선수의) 훈련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죠. 사실, 그때 전화를 받고 조금 당황했어요. 남들은 미국 훈련을 가는데, 왜 굳이 서울로 훈련을 하러 오냐는 말을 제가 했어요. 하지만 가르쳐 보니 (민 선수는) 예의도 바르고, 안무와 스텝, 표현력이 좋은 선수예요. 스핀 동작도 아름답고요. 예쁜 스케이팅을 타는 선수입니다."

 민유라, 비엘만 스핀연습

민유라, 비엘만 스핀연습ⓒ 곽진성


아이스댄스에 어울리는 스케이팅을 하는 민유라 선수, 그녀에게 대한빙상연맹에서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1차 테스트는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신 코치는 미국에 있는 민 선수에게 연락을 해, 오디션 취지를 설명했다. 소식을 들은 민 선수는 뛸 듯이 기뻤다.

"(오디션) 소식을 듣고 무척 하고 싶었어요! 학교 설득을 받는 게 조금 어려웠는데, '일주일간' 홈스쿨로 승낙을 받았죠. 현재 서울에서 어머니와 숙소에 머물며 오디션에 임하고 있어요. 제가 만약 오디션을 잘 치러 국가대표가 된다면,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에 사실 좀 아쉬워요.(웃음)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니까…. 하지만 그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다는 자부심이 클 것 같아요."

고3, 그리고 미국 대학(스포츠 이론) 입학을 준비하던 민유라 선수에겐 '오디션'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다 해도,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전을 택했다. 망설임 없이 서울 태릉으로 향했다.

"내 스케이팅은 열정이에요"

 민유라 선수는 자신의 스케이팅이 '패션'이라고 말한다

민유라 선수는 자신의 스케이팅이 '패션'이라고 말한다ⓒ 곽진성


8일 오후 11시 20분, 훈련을 마친 민유라 선수는 '내 스케이팅 OO이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패션(passion. 열정)'이라는 답변을 했다. 꿈을 위해, 한국을 찾아 도전하는 민 선수에게 열정의 답변은 어울려 보였다.

이번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1차 테스트에서 첫 번째로 출전했던 민유라 선수는 앞서 연기를 펼친 남자 선수들의 스케이팅도 눈여겨 봤다. "같이 스케이팅 하고픈 선수를 발견했나요?"는 물음에, 민 선수는 웃으며 '남자 2번'을 꼽았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남자 2번 스케이팅이 좋아 보였어요. 스텝, 스트로킹 등등이 좋더라고요. 만약 제가 이번 오디션을 잘 해서 국가대표가 된다면 아이스댄싱 파트너가 돼도 좋을 것 같아요."

남자 2번은 김환진 선수였다. 피겨 전 국가대표 출신 김현정 코치 동생인 김 선수는 아이스댄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은 꿈을 가진 사람끼린 무엇인가 통하는 게 있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는 답변이었다. '태릉 피겨스케이팅촌(?)'의 여자 1호와 남자 2호의 '아이스댄스 파트너'가 이뤄질지 흥미롭다.

물론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꿈을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도 있다. 민유라 선수는 한 가지 걱정을 갖고 있다. 태릉 아이스댄싱 오디션 스케줄을 잘못 알고 비행기표 예약을 토요일(12일)로 끊은 것 때문이다.

2차 오디션은 토요일(12일)에 열리기에 선수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피겨를 배우러 왔던 열정 가득한 교포 선수, 그녀의 국가대표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대한빙상연맹은 이번 1, 2차 테스트에서 총 5~7팀 정도를 선발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16살 교포선수 민유라의 도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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