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정재형

▲ "오홍홍홍홍홍~" 정재형은 2일 MBC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해 윤유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곡가에서 사채업자로 변모하는 반전 캐릭터를 연기했다. ⓒ MBC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의 월요 인기코너 <정재형의 라비앙호즈>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을 당시 기자는 "이제 월요일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냐"고 질문했다. 정재형은 "알아서 푸시라"고 답했다. '개차남'(개에게만 차가운 남자)이라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겸손을 모르는 까칠하고 도도한 미덕, 정재형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본업인 음악 뿐 아니라 토크, 예능, 연기까지 그가 발을 담근 분야가 늘어나며 만능 방송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정재형을 지키면서 그의 잠재된 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오홍홍홍'이라는 웃음 속에 응축된 무한한 에너지를 그냥 두는 것은 엔터테인먼트계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사용하기 전 주의사항]
개그맨 이봉원이 아닌지 확인한다.

[사용법]

- '수틀리기'와 '알랑방귀'의 적절한 조화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정재형이 진행해 온 월요일 인기 코너 <라비앙 호즈>가 24일로 막을 내린다.

<오마이스타>에서 10월 24일 기사 '몽마르트 언덕, 정재형의 <라비앙호즈>를 떠나보내며'에 이 이미지를 삽입했을 당시, KBS 라디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유희열은 "정재형씨 사진은 굉장히 멋있는데, 내 사진은 왜 이러냐"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정재형은 "빈티난다"고 받아쳤다. ⓒ 정재형 트위터, KBS


처음 <라비앙호즈>를 맡을 당시 "사람 구실이나 할까 싶었다"던 유희열의 걱정과 달리 정재형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6개월 속성 MC 특강'이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라비앙호즈>는 그의 말문과 함께 유머감각이 트이게 했다. 비록 앞 문장을 끝내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거나, "아..."라는 신음소리가 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유창한 언변은 아니었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유학파 신지식인으로 보이고자 했던 그의 노력과 충돌하면서 의외의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정재형은 수가 틀리면 상대가 누구든 바로 응징을 가하곤 했는데, 심하게는 김동률이나 유희열을 나부랭이와 조무래기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가열 찬 독설가였다. 팬들에게 신의 영역과도 같았던 '혈님' 유희열은 그의 앞에서 그냥 '좁은 어깨와 빈약한 발목, 모든 복이 달아나는 입을 가진' 평범한 남자 사람으로 전락했다. 반면,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자신에게 긍정적인 사람에게 그는 '수페 알레 뾰로롱'이라는 희망의 주문을 선사하는 요정으로 다가와 줬다. 이렇듯 매사에 이해타산이 분명한 솔직담백한 매력은 그의 독보적인 장점이다. 

- 구라파 유학파 스타일의 양면성   

 하이킥 정재형

MBC 시트콤 <하이킥!>에서 정재형이 출연한 장면 ⓒ MBC


MBC 시트콤 <하이킥!>에 출연한 정재형은 자전거에 바게트 빵을 싣고 달렸을 뿐인데, 노량진을 프랑스 파리로 만드는 초현실주의 '타르코프스키적 페르소나'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싹을 틔웠다. 무리하게 빗어 넘긴 9:1 가르마와 야한 빨간색 양말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도록 걷어 올린 바지, 몽마르트 언덕 좌판에서 구입했을 법한 스카프는 마치 프랑스의 F/W 패션 경향을 미리 보는 듯했다.

최근 정재형을 보고 있노라면, 1990년대 베이시스로 활동할 당시 동공을 겨우 가릴 정도의 알이 작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매우 짧은 머리를 한 그의 모습이 잘 매치되지 않는다. 지금의 스타일링은 코디에게 "왜 오다기리죠와 비슷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쉽지 않은 노력 끝에 얻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구라파 유학파 지식인의 면모를 뿜어내는 스타일링도 12세 사이즈의 걸스카우트 티&삼선 슬리퍼 콤비와 매치하면 말 한마디 없이 웃길 수 있는 개그 소재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마치 '양면점퍼'와 같은 맥락의 활용도 높은 장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정재형은 <무한도전-우천시 취소 특집> 당시 아동용 노란색 걸스카우트 티셔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정재형은 <무한도전-우천시 취소 특집> 당시 아동용 노란색 걸스카우트 티셔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 MBC


-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의 주인 

하지만 이 모든 예능적 매력에도 그는 피아노 앞에 있을 때야 비로소 음악가답다. 1990년대 가요에 클래식을 접목한 획기적인 3인조 그룹 베이시스부터 영화음악, 피아노연주곡까지 음악 세계를 넓혀 온 그는 요즘 작년에 이은 두 번째 전국투어콘서트 중이다. 특히 올해 콘서트는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정재형은 다시 음악가로 돌아왔다. 이는 최근 예능 활동에 대해 '너무 웃겨서 음악적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대중들의 우려를 기우로 증명하면서, 정재형을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외에 진해거담제 CF를 꿰찰 수 있는 '가래요정'이나 비뇨기과 모델로 낙점될 수 있는 '예민한 방광'의 콘셉트 등, 그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탐날 정도로 많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능 방송인, 정재형의 '포텐'이 터지기 전에는 그를 프랑스로 돌려보낼 수 없다.

 가수 겸 작곡가인 정재형이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2011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인 정재형이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2011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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