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Castle Rock Entertainment

이성 간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관객들에게 제기했던 문제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들은 '존재할 수 없다'로 결론을 맺는데, 아마 많은 이들에게 실제로 물어보면 그 답은 반반으로 갈릴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노골적인 질문으로 바꾸면 대답은 어떻게 변할까?

그냥 아는 사이로 만난 남녀가 잠자리를 갖기로 한다. 그런 후에 어느 한 쪽도 마음의 변함없이 관계를 지속시키기로 한다. 단지 우정일 뿐, 사랑은 없다. 이것은 가능할까?

이 질문을 던지는 로맨틱 코미디가 등장했다. 영화가 나오면서 몇 번의 열애설에 휩싸였지만 영화에서처럼 '그냥 친구'임을 강조하곤 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의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다.

하는 순간 우정은 끝이다!

아트디렉터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은 헤드헌터 제이미(밀라 쿠니스)의 제안으로 뉴욕의 GQ 아트디렉터 자리에 앉게 된다. 뉴욕이 익숙하지 않은 딜런은 제이미의 도움을 받으면서, 늘 유쾌한 제이미는 그런 딜런을 재밌어하며 둘은 가까워진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둘은 점차 가까워져 친구가 된다. 이미 사랑에 쓰디쓴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연애는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 가까워진다. 그러나 둘 모두에게 연애는 아쉽지 않지만, 잠자리는 아쉽다.

그러던 딜런과 제이미는 서로 계약을 맺는다. 함께 잠자리를 갖되 다른 감정을 갖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잠자리를 가진 후에도 어색함 없이 친구로서의 관계는 유지하기로 한 두 사람은 그 날부터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기 시작한다.

유쾌하거나 혹은 심심하거나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Castle Rock Entertainment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노골적이다. 이성 간에 우정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좀 더 발전해 잠자리를 가진 후에도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에 대해 묻고 있고, 이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아마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사람이 있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보수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쿨한 딜런과 제이미처럼 쿨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그래서 영화는 유쾌하다. 유쾌한 성격으로 항상 웃는 제이미와 나름 귀여운 남자의 표본을 보여주는 딜런 덕분에 유쾌한 것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쿨한 요즘 젊은 세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서 유쾌한 것이다.

그러나 심심한 구석도 있다. 분명히 노골적인 부분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기존에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보는 내내 많은 영화들이 겹친다. 제이크 질렌할, 앤 헤서웨이의 <러브 & 드럭스>에서 본 듯한 장면과 에쉬튼 커처, 나탈리 포트만의 <친구와 연인사이>에서 느낀 듯한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비슷비슷한 할리우드표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쿨하게 시작해 잠자리를 가진 후 점차 서로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 기존 영화들과 차이가 없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앞서 언급한 비슷한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들보다는 좀 더 쿨한 면이 있지만, 어쨌든 후반부로 갈수록 진부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유쾌했던 것이 심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뜨겁지도, 웃기지도 않은 밋밋한 느낌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Castle Rock Entertainment


그리고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유머다. 분명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속하지만 코미디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웃긴 장면이 거의 없다. 미국식 농담이 크게 와닿지도 않거니와 몸으로 보여주는 개그나 말장난도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유쾌함은 있지만 웃음은 적다. 이것이 <프렌즈 위드 베네핏>의 분위기를 말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인 듯하다.

그리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답게, 영화 자체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답게 몇몇 베드신이 등장하지만, 뜨겁다고 느껴지지는 않아 심심하게 느껴지는 구석도 있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딜런과 제이미의 잠자리마저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들의 베드신은 진지하지도 않고, 분위기가 있지도 않다. 계속해서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그 말을 물고 늘어지면서 말장난을 하는 장면들이 스피디하게 지나가면서 고스란히 유쾌함을 느끼도록 한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장면이 야하다기보다는 그들이 나누는 대사가 야한 편이다.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기하는 딜런은 귀여운 남자 그대로를 잘 표현해주고 있지만, 보통 로맨틱 코미디 속 남자 주인공치고는 콕 집어낼 수 있는 매력이 적다.

밀라 쿠니스가 연기한 제이미도 마찬가지다. 사랑스러운 면보다는 유쾌한 면이 많은 제이미는 나름의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캐릭터고 딱히 매력을 발산하는 장면이 없어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재미있는 것은 임팩트 강한 조연 캐릭터다. 그러나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는 조연이 너무나도 약하다. 눈에 들어오는 조연이 없고, 그나마 GQ에서 딜런을 쫓아다니는 게이 동료가 있지만 그 역시 강한 한 방이 없다.

색다른 만남, 색다른 장면은 새로워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Castle Rock Entertainment


물론 이 영화에 새로움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존 비슷한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를 답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색다른 점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우선 색다른 만남이다. 보통 아는 친구에서부터 시작하거나 우연적으로 만나 관계를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일적으로 만난 사이로 시작한다. 이 또한 우연이긴 하지만, 헤드헌터인 여자와 그 여자가 제안하는 자리를 수락하는 남자라는 점은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시작이다.

그리고 색다른 베드신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잠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그 과정에서 쿨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장면들은 기존 섹시 코미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색다른 장면들이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고백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하는 늘 등장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고리타분한 것은 있지만,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플래시 몹을 이용해 나름 로맨틱하게 고백하는 장면이 등장해 새로움을 주기도 한다.

동성 친구와 보면 더 재미있을 영화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Castle Rock Entertainment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이성 친구와 보기보다는 동성 친구와 보는 것이 더 재밌을 수 있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영화를 보고 나와 '이성 간의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 '이성 친구와 잠자리를 갖고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섹시한 남자하면 떠오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수시로 영화에서 단단한 몸매를 노출해주니 여자 관객들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좋고, 밀라 쿠니스 또한 볼륨감있는 몸매를 수시로 노출해주니 남자 관객들은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한바탕 즐겁게 웃고 싶어서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보려고 한다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달달하면서도 유쾌한 로맨스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기나긴 엔딩 크레딧이 완전하게 끝나면 상당히 짧은 보너스 영상이 등장한다.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상이기에 끝까지 앉아서 보라고 권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기를 바란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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