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는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 경주 답사여행에 멘토로 참가했다.

유홍준 교수는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 경주 답사여행에 멘토로 참가했다. ⓒ KBS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나온 사람 중 경주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가봤지만 아무도 제대로 본 적 없던 경주. 지난주 KBS 2TV <1박2일> 경주 답사여행 편은 친구들과 선생님 몰래 맥주를 들여와 홀짝이거나 밤새 베개 싸움하다 벌섰던 기억 따위만 있던 내 허접했던 경주 수학여행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왜 저곳에 가서 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왔을까, 왜 그때는 유홍준 교수처럼 재밌고 다정하게 역사이야기를 들려주실 선생님이 없었을까?

신라인들의 디테일을 보는 재미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수학여행은 무조건 경주 아니면 설악산이었기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두 번이나 갔다. 그럼에도 왜 그때 내 눈에는 경주 남산의 큰 바위 하나하나에 남아 있는 신라인들의 채굴흔적, 버선코를 닮은 불국사 계단 장식이나 물결을 닮은 처마장식도 띄지 않았던 것일까?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유 교수의 가르침에 무심코 지나쳤던 문화재에도 신라인들의 디테일을 깨달으니 경주의 모든 것이 더 새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유 교수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와 미션을 반복하며 배우는 새로운 지식. 알차고 유익한 정보들로 가득 찼던 이번 방송은 그저 먹기 위해, 편히 자기 위해 의미 없는 복불복과 미션을 반복하던 <1박2일>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을 다시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1박2일> 꼭 종영해야 하나요?

100번째 여행을 마친 <1박2일>이지만 100번의 여행 버라이어티를 방영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지리산 종주나, 백두산 여행 등 의미 있는 여행들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저 복불복으로 굶주린 그들의 아우성이나, 편안한 잠자리를 얻기 위한 게임만 준비된다면 여행지가 어디든 상관없어 보였던 것이 사실 아니었던가. 마치 밤새워 마실 소주와 이슬 피할 천장만 있다면 강촌이든 가평이든 상관없는 대학생들의 MT처럼 말이다.

 100번 째 여행을 마친 <1박2일> 경주 답사여행 편

100번 째 여행을 마친 <1박2일> 경주 답사여행 편 ⓒ KBS


이번 답사여행이 인상깊었던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1박2일>이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게 되었다는 점에서다. 강호동 없는 복불복 여행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1박2일>이라면 지금의 멤버들만으로도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것도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다.

강호동이 세금관련 문제로 하차하기 전, 이미 <1박2일>이 종영되기로 결정됐었기는 했지만, 그것도 강호동이 하차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마 제작진도 강호동 없는 <1박2일>을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강호동의 하차를 프로그램 종영으로 직결시킨 것일 게다.

하지만 더이상 복불복에 목매지 않고 여행 자체에서 재미를 뽑아내는 여행 버라이어티라면 지금 멤버들의 여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강호동 없는 복불복여행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1박2일>이라면 굳이 종영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1박2일>의 진화가 반가운 시청자는 다가오는 이별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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