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이 17일 첫 방송됐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첫 회는 전국기준 12.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이 17일 첫 방송됐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첫 회는 전국기준 12.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SBS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작명 공식을 보고 문영남의 드라마임을 알듯이, 소설에나 나올법한 긴 대사를 막힘없이 내뱉는 배우들을 보며 김수현의 드라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김수현 작가가 <내 남자의 여자>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멜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17일 첫 방송됐다. 결혼할 여자가 있는 지형(김래원 분)과 그를 몰래 만나온 서연(수애 분)의 사랑이 드디어 임박한 결혼식으로 끝을 맺게 되는 상황이 그려졌다.

첫 회부터 가장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는 사람은 여주인공 수애였다. 중저음에 느린 말투와 온화한 이미지가 특징이던 수애는 김수현의 극본을 만나 말이 많고 빨라지고 적당히 욕심 있는 여자가 됐다. <천일의 약속> 제작발표회 당시 수애는 "극 중 캐릭터의 느낌을 이어가기 위해 평상시에도 서연처럼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애가 연기하는 서연의 대사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배우와 밀착되지 않아 보인다. 극 중 연인인 서연과 지형이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관객을 두고 연극을 하는 것처럼 과장됐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애가 아닌 김희애(<내 남자의 여자>)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자 앞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태연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 사정없이 가슴을 치며 목으로 올라오는 눈물을 삼키는 서연의 모습은 1회의 명장면이라고 꼽을 만큼 훌륭했다. 김수현의 드라마가 가진 흡인력이 비단 한 호흡에 다 담기도 어려운 명대사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세상이 모두 '나쁜 여자'라 손가락질 하는 여자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김수현식 멜로 드라마의 시각과 일치한다. <불꽃> <내 남자의 여자> 등에서 막장 드라마의 소재인 불륜을 그리면서도, '불륜녀'를 모든 죄악을 가진 듯한 악역으로 치부하지 않았던 특징이 <천일의 약속>에도 담겨 있었다. 수애에게서 김희애가 보이는 것은 이런 연장선상의 특정한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소한 <천일의 약속>은 악녀를 처단하기 위해 권선징악으로 달려가는 빤한 불륜 드라마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자존심이 센 여자, 빠듯한 살림에도 고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노심초사했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그녀가 사랑을 잃고,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의 엄청난 상실감은 앞으로 이 드라마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리움이 없으면 그건 단지 기억이지, 추억이 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서연에게는 점점 기억도, 추억도 남지 않을 것이기에 더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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