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최강희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태어났다. 생일 선물과 어린이날 선물은 '퉁'쳐서 한 번만 받았다. 심지어 '어린이날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초등학교 때 개교기념일이 5월 4일이라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받지 못했다. 대신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어린이처럼 어려 보이는 얼굴을 선물 받았다. 이런 표현은 없겠지만, 생일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보스를 지켜라>가 끝난 뒤 만난 그는 머리를 짧게 잘라서인지 노은설에서 다시 최강희로 돌아와 있었다. "길러보고 싶은데 자르는 게 너무 좋다"는 그는 마치 죽은 잎을 떼 내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위 소리가 좋아서 조금씩 자주 커트를 한다. 그렇게 짧은 머리를 하고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최강희를 5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목소리 크고 사고치는 노은설, 힘든 캐릭터였죠"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스를 지켜라>를 끝낸 최강희는 "내일부터 늦잠을 잘 수 있다"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친구가 많이 생긴 후로는 쉴 때가 더 바쁘다고. 송은이부터 시작해 방송 하면서 사귄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 이정민

10월 1일, 최강희는 트위터에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은설아..."라고 호젓이 적었다. <보스를 지켜라>가 종영한 지 이틀만이다. 쫑파티에서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부둥켜안고 울고불고할 때는 별로 슬프지 않아서 불안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며칠 지나 그리움이 밀려들었다고. 은설이를 떠올릴 때 아직도 눈빛이 아른거리는 최강희는 "그리움을 인터뷰로 털어버려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사실 <보스를 지켜라>의 노은설은 최강희에게 그다지 좋을 것도 없는 캐릭터였다. 학창시절 '껌 좀 씹던' 날라리 출신으로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하이힐을 자연스럽게 무기로 사용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가 오너로 있는 회사의 내부고발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말이 좋아 씩씩하지, 참으로 몸뚱이가 피곤한 삶이다.

"노은설이 목소리도 크고, 뒷일 생각 안 하고 사고 벌이니까 걔의 몸을 연기하는 나는 엄청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몹시 그립고, 보고 싶고, 은설이가 내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특히 (차지헌(지성 분)과 헤어져 비서를 그만두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신에서 은설이에게 반했어요. 어디 처박혀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마성의 여자'답게 그곳 아저씨들과도 씩씩하게 잘 지내잖아요. 그 아이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았어요."

마냥 밝은 캐릭터만도 아니었다. 차지헌과의 이별 후, 집에 돌아온 그는 어이없게도 펭귄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도중 펑펑 운다. "얼음 위에서 안 넘어지고 지탱하고 서 있는 데만 체력의 70%를 쓰는 펭귄이 너무 불쌍하잖아"라면서. 실제로 최강희는 이 장면을 촬영하며 노은설의 감정에 이입해 서럽게 울었다. 그는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해 안 되던 게 리허설 할 때 몰입이 돼서 눈물이 막 나더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은설이는 아마도 (이별 후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그래서 핑계 삼아 운 게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강희는 2009년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사진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의 10년치 일기에서 10분의 1을 추려 낸 것이다. 또 다른 출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때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로 또 내고 싶지는 않다"며 "점점 뭔가를 기록으로 안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 이정민


"비교할 수 없이 멋진 두 남자의 사랑? 끔찍해요"

이런 의외의 장면에서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이 권기정 작가의 힘일까? 최강희에게도 이렇게 캐릭터를 떠나보내기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란다. 손정현 PD가 그의 고충을 먼저 눈치채고 전화를 걸어왔다. 최강희는 "감독님, 이 드라마 왜 이래요? 저 십몇 년 연기했는데 드라마가 뭐라고"라는 말을 되뇔 수밖에 없었다. 손 PD는 "응~ 권 작가 작품이 원래 그래, 이미연 씨도 <사랑에 미치다>때 힘들었대"라며 위로했다고.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책 좋아하는 최강희는 요새 "읽고 있는 책도 없고, 보고 싶은 영화도 없다"고 말했다. 그를 아이슬란드까지 떠나게 했던 뮤지션 '시규어 로스'의 곡도 요즘에는 잘 듣지 않는다고. 다만 그는 "남해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 이정민

"현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판타지여서. 행복도, 슬픔도, 씁쓸함도 아니고 그립고 아련한 것 같아요. 현실에 우주돌멩이(극 중 차지헌이 노은설에게 반했을 때 대뇌 변연계의 편도핵에 박힌 물질)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노은설의 안부가 궁금하고 그래요. 찍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녀가 있어서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구나.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온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엄연히 노은설은 최강희와 다르다. 은설이와 닮은 점을 묻는 말에 최강희는 안 닮은 점만 이야기했다. "나는 포기가 엄청 빨라서 회사도 진작 때려치웠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에게 노은설은 너무 정의로워서 피곤한 인생.

게다가 허우대 멀쩡하고 돈 많은 두 명의 '차 본부장'들, 최강희 표현대로라면 비교할 수 없이 멋진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상황은 그야말로 "끔찍하다"고. 그뿐인가. 그는 마지막회에서 여배우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웨딩드레스도 입기 싫었다고 고백했다. 극 중 노은설은 차지헌과 결혼하며 행복해했지만, 최강희는 "짝 없는 웨딩드레스는 슬픔"이라는 걸 알게 됐단다. 그는 "연애를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면서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쿨'하게 말했다.

욕심 없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단 하나

최강희는 주도면밀하게 있는 척하는 사람도, 예쁜 척을 하는 배우도 아니다. 코디가 "언니,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하고 가려줄 정도로 아무데서나 앉아 있고, 잘 잔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소소한 행복'을 묻자 고작 "내일부터 늦잠을 잘 수 있는 것"이란다. 편안한 연기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는 "너무 예쁘지 않은 내 얼굴이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고 답한다. 다른 배우에게 대본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욕심도 없다.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노은설 역을 맡았던 배우 최강희가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강희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의 비결을 묻자 "내 얼굴이 주는 편안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이유도 특징이 강하지 않은 외모 덕분(?)이라고. 하지만 '최강희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 이정민


욕심이 없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동력이 있다면, 그건 팬들이다. 최강희는 "눈물이 별로 없는데, 팬들이 나를 걱정하고 심지어 나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내 마음을 알아주면 감동받아 울기도 해요"라고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에게 팬들은 연기하면서 필요한 책임감을 만들어주는 존재다.

"아마도 연기를 안 했으면 백수가 됐을 것"이라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 최강희에게 연기는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 그런 최강희를 계속 연기하게 하는 고마운 팬들에게 그의 마음을 전달할 구절을 발견했다. '사소한 그의 소소한 행복' 안에서.

"나, 행복해, 라고 말해야 할지. 실은 행복하고 싶을 뿐이야, 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망설이다 던져버린 행복하자. 행복해주세요."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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