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고영욱 부스스한 머리, 커다란 뿔테 안경, 녹색 추리닝으로 완전무장했다.

▲ 고시생 고영욱 부스스한 머리, 커다란 뿔테 안경, 녹색 추리닝으로 완전무장했다. ⓒ 초록뱀미디어


고영욱을 아시나요?

요즘 그에 대해 설명하려면 '촤아~'하고 이현우 성대모사를 하거나 '고앵욱, 너 양아치니?'라고 새된 목소리로 김지현 흉내를 내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잘나가던 룰라의 멤버로 아이돌 스타였지만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룰라 후일담'을 박리다매하며 간간히 웃음을 선사하고 있죠. 룰라 전담 위키리크스 노릇이 주특기라면 주특기였죠.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 고시원에 사는 찌질한 고시생 역할로 연기에 도전한 것이죠. 그는 <하이킥3>에 출연이 결정된 후 <라디오 스타>나 <세바퀴>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석규 성대모사를 겸해 '그저 연기에 온힘을 쏟아야죠!'라며 장난스럽게 연기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잘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요새의 토크 위주 예능에서 몇 마디 말로 웃기는 것과 연기로 웃음을 주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요.

야, 고앵욱! 너 배우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아주 잘했습니다. '야, 고앵욱! 너 배우니?' 그를 양아치라 부르던 김지현도 아마 이렇게 칭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현우라면 이렇게 말했겠죠. '이 친구 재주가 있네요. 저보다 잘해요! 촤아~'

<하이킥3>에는 신인 연기자가 꽤 많이 나옵니다. 특히 가수 출신이 네 명이나 나오죠. 이적, 윤건, 강승윤, 그리고 고영욱. 이중에서 이적이 가장 먼저 시청자와 만나고 그 다음이 고영욱이었습니다. 이적 역시 그리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고영욱의 찌질한 고시생 연기에는 미치지 못했어요. 뭐랄까요? 이적이 기대만큼 잘했다면 고영욱은 예상외로 뛰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영욱의 첫 등장 고시생 고영욱은 냉장고에 넣어둔 쇠고기 장조림이 반이나 없어지자 화를 참지 못한다.

▲ 고영욱의 첫 등장 고시생 고영욱은 냉장고에 넣어둔 쇠고기 장조림이 반이나 없어지자 화를 참지 못한다. ⓒ 한재연


잠시 고영욱의 첫 등장을 찬찬히 들여다볼까요? 고시원 냉장고에 넣어둔 쇠고기 장조림이 반이나 없어졌다고 그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그의 옆에는 보조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그는 "나랏일 할 사람이 이런 일에 화내면 되냐?"고 말리지만 "이게 보통 일이냐!" "다른 것도 아니고 쇠고기 장조림이라구. 쇠고기 장조림!" 하며 분을 삭히지 못합니다. 그 다음에는 백진희 옷에 묻은 얼룩을 장조림 국물이 아니냐고 따지기 시작합니다. 약간 야릇한 자세가 연출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쇠고기 장조림 냄새인지 아닌지 따지기 여념 없습니다.

고영욱은 이 첫 장면에서부터 완전하게 역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저 비전문 연기자의 성실한 연기가 아니었죠. 그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했습니다. 자신의 연기에 어색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점은 체육 교사로 나오는 서지석과 비교해보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약간의 주저함과 그것을 만회하려는 표현의 과장이 서지석에게는 과제입니다. 그에 비해 고영욱은 주저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트레이닝을 날개 삼아 훨훨

진짜 코미디 연기를 하는 배우는 웃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절실한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을 뿐이죠. 고영욱은 애타게 쇠고기 장조림을 잘 찾았습니다. 결코 웃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하이킥3>은 이 시대 무너져버린 중산층과 젊은이들이 벌이는 패자부활전이라고 합니다. 고영욱 역시 고시생 트레이닝을 날개 삼아서 훨훨 도약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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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강사입니다. 공저로 <문학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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