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의 한 청년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오른쪽 손에 탈부착 가능한 깁스를 한 채였다. 이른 새벽 촬영이 끝난 터라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2010년 시청률 50%에 육박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이어 KBS 2TV <오작교 형제들>에서 주연을 꿰찬 배우 주원(본명 문준원, 25)이다.

"구마준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았다"

 배우 주원


<오작교형제들> 출연

<오작교형제들> 출연해 황태희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주원. <오마이스타>와 인터뷰 전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민원기


첫 방송부터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오작교 형제들>. 주원은 황씨 가문의 셋째이자 형사인 황태희 역을 맡았다. 50부작 중 불과 10회 남짓 전파를 탄 터라 주원을 '황태희'보다는 '구마준'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고.

"<제빵왕 김탁구>가 드라마 첫 작품이었어요. 시청률 50%를 넘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대단한 거였구나' 싶더라고요. <김탁구>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절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마준이'라고 하세요. 마준이를 떨쳐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었느냐고요? 전 마준이에서 크게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지 않아요. 다른 작품이 들어왔을 때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죠."

8월 27일, 28일 방송에서는 형 황태범(류수영 분)과의 갈등이 그려졌다. 황태희가 수사하던 백자은(유이 분)의 대학 부정입학 자료를 본 기자 황태범이 이를 보도해버린 것. 주원은 "'형제'라는 관계보다 경찰과 기자의 입장이었다"며 "그래도 형제가 아니었다면 더욱 심하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본을 보고 류수영 형에게 '그래도 내가 형을 좋아하나 봐'하고 말했어요. 형을 때리지도, 건들지도 못하고 그저 화를 내며 벽만 쳤잖아요."

주원 직접 밝힌 <오작교> 황태희 VS 인간 주원

 배우 주원
 

<오작교형제들> 출연

훤칠한 키에 시원한 눈매. 연기도 그만큼 시원시원한 주원. 동료 연예인 유이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민원기


황태희는 출생의 비밀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에 주원은 "오히려 경찰서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기에 애매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왜 황태희가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형사로서의 거친 모습은 실제 저와 완전히 달라요.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하는 태희의 모습에서는 실제 제가 많이 보여요. 저 역시 어른을 깍듯하게 공경하는 편이거든요. 방송이 나가고 친척 누나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할머니께 하는 건 딱 너다'고 하더라고요."

'바른 생활 청년'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주원은 "꼭 그런 건 아니다"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옆에 앉은 관계자들은 "술도 잘 못 마시면서"라고 응수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연극부에 빠져 연예계에 입문했던 것이 부모님께 한 가장 큰 반항이자 대립이었다는 주원. 그는 "술 대신 커피를 좋아한다"며 "마음이 차분해져 커피 없이는 못 살 것 같다"고 커피 예찬론을 펼쳤다. 600mL에 가까운 잔으로 하루에 6잔 정도 마신단다.

"유이 불쌍해 죽겠다..안쓰러워"

황태희의 내면에서는 "농장을 되찾겠다"고 자신의 집을 찾은 자은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오작교 농장'에서도 쫓겨나고 설상가상 부정입학 루머에 휩싸인 자은은 학교에서 날계란을 맞는 신세가 됐다.

주원과 유이는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지만 사실 학교(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선후배 사이다. 주원은 "자은이가 불쌍해 죽겠다"며 "부모님(백일섭, 김자옥)도 굉장히 안쓰러워한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자은이를) 빨리 보듬어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작가님은 초반에 자은이에게 많은 딜레마를 주는 것 같아요. 나중에 딜레마가 하나씩 풀어지는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으니까요. 태희와 자은이의 러브라인이 점차 전개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더욱 로맨틱하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나중에 더 큰 재미는 있겠지만 지금은 굉장히 안쓰럽네요."

하루 24시간 연기에 몰두하고 있는 주원은 "같이 연기하는 선생님, 선배들을 보면 '내가 인복이 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50부작이 끝나면 인간적으로나 배우로서나 얼마나 성장했을지, <오작교 형제들> 가족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된다"고 방긋 웃었다.

"무대 위 희열, 말로 표현 못 해..연기력 쌓아 돌아갈 것"

 배우 주원

드라마<오작교형제들> 출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원. 걸어온 자취 만큼이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 민원기


2010년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지만 주원은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부터 <그리스><싱글즈> 등을 거쳐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까지 두루 섭렵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계속 무대에 설 계획도 있는 것일까?

"당연히 있죠. 무대는 항상 그리워요. 버릴 수 없는 공간이죠. 방송은 쉬는 시간이 있지만 공연은 쉬지 않고 2시간을 쭉 가요. 끝나고 나서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에 끝났을 때의 느낌은 굉장해요."

그는 얼마 전, 지인이 차린 극단의 연극을 봤다고 했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주원에게 그들은 "그때 되면 네 인기 덕도 보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더 하다 오라"고 했다고.

"이왕 방송, 영화 쪽으로 간 것, 더 하다 와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하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돌아가야겠다 싶어요. 무대는 100% 노출되는 곳이기 때문에 연기력을 더 쌓아서 돌아가야죠."

"헤어 스타일을 바꿨더니 어색하다"고 연신 수줍어하면서도 반짝이는 눈망울은 숨길 수가 없었다. 발음 따로 감정 따로가 아닌, 선생님들처럼 연기를 즐기고 싶다는 바람을 위한 그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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