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팩 팀 주장 홍승우씨 핸드폰이죠?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네.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응급환자 후송 중입니다. 이따가 전화드리겠습니다."

대회 하루 전, 전화 인터뷰를 위해 홍승우 소방교(33)에게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바쁜 업무 때문에 통화 자체가 힘들었다. 간신히 통화가 연결됐을 때 그는 구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 안에 있었다. 그는 화재나 응급상황에서 인명을 구하는 파주 광탄119안전센터 소속 소방대원이다. 소방대원으로 구성된 팀이 제9회 전국직장인 족구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도한 전화인터뷰는 결국 '거절'당한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고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가 후원한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직장인 족구대회가 3일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4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대회 규모에 걸맞게 족구 동호인이라면 평소 들어봤음직한 전국 일반부 8강에 드는 팀들도 다수 참여해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화재와도 싸우는 소방대원팀 '스팀팩', 상대팀 실력 확인 하고는 잔뜩 긴장해

 파주 지역 소방대원 족구모임 '스팀팩'

파주 지역 소방대원 족구모임 '스팀팩' ⓒ 이정환


개회식 시작 전, 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팀들이 몸 풀기 운동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 와중에 각 팀들의 휴식처로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작전회의가 한창인 한 팀을 만났다. 구릿빛 피부, 건장한 체격의 사내 네 명(홍승우, 박지군, 박진수, 강병도)으로 구성된 스팀팩 팀이다. "팀원 모두가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오전 7시까지 근무를 하고 이곳을 찾았다"는 스팀팩 선수들 모두 파주에 위치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팀원들 모두 파주지역 소방서에서 근무하지만 각자가 근무하는 119안전센터끼리 거리가 있어 자주 모여 연습하기 어렵다고 한다. 박지군 소방교(파주 광탄119안전센터)는 "격일로 근무하니 평소엔 비번인 날에나 근무교대 후에 모여 발을 맞추는데 자주 연습하지는 못 했다"고 말했다.

처음 전국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작전을 물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홍승우 소방교는 "별다른 작전은 없다. 우린 팀워크를 바탕으로 파이팅 하는 것이 작전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예선에서 맞붙을 상대팀을 확인하고 오더니 "10점만 얻어도 우리는 성공한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스팀팩팀의 상대는 전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서울 명성족구단'과 '화정족구회'. 첫 게임을 향해 코트로 나서는 팀원들의 얼굴은 잔뜩 긴장돼 있었다.

예선 두 경기 모두 졌지만 그래도 팀워크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 참가한 '스팀팩' 선수들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 참가한 '스팀팩' 선수들 ⓒ 이정환


서울 명성과의 첫 게임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반엔 서로 매서운 공격을 주고받던 팽팽한 경기 분위기는 서울 명성족구단 김현수 선수의 넘어차기 공격 이후 서울 명성 쪽으로 넘어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경기 흐름을 가져오려고 스팀팩팀 공격수 박지군 소방교(파주 광탄119안전센터·33)가 날카로운 공격을 해도 서울 명성으로 넘어간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 명성'과의 첫 번째 경기는 8:21, 서울 명성족구단의 승리로 끝났다.

화정족구회와 펼친 두 번째 경기에서 스팀팩은 비로소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서브 실책으로 화정족구회에 1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상대팀의 실책을 유도해 1:1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화정족구회의 매서운 공격도 척척 받아내며 역공으로 점수를 쌓았다. 스팀팩의 점수판이 넘어갈 때마다 팀원들 얼굴에선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은 스팀팩이 연달아 저지른 실책으로 7:12까지 벌어졌다. 팀워크가 발휘된 것일까? 12:13까지 바짝 쫓아가나 싶었으나 결국 14:21, 화정족구회에 7점차로 패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홍 소방교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비록 게임에서는 졌지만 우리 팀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는 출동대기에 훈련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그들 

 '스팀팩'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상대편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팀팩'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상대편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정환


예선 두 경기를 모두 마친 스팀팩의 팀원들은 다시 소방대원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박지군 소방교는 "하루에 평균 8~10차례, 많을 때는 20차례까지 계속되는 화재진압이나 구급환자 후송으로 소방대원들은 정신없이 바쁠 때가 많다"고 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8시 30분까지, 꼬박 하루 동안 화재진압부터 응급환자 후송까지 그들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거기다가 지금은 1년에 한 차례 전국의 소방서를 대상으로 개최되는 소방전술대회를 앞둔 상황이다. 소방전술 경연대회는 현장에 강하고 능력 있는 소방대원을 양성하고, 급박한 화재 상황에서도 전술적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열리는 대회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소방대원들은 귀중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팀팩 팀원들도 예외가 없었다. 대회를 마치고 각자의 근무지로 돌아가면 경기지역 선발전을 대비한 훈련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 시작 전 홍승우 소방교에게 "대회 도중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농담삼아 물었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응하던 홍 소방교의 눈빛이 순간 진지하게 변했다. "응급환자가 더 우선"이라는 홍 소방교는 "우리 팀 경기를 멈추고서라도 달려가 응급처치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애드팀, 창단 후 첫 우승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울에드'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울에드' ⓒ 이정환


총 48개팀이 출전한 제9회 오마이뉴스 전국직장인 족구대회 우승은 '서울애드'가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서울애드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경기를 벌인 에버그린이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부천그린과 포인트 푸드가 공동3위를 기록했다. 이날 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서울애드의 전유현(19) 선수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애드와 에버그린의 결승전 경기는 3세트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한 점 내주면 바로 따라붙는 경기가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내내 이어졌다. 서로 한 세트씩 주고 받은 양 팀은 3세트에 들어서도 계속해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막판 10:12으로 점수차를 벌린 서울애드의 분위기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으나 에버그린은 막판 뒷심을 발휘해 다시 점수를 13:13, 그리고 14:14 동점으로 만들었다. 한 차례 공격 성공이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 연이어 2득점을 획득한 서울애드 선수들은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코트에서 우승의 환호성을 질렀다.

대회에 앞서 진행된 개회식에는 박홍섭 마포구청장도 참석해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대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참가팀 모두에게 이번 대회가 즐거운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을 맞이했다.

우승팀 인터뷰 – 김지상(48) 감독
"현재 김포에서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을 데리고 대회에 나왔다. 우선 우승까지 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대회 우승이 우리 팀에게는 첫 우승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 선수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성과 냈으면 좋겠고 다시 한번 오늘 경기에서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예선과 본선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기는 아무래도 에버그린과 맞붙은 결승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끝까지 선수들을 믿었고 그래서 우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회관계자 인터뷰 - 김현석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 심판부장
"갈수록 참여하는 팀들의 실력이 출중해지는 것 같다. 오늘 대회도 뛰어난 실력의 팀들이 맣이 참가해서 성황리에 끝난 것 같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전국 일반부에서도 8강권에 드는 서울애드, 에버그린, 아그레망, 부천그린 등이 참가해서 대회의 수준을 높인 것 같다.

9회 대회까지 진행해온 오마이뉴스의 열의가 대단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족구팀들이 참여할 수 있게 1박 2일 정도의 규모로 더 크게 대회가 개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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