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겨 챔피언 김해진(14) 선수,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대한민국 피겨 챔피언 김해진(14) 선수,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곽진성


지난 2010년 1월 10일 제64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대회 관계자들의 시선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스케이터가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그는 환상적인 점프와 아름다운 연기로 대회 시니어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다음해에도 우승, 2년 연속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올랐다. 이 놀라운 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국가대표 김해진(14) 선수다.

2011년, 김해진 선수는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로 평가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평창 유망주'라는 주위의 관심과 기대가 부담될 법도 했지만 그는 초연했다. 14살 김해진 선수에겐 동계 올림픽 메달보다 더욱 큰 꿈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는 밝은 꿈을 안고 빛나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메달보다 빛나는 열네 살 국가대표 김해진의 꿈

 밤 늦은 한체대 빙상장, 피겨 챔피언 김해진의 열정이 뜨겁다

밤 늦은 한체대 빙상장, 피겨 챔피언 김해진의 열정이 뜨겁다 ⓒ 곽진성

지난 7월 13일 밤 10시. 김해진 선수가 묵묵히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그리고 은반 위에서 힘찬 도약을 시도했다.

은빛 얼음 위에 환상적인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트리플 플립-트리플 토)가 수놓아졌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어려움을 느끼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였다.

안정감 있는 자세와 넓은 비거리의 고난이도 점프에 감탄사가 나왔다. 왜 그가 한국 피겨의 챔피언인지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희망, 자연히 이 어린 스케이터가 펼쳐갈 미래가 궁금해졌다.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개최가 확정된 후, 많은 이들이 피겨스케이터 김해진 선수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의 뒤를 이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의 꿈을 이뤄줄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큰 기대에 대해 김해진 선수는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요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커서 조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웃음) 미래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제겐 소중한 목표가 따로 있거든요."

김해진 선수에겐 올림픽 메달보다 값진 목표가 있었다. 그 꿈, 열네 살 피겨스케이가 가진 비밀스런 꿈이 궁금했다. 조심스레 김해진 선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해진 선수가 소중한 보물 상자를 열 듯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아직은 제 자신이 만족하는 연기를 펼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 자신이 만족하고, 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펼치면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김해진 선수가 점프 도약을 하고 있다

김해진 선수가 점프 도약을 하고 있다 ⓒ 곽진성


꿈을 말한 김해진 선수가 활짝 웃어 보였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14살 피겨 챔피언 김해진. 어린 나이답지 않은 대견한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김해진 선수의 대답에 그저 '금'메달 만을 생각했던, 필자의 과한 욕심이 부끄러워졌다. 열네살 한국 피겨 챔피언은 지금 경쟁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김해진 선수가 생각하는 감동의 연기는 무엇일까. 그는 <키스앤크라이>의 출연 중인 개그맨 김병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피겨 프로그램에서 김병만 아저씨의 찰리 채플린 연기를 보며 감동을 했어요. 당시 아픈 데도 불구하고 표정 연기까지 최선을 다하시더라고요. 평발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발로 피겨를 타기 정말 힘들거든요.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어요."

 연습 도중, 경미한 부상을 당한 김해진 선수, 트레이너 박상현씨가 그런 김해진 선수를 살피고 있다

연습 도중, 경미한 부상을 당한 김해진 선수, 트레이너 박상현씨가 그런 김해진 선수를 살피고 있다 ⓒ 곽진성


아픔을 잊은 열연, 사실 이는 김해진 선수에게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지난 2010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 때가 바로 그랬다. 당시 김해진은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정상적인 스케이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태에서도 김해진 선수는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당시 몸 상태가 안좋아 출전 포기를 고민했지만, 결국 용기를 냈다.

이 대회에서 김해진 선수는 종합점수 80.61점을 받아 28위를 기록했다. 늘 우승권 가까이에 있던 그였기에 이런 낮은 성적이 아쉬울 법도 했다. 자신이 깔끔한 연기를 펼칠 때 받는 140점대 기록에 60점 가까이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김해진 선수는 아쉬움이나 속상함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준비해 왔던 노력이 아까웠기에(웃음) 출전을 감행했어요. 당시 최선을 다해 연기했기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당당한 연기를 꿈꾸는 김해진, 대한민국 피겨 미래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파프리카 싫은 챔피언? 국가대표 언니, 오빠는 너무 좋아!

 밤 늦은 연습에, 김해진 선수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밤 늦은 연습에, 김해진 선수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곽진성


2011년 김해진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제65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지난 1월)에서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종합점수 145.29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010년에 이어 대회 2연패의 기록은 그 중간에 찾아왔던 부상을 극복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 깊었다.

 물을 마시고 있는 김해진 선수, 힘든 연습 중에도 환하게 웃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있는 김해진 선수, 힘든 연습 중에도 환하게 웃고 있다 ⓒ 곽진성

첫 대회를 우승으로 기분좋게 시작한 김해진은 또다른 대회의 선전을 향해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밝은 성격의 김해진 선수는 연습 중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밤 늦은 훈련의 고됨과 신혜숙 코치의 조언에도 싫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야간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같이 훈련하는 '베프' 호정이가 있어서 좋아요.(웃음) 그리고 사실 처음에는 신혜숙 코치님이 무섭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웃음), 생각과 달리 재밌으셔서 좋네요."

13일 밤 12시. 김해진의 '유쾌상쾌' 훈련 스토리는 오늘도 해피엔딩으로 끝이났다. 그런 즐거운 훈련 속에 김해진의 성장세가 눈부셨다. 실력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이처럼 쑥쑥 크는 열네 살 국가대표 김해진은 그맘 때 청소년들답게 좋아하는 음식이 참 많았다. 돼지갈비, 스파게티 등등. 그런데 유독 싫어하는 음식이 하나 있었다. 이유가 재밌었다.

"파프리카를 싫어해요. 이유요? 엄마가 파프리카를 너무 많이 해주세요.(웃음) 감기 걸렸을 때도 파프리카! 볶음밥 할 때도 파프리카! 너무 너무 많이 해주셔서, 파프리카 싫어요."

하지만 파프리카 요리에 어머니 사랑이 듬뿍 담긴 걸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파프리카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음식에는 호불호가 있지만, 김해진 선수의 국가대표 생활은 행복으로 가득 찬 '피겨 앤 스마일'이다. 국가대표 언니, 오빠들, 또 동갑내기 친구들과 즐겁게 훈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민정 언니는 친언니처럼 좋고 재밌어요.(웃음). 미국 전지훈련을 간 민석 오빠도 정말 웃겨요. 민석 오빠네는 어머니도 같이 웃기시고 재밌으세요. 하하 (웃음) 동갑내기 친구들도 다 친해서 재밌어요. 호정, 경아 등과는 같이 비즈 공예를 배우고 있어요."

 밝게 웃는 김해진 선수, 그 웃음만큼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가 밝은 듯 보였다

밝게 웃는 김해진 선수, 그 웃음만큼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가 밝은 듯 보였다 ⓒ 곽진성


행복하고 즐겁게, 은반 위의 14살의 챔피언은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2011년 8월, 김해진은 또 한번의 멋진 비상을 준비 중이다. 8월 3일, 4일 태릉에서 펼쳐지는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이 바로 그 무대.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든다면, 김해진 선수는 2010년에 이어 또 한번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0년 부상으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한 김해진 선수에게, 2011년 그랑프리 무대는 소중한 꿈을 펼칠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14살, 한국 피겨 챔피언은 당당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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