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날의 꿈>안재훈 감독님

<소중한 날의 꿈>안재훈 감독님 ⓒ 황홍선


사실 <소중한 날의 꿈> 인터뷰는 6월 초 언론 시사회 때 하려고 했습니다. 그때는 이 영화에 목소리로 출연한 박신혜씨와 송창의씨도 함께 인터뷰하려 했는데 일정의 혼선이 생겨 제가 펑크(?)를 냈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감독님만이라도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17일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든 서울 종로구 이화동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6월 초에는 이슈가 될 수 있는 박신혜씨와 송창의씨와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기에 기대가 컸는데, 이번에는 안재훈 감독님만 만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친 지금,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못 들 정도입니다. 안재훈 감독님과의 인터뷰는 <소중한 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 이상으로 제게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 드디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언론 시사회, VIP 시사회까지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반응은 괜찮았나요?
"어제(16일)는 부산까지 내려갔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 피규어도 들고. 그런데 들고 가자니 살짝 민망했습니다. (웃음) 그래도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다행입니다."

 감독님은 인터뷰 내내 뭘 그리셨습니다. 알고봤더니 저를 그리고 계셨더라구요.

감독님은 인터뷰 내내 뭘 그리셨습니다. 알고봤더니 저를 그리고 계셨더라구요. ⓒ 황홍선


- 원래 16일 개봉이었는데, 23일로 연기되었더군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상의 문제라기보다는 16일에 워낙 많은 영화들이 개봉해서 극장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20개관, 16일 개봉 때는 60여 개관, 그리고 23일 개봉 때는 100여 개관까지 확보해서 결과적으로 더 좋게 되었어요. 시사회 후 반응들이 좋아서 배급사와 극장주분들도 우리 영화를 응원해주시더라고요."

 이제는 개봉D-1이겠죠?^^

이제는 개봉D-1이겠죠?^^ ⓒ 황홍선


- 스튜디오 이름이 좋아요. "연필과 명상하기".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지었나요?
"1998년 단편 <히치콕의 어떤 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팀원들 몇 명이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 협력하는 곳에 컴퓨터로 변환한 자료를 보내고 있었는데, 상대쪽에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다운받는 시스템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우리 스튜디오 홈페이지가 있어야 하는데, 무슨 이름을 지을까 유치한(?) 고민들을 했습니다.

근데 제가 늘 연필을 가지고 고민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했죠. '연필로 명상하기'. 이름이 참 소박하죠. 그래서 팀원들에게 꾸중(?)도 들었어요. '이름이 단순하다', '글로벌 하지 못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우리 애니메이션이 외국까지 나갈까?" 해서 별 뜻 없이 지었어요."

 그렇게 연필과 명상하기가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연필과 명상하기가 태어났습니다. ⓒ 황홍선


- 그런데 얼마 전 <소중한 날의 꿈>으로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 격인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발'에 경쟁작으로 초청받았잖아요?
"네, 그렇게 되었네요.(웃음) 그런데 안시에 같이 가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한국 애니메이션, 외롭네요.' 왜냐하면 안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축제인데 심사위원들이 프랑스와 일본분들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당연히 저패니매이션이 많이 주목받았고요.

일본은 이렇게 애니메이션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추고 있을 때, 과연 우리들, 한국 애니메이션 선배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내가 앞으로 여기에 올 후배들의 울타리가 됐어야 했는데, 하는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제작기간 11년... 하지만 힘든 것은 '외부의 시선'뿐

- <소중한 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게요. 무려 작화가 10만 장, 제작기간이 11년인데, <해리포터> 영화가 1탄부터 올해 마지막 시리즈까지 나오는 데도 11년 걸렸거든요.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래하시다니, 정말 고된 작업이었을 텐데요. 
"정말 오래했네요. (웃음) 하지만 내부적으로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멋진 작품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하고 큰돈을 벌자는 목표보다 우리의 영화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좋은 표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1년 동안의 작업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외부적인 시선이었습니다.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문화컨텐츠로는 아마 가장 밑바닥일 거예요. 그래서 투자도 안 되고. 정말 많은 제작사들을 만나 미팅을 하였습니다. 역시나 투자사들의 시선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극장판 한국 애니메이션, 아동용도 아니고 특색이 확실한 장르도 아니고. 투자사들이 회사의 운명을 걸고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죠.

그리고 사실 작업도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7년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스태프들에게 그만한 의지를 당부했죠. '지금 우리는 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냄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조금씩 모아놓았던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이런 이야기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죠. 다행히 스태프들 대부분 끝까지 함께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11년동안 작업하면서 메모했던 포스트잇은 작업실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11년동안 작업하면서 메모했던 포스트잇은 작업실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 황홍선


<소중한 날의 꿈>은 희망이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이 되고자 했습니다. 정말 이 작업이 우리의 마지막일 수도 있었고.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절박함이 작업 중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스태프들 대부분 힘들지만 꿈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제가 큰 힘이 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참아내고 꿈을 향해서 달려가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들었습니다."

-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드는데 영향을 받은 작품은 없었나요?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라 자료 조사 작업이 방대했을 거라 생각듭니다.
"저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그림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날의 꿈>은 이런 작업과 완전 반대로 그려야 하는데, 익숙한 버릇을 버리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어떤 특정 작품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우리 팀 스스로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림에서 그림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옛날 앨범, 시대의 주변, 인물들을 실제로 그려봤습니다. 결국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공간과 터전이니까요.

그래서 애니메이터들은 스스로 작품에 대한 경계를 가져야 합니다. 다른 작품들을 볼수록 자신의 그림에 반영이 되거든요. 그리고 그것은 관객들도 알아봅니다. 그림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행동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것이 창작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들을 보고 많이 느꼈어요. 문학 속에 담긴 우리 문화만의 느낌을 <소중한 날의 꿈>에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 애니메이션은 성우의 힘도 크잖아요? <소중한 날의 꿈>은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 박신혜씨와 송창의씨를 캐스팅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들 목소리가 만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파일럿 작업 때는 성우분에게 목소리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완전 캐스팅한 것은 아니고 과연 어떤 목소리가 영화에 어울릴까, 테스트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텔레비전 시리즈와 음악, 녹음 등 많은 작업을 통해 제 청력에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녹음된 소리를 듣고 그것이 <소중한 날의 꿈> 캐릭터와 맞는지 계속 비교 작업을 했죠. 물론 최종 캐스팅된 것은 박신혜씨와 송창의씨지만 이 두 분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성우 지망생, 성우,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모두 녹음해 직접 극장에서 틀고 많은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그러다가 감이 왔습니다.

그래서 전문 성우분과 배우들도 잘 알고 계시는 분에게 캐릭터의 성격을 말하고 목소리를 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물론 일일이 불러 테스트할 수 없으니 목소리 파일만 넘겨 제가 듣고 결과를 말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낭랑함과 가끔 나오는 비음, 캐릭터를 살리는 투덜거림이 생동감 있게 전달되는 박신혜씨를 '이랑'역으로 낙점했습니다.

송창의씨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도 고민을 하였습니다. 중저음 목소리가 극장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고 그저 책을 읽는 것처럼 들렸어요. 하지만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신 분이라 기술적인 면을 커버할 수 있었고, 반나절 동안이나 토할 정도로 송창의씨도 노력하면서 비로소 '철수'의 목소리를 찾았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 스튜디오 녹음은 꽤 엄숙했어요. 왜냐하면 스튜디오에서 좋았던 녹음이 극장에서는 기대보다 못 미칠 때가 많거든요. 아마 <소중한 날의 꿈>처럼 녹음하면서 안 웃은 스튜디오도 없었을 겁니다. (웃음) 하지만 박신혜씨, 송창의씨 두 분 다 녹음할 때 외에도 작업실을 직접 찾아와 우리 팀과 교감을 높였고, 그런 친밀한 감정들이 좋은 목소리로 나온 것 같습니다."

 박신혜씨가 스탭들에게 직접 남김 격려의 글

박신혜씨가 스탭들에게 직접 남김 격려의 글 ⓒ 황홍선


손그림으로 보여주는 '진심의 재미' 위해 2D 선택

- 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중한 날의 꿈>을 봤습니다. 그때도 계속 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개봉판에서 달라진 점은 없나요?
"그때 보셨다면 마치 여자친구의 '생얼'을 본 거랑 같네요. (웃음) 이후 화장 좀 했어요. 색깔 보정을 다시 했고 음악 또한 어레인지를 했으며 성우들 녹음도 다시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나 이야기 편집은 없을 겁니다. 개봉 하면 꼭 보세요."

- <소중한 날의 꿈>은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3D CG 애니메이션이 대세입니다. 작업하면서 3D의 유혹은 없었는지?
"장르가 3D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2D와 3D는 즐기는 방식의 차이일 거라 생각해요. 3D CG가 주는, 과학 기술과 자본이 주는 즐거움, 그걸 <소중한 날의 꿈>에서 하기에는 조금 위험했습니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3D는 실험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완성작을 '실험을 위한 실험'으로 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2D 같은 경우 '손그림'으로 보여주는 진심의 재미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었고요. 즉, 제가 택한 방식은 우리나라의 정서를 표현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펜의 정서가 우리가 느끼는 꿈을 더욱더 우리적 정서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소중한 날의 꿈>을 기다리신 분들이 제 주위에도 많으세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제작 과정을 지켜봤는데, 초반 콘셉트에 비해 완성작의 작화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초반 콘셉트에서 바뀐건지, 아님 원래 이런 의도로 만들 계획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초기<소중한날의 꿈>(좌) 최종완성판<소중한날의 꿈>.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초기<소중한날의 꿈>(좌) 최종완성판<소중한날의 꿈>.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 연필로명상하기


"네, 그건 제가 그림으로 설명해드릴게요. (실제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해주셨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의 캐릭터는 딱히 정해진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태프 모두가 각자의 생각대로 그리면서 출발했어요. 그렇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그런 작업을 반복하다가 지금 같은 복고적인 느낌이 가득한 동그란 캐릭터로 완성되었죠.

그런데 <소중한 날의 꿈> 투자를 위해서 당시 우리가 그리고 있던 버전들을 많은 회사에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 한 회사가 그걸 자신들 회사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를 한 거죠. 한마디로 많은 분들이 보셨던 예전 포스터는 '유출'된 건데, 그야말로 선의의 유출이죠. 오히려 그 유출로 <소중한 날의 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니까요.

다만 그렇게 스타일을 수정해가면서 많은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처음 콘셉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로 계속 발전한다면 3~4년 뒤에 일본 스타일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태프 중 한 분이, '감독님은 연기를 하고 싶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이런 스타일로 가면 CF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될 뿐입니다' 하더군요. 순간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 말 한마디가 <소중한 날의 꿈> 작화를 바꾼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일반화된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따라하지 말고 우리만의 스타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각자의 개성에 맞게끔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의견을 나누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뒤 드디어 CF가 아닌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소중한 날의 꿈>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이런 노력끝에 <소중한날의꿈>캐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노력끝에 <소중한날의꿈>캐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 황홍선


- 그러고 보면 제목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공룡과 나>였는데, <소중한 날의 꿈>으로 바뀌었는데요?
"원래 제목은 <소중한 날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투자받는 과정에서 제목이 평범해서 힘들지 않을까 해서, 우리 영화에 '공룡'이 중요한 의미로 나오기에 <공룡과 나>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식당 아줌마께서 '<소중한 날의 꿈>이 쉽고 좋네?' 하시는 것을 듣고, 비록 특색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목인 <소중한 날의 꿈>으로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영어로 번역할 때는 우리말 <소중한날의 꿈>의 느낌이 나지 않아서 <Dinosaur and I>로 했는데, 제목이 모호하고 마이너틱해서 지금은 <Green day>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

- '연필로 명상하기'의 향후 계획은 어떤지요?
"<소중한 날의 꿈> 작업이 끝나자마자 다음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직업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아니라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의 직업으로 만들 것인가 스태프들과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큰 회사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10년이라는 작업기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해낸 팀이라면 무조건 믿고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조만간 다시 '큰 프로젝트'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EBS와 김영사의 투자를 받아 한국 현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메밀꽃 필 무렵> <소나기> 등을 작업하고 있고, 12월에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소중한 날의 꿈>의 역할이 컸죠.

그래서 <소중한 날의 꿈>이 진심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사람의 손으로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 그 위에서 가치를 발현합니다. 10년 동안 고생했던 우리 스태프들이라면 그런 가치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태프들에게 감사합니다."

 인터뷰 뒤 감독님이 직접 연필과 명상하기 작업실을 구경시켜줬습니다.

인터뷰 뒤 감독님이 직접 연필과 명상하기 작업실을 구경시켜줬습니다. ⓒ 황홍선


- <소중한 날의 꿈>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소중한 날의 꿈>은 영화속 주인공을 응원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는 작품입니다. 극장에서 이랑과 철수의 이야기를 보면, 어릴 때 자기 모습이 옆에 있어 스스로 자신을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또 <소중한 날의 꿈>은 삶의 태도에 대한 영화입니다. 정의를 지키거나 올바른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내 마음가짐, 내 꿈에 대한 태도, 그런 것들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시원한 바람처럼 스쳐가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의 터치가 일상의 소박한 행복이 되고,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인생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네요.

특히 20~30대 젊은이들에게 말하자면, 지금 세상은 올바르게 경쟁을 해도 이길 수 없는 사회인 것 같아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점점 사라지는. 그래서 지금 젊은이들을 보면 안 되는 경쟁에서 힘들게 버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미래의 확정적인 결과를 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리는 게 좋았습니다. 미래의 확정적인 결과만 좇기보다 지금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즐겁게 꿈꾸면서 최선을 다하면 성공과 실패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순간으로도 소중한 그것이 여러분의 '소중한 날의 꿈'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세상의 어떤 직업도 한국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보다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웃음) 이런 우리도 꾸준히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토록 스태프들을 아끼고 걱정해주시는 감독님은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은 모든 대답의 끝에 항상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그저 내 욕심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늘 있었답니다. 설사 자신의 스튜디오를 그만두더라도 후에 잘되어 다시 찾아오면 정말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세상에 이런 CEO(?)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비록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스태프들을 자신의 '소중한 날의 꿈'처럼 생각하는 안재훈 감독님 밑이라 스태프분들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감독님과 같이 고생했던 스탭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은 감독님과 같이 고생했던 스탭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 황홍선


감독님의 말씀을 제가 글에 다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을 정도로 좋은 말씀이 많았습니다. 특히 "희망이 없는 곳에서 우리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아직도 귀에 맴도네요. 23일 개봉하는 <소중한 날의 꿈>. 인터뷰에서도 제가 직접 감독님께 말씀드렸지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말하고 싶네요.

"부디 한국 애니메이션의 소중한 꿈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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