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원석(뒤쪽)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나와 9회초 2아웃에 LG 포수 조인성을 피해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화 정원석(뒤쪽)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나와 9회초 2아웃에 LG 포수 조인성을 피해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 LG 트윈스


프로축구가 승부조작으로 어지러운 사이 프로야구는 오심으로 시끄럽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열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오심한 심판위원 4명에게 9경기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 기간 징계를 받은 심판은 1군은 물론 2군 경기까지 나설 수 없다.

징계를 받은 4명의 심판은 8일 한화-LG전에서 9회 초 2아웃 한화 이대수를 상대하던 LG 투수 임찬규의 부정 투구를 보크로 선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홈으로 들어오는 3루 주자 정원석을 아웃으로 판정하면서 6-5 LG의 1점 차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보크가 아니냐"며 경기장으로 나가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 결과 임찬규가 보크를 했고 홈으로 뛰어든 정원석도 세이프로 보인다는 데 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한 두 가지 오심이 한꺼번에 나온 셈이다.

만약 심판이 임찬규의 보크를 잘 잡아냈다면 3루 주자인 정원석이 진루권을 얻어 한화는 6-6으로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보크를 선언하지 않은 대신 홈으로 들어온 정원석을 제대로 보고 세이프를 선언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징계를 받은 4명의 심판은 경기가 끝나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을 인정했지만 결국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한화 구단은 제소하는 대신 KBO에 강력히 항의하고 오심을 막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쯤 되면 억울하게 진 한화도 답답하지만 오심으로 이긴 LG도 찜찜하다.

심판도 사람이라서 실수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심판도 오심은 잦다. 그러나 4명이나 되는 심판이 두 가지 민감한 상황을 모두 잘못 봤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특히 판정 전문가 4명의 눈이 모두 임찬규의 부정 투구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직무유기에 가깝다.

KBO가 심판에게 내린 9경기 출장정지라는 징계는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나 다름없다. 9경기가 지나고 아무 일 없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프로야구 팬은 안중에도 없는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무거운 징계와 함께 KBO 고위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을 두고 야구를 좋아하는 누리꾼들은 "심판에게 9박 10일 여름휴가를 줬다", "중징계는 중간 수준의 징계냐", "이럴 거면 차라리 징계하지 마라"는 등 비아냥을 하고 있다. 오심이 나오는 과정과 뒤처리가 모두 개운치 않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프로스포츠는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판정 문제가 터졌을 때 모두가 수긍할 만한 뒤처리를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KBO가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프로 스포츠는 인기가 있을 때 늘 위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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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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