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기획부터 제작, 완성까지 총 11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으로 작화 수는 무려 10만장에 달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기획부터 제작, 완성까지 총 11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으로 작화 수는 무려 10만장에 달한다.ⓒ 연필로 명상하기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꼬박 11년이 걸렸다. 옛날 교복을 입은 소녀들을 그린 몇 장의 스틸 이미지만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을 달뜨게 했던 <소중한 날의 꿈>은 2002년 기획돼 2011년에야 완성됐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당시 가편집본으로 다소 길었던 110분의 러닝타임은 후반 수정작업을 거듭해 98분으로 정돈됐다.

총 10만 장의 작화, 11년 동안 공들인 작품을 1시간 30분 만에 '후룩' 봐 버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제작진에 미안한 일이다. 그 정도로 <소중한 날의 꿈>은 장인이 오랜 시간 곱게 우려낸 진국 같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군중 가운데 똑같은 얼굴이 없다. 배경의 구름 한 조각과 풀 한 포기, 등장인물들이 입고 있는 교복의 단추, 절편의 무늬 하나에도 애니메이터의 정교한 손길이 묻어난다. 사소한 소품인 떡의 무늬가 꽃잎이면 어떻고 떡살이면 어떻겠냐마는 그림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는 법이 없는 지극한 정성은 애니메이션이 가진 매력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솔직하고 순박한 에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스튜디오 이름처럼 CG가 아닌 손맛이 깃든 세세한 묘사는 작품의 배경인 1970년대를 재현하면서 빛을 발한다. 빨간 공중전화와 흑백 TV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물건부터 고군분투하던 김일 선수를 향한 응원과 영화 <러브스토리>를 보며 흘리던 눈물, 레코드가게에서 감상에 젖었던 마음까지. 40~50대는 아련하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는 TV로 학습했던 '추억'의 상징들이 사실감 있게 표현돼 있다.

 영화<소중한 날의 꿈>은 누구나 한번씩 경험했던 학창시절의 고민과 '첫사랑'의 애틋한 추억 등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누구나 한번씩 경험했던 학창시절의 고민과 '첫사랑'의 애틋한 추억 등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이 오로지 추억에 기댄 기존의 '복고' 영화와 다른 것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이랑, 철수, 수민 등 3명의 등장 인물의 성장기가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랑은 잘 하는 것이 달리기뿐인 평범한 소녀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신 있었던 달리기에서 다른 아이에게 추월당하자 일부러 넘어지는 쪽을 택한 후로 의기소침해졌다.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철수는 비행 실험을 위해 연을 짊어지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다.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지만 33살에 자살한다며 지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다.

이랑은 엉뚱하지만 순박한 철수에게는 설렘을, 자신감 넘치는 수민 앞에서는 초라함을 느끼며 좌절하지만 그 가운데 조금씩 자라난다. 영화는 3명의 인물이 꾸는 꿈, 그러면서 겪는 성장통 등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보편적인 기억을 불러내는 방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가진 것이 연필과 종이뿐"이라는 스튜디오가 11년 만에 내놓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세련된 기술이 아닌 진심과 노력이 이끌어 가는 영화다. 자극적인 소재나 큰 사건은 없지만 사람과 추억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넘치는 프레임이나 일본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순박함과 솔직함은 이 작품의 장점이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자극와 속도감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에게도 강점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6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소중한 날의 꿈>은 6일 시작된 프랑스의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에도 출품돼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스튜디오 찾아와 열정 보여준 박신혜- 웃음소리로 만장일치 캐스팅 된 송창의
 <소중한 날의 꿈>에서 각각 이랑과 철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박신혜와 송창의가 7일 용산 CGV에서 있었던 시사회에 참석했다.

<소중한 날의 꿈>에서 각각 이랑과 철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박신혜와 송창의가 7일 용산 CGV에서 있었던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노기획


7일 용산 CGV에서 있었던 <소중한 날의 꿈> 시사회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안재훈 감독과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이랑 역의 박신혜와 철수 역의 송창의가 참석했다. 두 배우 모두 애니메이션 더빙은 처음으로 "어려웠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운을 뗐다.

"참여했던 드라마에서 어떤 느낌 때문에 철수로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준비를 많이 했다. 철수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송창의)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근육의 쓰임새가 달라서 입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는데 감독님이 내 입모양에 맞춰 이랑이의 입모양을 바꿔줬다. 새로운 세계를 접해 감사한 경험을 했다"(박신혜)

 박신혜는 영화 같은 첫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소녀 '이랑'역을, 송창의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소심남 '철수' 역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박신혜는 영화 같은 첫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소녀 '이랑'역을, 송창의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소심남 '철수' 역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수년간 이야기나 그림에 공을 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안재훈, 한혜진 공동감독은 목소리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수많은 목소리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음색뿐 아니라 단어 하나의 발음과 느낌까지 고려대상이 됐다. 심지어 작품의 대사와 비슷한 단어들이 있으면 더욱 유심히 들어가며 후보를 좁혀갔다고 하니 그 섬세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다행히 두 배우는 감독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더빙에 임했다. 이랑 역의 박신혜는 스튜디오까지 찾아와 캐릭터를 그려보며 느낌을 찾아갔고, 철수 역의 송창의는 맡은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송창의는 드라마에서 밝게 웃는 목소리 덕분에 스태프들의 만장일치로 철수 역에 캐스팅됐다고.

박신혜와 송창의의 연기는 전문 성우의 노련함과 비교할 수 없지만 순박함이 매력인 영화 속 이랑과 철수의 목소리로는 오히려 잘 어울리는 편이다. 특히 이랑과 철수가 전파상에서 만나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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