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일 오후 2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미나


술시중을 포함한 성접대 제의를 받은 여성 연예인 60.2%.
언어적 성희롱으로서 성적 농담을 들어본 여성 연예인 64.5%.
신체를 만지는 행위를 경험한 여성 연예인 31.5%.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 연예인 21.5%.
그리고 성폭행의 피해를 입은 여성 연예인 6.5%.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한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가 그린 한국 연예계의 현주소다. 물론 한국의 모든 여성연예인을 '전수조사'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있겠지만, 이 조사 결과가 충격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조사를 한 배경에는 그 해 3월 장자연의 죽음이 있었다. 그녀가 목숨을 버리면서 남긴 이야기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카더라'로만 무성했던 이야기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0년 5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를 만들어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연예인들 및 여성연예인 지망생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1일 오후 2시,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술접대 요구받았다면? 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 제시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나

유영숙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재련 변호사,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과 배우 허린이 참석했다.

먼저 발제를 맡은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회 전체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가부장적 구조가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에 의해 (연예계로) 연결된다"며 여성연예인의 성적 인권 침해 유발 구조의 원인으로 캐스팅과 관련된 불투명한 관행, 성접대 관행과 성적 대상화 풍조 및 여성연예인들의 기존 관행에 대한 내면화 등을 꼽았다.

특히 이 연구원은 "연예계에 주요 담론으로 자리 잡은 성접대 관행과 성적 거래를 통한 성공 신화 속에서 여성연예인들은 어떤 시점에서 성적 매력의 상품가치의 담론을 내면화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연구원은 ▲ 연예매니지먼트 사업 진흥법 제정을 통한 다각도의 규제 방안 마련 ▲ 연예인들이 스스로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노조 설립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할 것 ▲ 팬 문화와 보도문화 개선을 꼽았다.

다음으로 발제에 나선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의 제정 목적을 "여성연예인들과 여성연예인 지망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일하는 곳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며 가이드라인이 "이들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담았다"고 자평했다.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여성연예인 및 지망생이 술접대나 성접대를 강요받거나, 노출을 강요받거나,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등의 상황에 놓였을 때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세세히 정의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소장은 "(당사자들이) 깨닫지 못한 상황에서도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가이드라인은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질문과 답변 형식을 빌려 다시 한 번 인권침해 상황과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서 수익모델 부재... 돈 버는 구조 뻔하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배우 허린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설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배우 허린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미나

발제가 끝난 후 벌어진 토론에서 서병기 기자는 "노동자는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구제할 수 있는 여러 법안이 있는데, 여기에 연예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연예매니지먼트 관련 법안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서병기 기자는 "(지금의) 기획사는 (안전한) 수익 모델이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돈 버는 구조가 뻔하다"고 지적하며 '공인 에이전시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TAXI, TAXI'에서 성상납을 하는 여배우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허린씨는 유명 드라마 피디를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성상납' 요구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항상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보람된다고 생각해 돈 때문에 끌려가진 말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그 말을 들으니까 순간 정말 흔들리더라고요. (중략) 얼마 전에 아는 여동생에게 (비슷한 일로) 조언해 주면서, 여태까지 저는 이런 조언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연예인들이 멘토가 되어서, 앞장서서 도움을 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김재련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 (관련) 처벌 규정이 있다"며 형법 303조의 '피감독부녀에 대한 간음죄', 성폭력특례법의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등을 예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특례법에서 '성매매된 자'(피해자) 개념 규정을 두고 있어서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받은 사람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다"라며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객관적 증거 수반이 어려워,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만 있으면 (인권침해) 사실 입증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을 강조해 인권침해 사례가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피해를 알릴 것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가해자 집단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계속 존재해온 법인데도 처벌 의지가 없어 적용하지 않는 것뿐이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여성연예인과 지망생을 지원하고 함께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고 의미라 생각한다"며 "이런 것이 알려짐으로써 (연예계) 관계자들에게도 인식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본보기로 고 장자연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사회적 신뢰도가 형성될 거라 생각한다"며 "끝까지 (고 장자연 사건) 가해자들의 양심이 찔려 편히 잠잘 수 없도록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오는 8일에 가해자들을 시민배심원들이 처벌하는 법정극을 열 것이며, 7월 중순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따라 4년에 한 번씩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한국사회의 성차별 사례에 대한 책임 있는 조사나 진상규명 없었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떠나간 사람은 숙제를 남겨 놓았다. 남은 사람들은 그 숙제를 나누어 풀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마음으로 언젠가 그 숙제를 다 풀어 시간은 흘러가도 사라지지 않는 진실을 밝혀내기를,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서병기 기자는 토론회 말미에 이렇게 말하며 변화의 바람이 계속해서 불기를 희망했다. 

"이 외침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모여서 이야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굉장한 발전이다. 또 좀 지나면 다른 양상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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