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행운의 숫자라 일컫는 7은 안방 팀들에게는 별로 해당 사항이 안 되는 것이었나 보다. 2011 K-리그 7라운드 여덟 경기 중에서 무려 다섯 경기나 안방 팀이 쓴 잔을 마셨다. 그 중에서 수원 선수들이 마신 잔은 더욱 쓰게 느껴졌다.
최진한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는 24일 오후 7시 30분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7라운드 수원 블루윙즈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순위를 7위(12점 4승 3패 8득점 8실점)까지 끌어올렸다.
수원 팬들, 전반전까지만 기억하고 싶지만...
레전드 황선홍 감독을 데려온 포항 스틸러스가 무패(5승 2무 12득점 4실점)의 놀라운 상승세를 타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번 시즌에 유능한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푸른 날개를 다시 펼치려 하는 수원 블루윙즈의 최근 세 경기 결과(2승 1무)도 좋았다. 그래서 이 경기 결과를 기대하며 내심 선두권 도약을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만 좋았다.
경기 전 '김준수, 김현중, 임슬옹, 윤두준' 등의 아이돌 스타들이 주축을 이룬 연예인 축구단 'FC MEN'의 오픈 경기가 열려 인천디자인고 여자축구 선수들을 상대로 5-0의 대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수원 구단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FC MEN은 '매탄고, 매탄중, 리틀윙즈'에 이어 공식적으로 파란 옷을 입고 뛰는 수원 블루윙즈의 다섯 번째 팀이기 때문이다. 여성 팬들을 경기장에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는 구단의 '블루랄라 시즌2'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분위기를 등에 업은 수원 블루윙즈의 본 경기 결과는 나빴다. 우려했던 2010년의 불편한 기억들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2만 명의 안방 팬들은 전반전까지만 기억하고 싶어했다.
26분에 나온 염기훈의 왼발 발리슛은 비록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갔지만 이용래의 재치있는 넘겨주기가 빛났다. 39분과 40분에는 마르셀이 골과 다름없는 장면을 만들어내며 경기장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었다. 비록 상대 문지기 김병지의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오장은의 오른발 돌려차기와 마르셀의 직접 프리킥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경남 FC, 수원 상대로 4연승 기록
전반전에 안방 팀의 매서운 공격을 잘 막아낸 경남 선수들은 후반전에 거짓말처럼 멋진 승리를 엮어냈다. 후반전 시작 후 5분만에 윤빛가람의 오른발에서 넘어간 공이 교체 선수 한경인을 빛냈다. 수원 수비수 양상민이 발을 내뻗으며 막아보려고 했지만 윤빛가람의 패스 수준은 이를 비웃듯 한경인의 발 끝에 정확히 공을 떨어뜨려 주었다.
윤빛가람은 이 도움으로 정규리그 최근 세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득점 2도움) 기록을 이어가며 물오른 발끝 감각을 뽐냈다.
이처럼 먼저 골을 내준 것에 당황한 수원 선수들은 그로부터 3분 뒤에도 허둥대며 어이없는 결승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수원 수비수 오범석이 잘못 걷어낸 공을 다시 가로챈 경남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최근 경기에서 득점 감각이 돋보이는 골잡이 김인한이었다. 미드필더 김영우가 수원 수비수 양상민을 따돌리며 오른쪽 끝줄에서 밀어준 공을 받아 골문 앞에서 수원 수비수와 엉켜 넘어지며 성공시킨 것. 최근 세 경기 연속골 기록도 함께 얻은 기쁨이었다. 반면에 빅 버드의 관중석에서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탄성이 들려왔다. 후반전 시작 후 8분만에 0-2라는 점수판은 정말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65분에 박종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만들어낸 상대 수비수 이용기의 자책골 덕분에 1-2로 따라붙은 수원은 남아 있는 30분 동안 사력을 다해 경남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경남과의 불편한 관계를 안방에서조차 끊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이쯤 되면 경남 FC는 수원 블루윙즈의 천적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해 세 차례의 맞대결 모두 승리를 거둔 것에 이어 또 이긴 것. 최근 4경기에서 10득점 3실점의 기록이라면 함부로 뭐라고 대들지 못할 사이가 된 셈이다.
벌써부터 8월 13일 오후 7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벌어지는 또 한 차례의 맞대결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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