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달리는 소녀> ⓒ 황홍선


아직도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호소다 마모루 감독, 2006년)의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고 '창공'을 바라보는 마코토의 모습은, 내 영화 관람 인생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렇기에 다시 시간을 달려온 2010년판 실사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소재만 같을 뿐 애니메이션판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시공간을 초월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달려가는 소녀의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몇 년 전 밤잠을 설치며 여름 하늘에 매료되게 한 애니메이션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동으로부터 계속해서 달려온 또 다른 소녀는, 이번에도 그만한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2006년 애니메이션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 마코토의 목소리를 연기한 나카 리이사가 2010년 실사판에서도 주인공 아키라 역을 맡아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2006년 애니메이션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 마코토의 목소리를 연기한 나카 리이사가 2010년 실사판에서도 주인공 아키라 역을 맡아 연기했다. ⓒ ㈜예지림엔터테인먼트(배급), ㈜아인스M&M(수


2010년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교통사고를 당한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과거로 '타임리프(과거의 한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를 하는 여고생 아키라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실상 영화는 '엄마의 소원'보다 '주인공의 사랑'을 더 중심으로 펼친다.

하지만 영화는 솔직하게 말해 전반부가 지루하다. 엄마의 소원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당위성을 찾기가 힘들고,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니 심심한 감이 있다. 하지만 중반부까지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이라는 설정이 크게 작용, 그것이 주인공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으며 또한 어찌할 수 없는 비극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치 애니매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대사로 표현된 것처럼, 애당초 같이할 수 없었던 시간의 벽은 그렇게 서로를 갈라서게 만든다.

그 사이 헤어지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의 마음은 많은 이를 울린다. 지루하게 생각했던 영화 전반의 복선들이 후반부에 밝혀지면서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아픔이 눈물을 자극한다. 이런 타임머신(?) 영화들의 철칙인 '다른 시대의 사람은 그 시대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의 의미가 이렇게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이 영화의 감성 포인트이기도 하다.

2006년판 애니메이션이 '창공'을 통해 주인공 마코토의 성장과 사랑을 그렸다면, 2010년판에서는 '벚꽃'으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시대가 다르기에 막을 수 없는 아픔이 있다면, 또한 시대가 다르기에 오랜 기다림으로 이루어진 감동도 있다. 남자 주인공 료타를 왜 굳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으로 설정했는지, 또 왜 유난히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많았는지, 후반부에 이르러 그 의미를 잔잔한 선율 속에서 이끌어낸다. 신파조로 이야기를 몰아가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그 슬픔을 삼키는 후반부의 힘은 눈물을 참기가 어렵게 만든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한 장면. 1970년대 대학생과 2010년 고등학생의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한 장면. 1970년대 대학생과 2010년 고등학생의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 ㈜예지림엔터테인먼트(배급), ㈜아인스M&M(수


그래도 2010년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2006판 애니메이션보다 못하다. 평면적인 이야기와 타임리프 속에 펼쳐지는 복선이 전작보다 못하다. 무엇보다 전작이 고등학생 주인공을 내세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 2010년판에서는 지극히 첫사랑 순애보에만 집착, 시간을 넘나들면서 배울 수 있는 큰 가르침들을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첫사랑 순애보라는 점에서만 놓고 본다면 2010년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꽤 아련하다. 다른 시대에서 만났기에 이별은 필연이지만 운명을 거스르며 다가가고 싶었던 두 사람의 마음이, 굳이 울고불고 난리부르스(?)를 추지 않았는데도 전달된다. 그리고 그 슬픔을 끌어안기에 더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판의 최고의 명대사 "미래에서 기다릴게"에 못지않은 마지막 쪽지의 메시지는 '첫사랑'과 '작은 것에 강한' 일본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한 장면. 2006년 애니메이션판의 '창공'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2010년판의 '벚꽃'.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한 장면. 2006년 애니메이션판의 '창공'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2010년판의 '벚꽃'. ⓒ ㈜예지림엔터테인먼트(배급), ㈜아인스M&M(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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