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킹스스피치>

83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킹스스피치> ⓒ 황홍선


무난해서 더 놀라웠던 이번 아카데미의 선택 <킹스 스피치>, 과연?

모두들 놀랐다. 전 세계 페이스북 친구들의 대동 단결 지지를 받은, 데이빗 핀처의 걸작 <소셜네트워크>를 버리고 아카데미는, 그네들 기준에도 평작[?]인 <킹스 스피치>를 선택한 것을. 무난한 선택이라고 해도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답지 않은 행보를 보인 그들이기에 아쉬움은 컸다.

여기 한국은 더할 것이다. <킹스 스피치>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개봉한 것이라, "좋은 작품이냐" 보다는 "과연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만 하냐?"라는 의문부호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은 부담감에 벌써부터 말을 더듬고 있다. 일단 물 한 잔 드시고. 경청 해 드릴테니, 전하, 왜 <킹스 스피치>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가져야 했는지 당신의 연설을 부탁드립니다.

 그..그..그러니깐..내..내..가 왜 아카데미..작..작품상을..수상...했냐면
/전화, 됐습니다.그냥 영화 보겠습니다--;

그..그..그러니깐..내..내..가 왜 아카데미..작..작품상을..수상...했냐면 /전화, 됐습니다.그냥 영화 보겠습니다--; ⓒ ㈜ 화앤담이엔티(배급), ㈜영화사 그랑프리(수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 동호회 선후배가 펼치는 로얄 앙상블

말더듬이 영국 왕 조지 5세의 일취월장 웅변대회[어?]를 그린 <킹스 스피치>는, 영국 왕실을 소재로 한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경박스럽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낸다. 인물들은 왁자지껄 하지 않으며 동선 역시 크지 않다. 언제나 곧은 자세로 귀품 있게 연기를 한다.

형식적인 면도 귀품이 넘친다. 집요할 정도로 One shot[화면에 인물 한 명만 나오는 쇼트구성]으로 앵글을 잡고, 인물들을 이미지 귀퉁이로 몰아세워 배경의 여백을 활용하는 영상미는 일품이다. 이렇듯, "연설"을 주제로 하지만 영화는 말 보다 이미지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할 때도 있다. 많은 무대를 옮기지 않아 연극적인 요소도 돋보이며, 잘 차려 입은 슈트 사이 영화는 소재만큼이나 격식을 갖추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달리 '로얄' 패밀리'들의 '리얼'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는 듯.

 즉 이런 원샷이 많이 나온다. 인물을 부각하면서도 배경의 여백을 살리는 느낌

즉 이런 원샷이 많이 나온다. 인물을 부각하면서도 배경의 여백을 살리는 느낌 ⓒ ㈜ 화앤담이엔티(배급), ㈜영화사 그랑프리(수


그렇다고 영화가 계급간의 위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킹스 스피치>는 그런 위화감을 깔끔한 코미디로 전환시킨다. 말더듬이 조지왕과 그의 언어 치료사 로그가 만드는 코미디는 계급차이로 발생되는 어색함으로 이룬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왕족"이라는 체면치레에 속마음을 감추고 위엄을 찾는 조지왕과, 감히 왕을 상대로 별명을 부르는 무례한 친근감 속 계급차이에서 발생되는 불편한 속마음은 어쩔 수 없는 로그의 엇박자가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이들의 계급차이는 영화적 재미를 넘어 <킹스 스피치>가 전하는 궁극적인 주제에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결국 이 둘이 계급차이를 벗어던지고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때 진정한 감동이 탄생되기 때문이다.

 계급차이로 인한 둘의 티격태격. <킹스스피치>의 재미이자 주제다

계급차이로 인한 둘의 티격태격. <킹스스피치>의 재미이자 주제다 ⓒ ㈜ 화앤담이엔티(배급), ㈜영화사 그랑프리(수


그래서 콜린퍼슨과 제프리러쉬의 '아카데미 남우상 동호회' 앙상블이 빛난다(주: 콜리퍼스는 83회 아카데미 남우상을 수상했지만, 제프리 러쉬는 <샤인>으로 이미 69회 아카데미 남우상을 수상했다). 2010년 최고의 남자 배우 콜린 퍼스의 소심과 버럭(?)을 오가는 연기는 관객의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매사 모든 것이 자신이 없는 그이기이에, 왕이라는 운명의 가혹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아픈 면은 인간적인 애정마저 끄집어낸다(뭐, 콜린 퍼스의 연기는 이 리뷰가 아니더라도 극찬 일색이겠지만).

오히려 예상했던 명연기를 보여주는 콜린퍼스보다 제프리 러쉬가 더 눈에 띈다. 그는 <킹스 스피치> 에서 형식적인 조연일지 모르겠지만, <킹스 스피치>는 조지왕의 말더듬이 극복기 이전, 그런 조지왕을 바라보는 로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어 치료 방법은 괴짜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던 로그는 제프리 러쉬의 여유와 유머가 오가는 연기 속에 콜리퍼스, 혼자로는 부족했던 영화의 여백을 채운다. <킹스 스피치>의 콜리 퍼스 연기는 훌륭하다.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를 서포트 해줬던 제프리 러쉬가 없었다면 오늘의 아카데미 영광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콜리 퍼스를 신입회원으로 만들기 위한(?), 아카데미 동호회 협회장 제프리러쉬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킹스스피치>

콜리 퍼스를 신입회원으로 만들기 위한(?), 아카데미 동호회 협회장 제프리러쉬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킹스스피치> ⓒ ㈜ 화앤담이엔티(배급), ㈜영화사 그랑프리(수


'좋은 왕' 이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조지왕 이야기

하지만 영화 자체를 좋게 평가해도 "왕"을 소재로 이야기를 한다는 괴리감은 어쩔 수 없다. 분명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 말더듬이 힘들었겠지. 하지만 그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왕이 아닌가?"

<킹스 스피치>는 그 점을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조지왕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장면을 익숙한 인간승리 클레세(전형적인 방식)로 끌고 가지 않는다. 담담하고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내면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조지왕의 말더듬이는 외면적 요소가 아닌 내면적 트라우마다. 언어치료사 로그는 그것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다 가진 "왕"이기에 또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외톨이기도 한 점을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로그에게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앞에 놓여 진 "좋은 왕"의 숙명은, 내면의 아픔을 벗어던지는 용기로 진한 휴머니즘을 만든다.

결국 <킹스 스피치>는 "좋은 왕"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다. 왕도 인간이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는 내면적 아픔과 콤플렉스가 있다. 각각의 아픈 사연이 있기에 누가 더 힘든 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 그 사이 자신과 대면해도 흔들리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것이 극단적 계급의 상징인 "왕"일지라도. 그래서 <킹스 스피치>는  "좋은 왕"이 되려는 조지왕의 이야기 이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왕'은 소재일뿐.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사람'이었다

'왕'은 소재일뿐.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사람'이었다 ⓒ ㈜ 화앤담이엔티(배급), ㈜영화사 그랑프리(수


공감은 가지 않아도 납득은 갔던 아카데미의 선택

자, 이제 마무리. 십대 억망 장자에게는 콧대를 세웠지만, 영국왕에게는 무릎 꿇은 아카데미의 선택은 괜찮은 것인가? 대답은 그렇다.

분명 <킹스 스피치>는 <소셜네트워크>만큼 눈에 띄는 임팩트는 없다. 형식면에서도 <소셜>쪽이 훨씬 인상 깊고, 서사의 몰입감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물론 <킹스 스피치>도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단조롭고 또한 고전 영화의 익숙한 벤치마킹이다. 아마 10년 뒤 영화사를 뒤돌아본다면 <소셜네트워크>의 도발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확신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스 스피치>는 무난함 속에 완성도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소셜>처럼 몇몇 부분의 A+는 없어도 모든 부분에서 B+이상을 보여주며 무난함 속에 완성도 높은 균형. 그것이 <킹스스피치>의 장점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보편 선호적인 완성도는 아카데미가 가진 가치에 가장 부합되고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킹스 스피치>는 확실히 그 점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작품이었다.

[<소셜네트워크>를 무척 인상적으로 봐서, 아직도 이 선택이 아쉽지만]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가 정한 2010년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는 설명에 공감은 못해도 납득은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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