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에 있어서 2010-11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비록 우승은 아깝게 놓쳤지만 이미 지금까지 만으로 창단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하며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썼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창단 이래 한국 프로농구의 변방이었다. 프로원년인 전신인 대우 제우스 시절부터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서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올해 이전까지는 정규시즌 2위 이내에 들어본 적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본 적도 한 번도 없을 만큼 초라한 세월을 보냈다.

 

전자랜드의 최고 성적은 유재학 감독이 이끌던 2003-04시즌 정규리그 32승이었다. 당시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전자랜드는 6강에서 삼성을 꺾고 준결승까지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영광은 딱 거기까지였다. 유재학 감독이 떠난 이듬해부터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한 전자랜드는 최근 6시즌간 5차례나 플레이오프에 떨어졌고 그중 3번이나 리그 최저승률을 기록하는 망신을 당했다. 프로농구 역대 최단명 감독 1, 2위(2006년 제이 험프리스, 2009년 박종천)의 불명예 진기록도 전자랜드 출신 감독들의 몫이었다.

 

특히 지난 09~10시즌에는 PO 청부사 서장훈을 보유하고도 한 시즌 두자릿수 연패만 두 번이나 당하는 수모 끝에 15승 39패로 꼴찌에 그쳤다. 서장훈의 소속팀이 PO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무려 11년 만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암흑기였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1년 사이에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그동안 각종 드래프트에서도 운이 안 따르기로 유명했던 전자랜드지만, 최근 일 년간은 그야말로 운명의 신이 연체된 행운을 모두 한꺼번에 정산해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복이 쏟아졌다. 지난해 귀화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차지하며 '유일한 최대어' 문태종을 덜컥 거머쥐었고, KT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신기성, 오리온스에서 활약하던 허버트 힐까지 영입하며 전력이 순식간에 수직 상승했다.

 

돌이켜보면 전자랜드에게는 올해는 그야말로 뭘 해도 되는 한 해였다. 시즌 일정도 전자랜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갔다. 마침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 효과로 인한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 시즌 중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빠진 가운데 전력누수가 없던 전자랜드는 일찌감치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고, 휴식기를 통해 다시 체력을 충전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올 시즌 2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전자랜드가 거둔 37승은 03~04시즌 거둔 최다승 32승 기록을 벌써 5승이나 경신한 수치다. 승률 .712 역시 역대 최고기록이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최다승 기록 경신과 함께 승률은 최대 .722까지 높아질 수 있다.

 

역대 최고의 정규시즌을 보낸 전자랜드지만, 역시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단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우승이다. 서장훈, 문태종, 신기성 등 주전들이 모두 30대 중반을 남긴 전자랜드로서는 올해가 당분간 최상의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KT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력상 단기전에서는 전자랜드가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며, 준결승에서 만날 것이 유력시되는 KCC를 넘는다면 우승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뛰는 경기마다 한국프로농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전자랜드의 서장훈

뛰는 경기마다 한국프로농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전자랜드의 서장훈. ⓒ 전자랜드 엘리펀츠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전자랜드의 간판스타 서장훈에게도 올 시즌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장훈은 올해도 정규시즌 2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히며 한국 프로농구의 역사를 새롭게 쓴 서장훈이지만, 올해도 정규시즌 무관의 한을 푸는 데는 실패했다.

 

서장훈은 SK와 삼성, KCC, 전자랜드를 거치며 소속팀을 모두 한 번 이상 정규시즌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14년 차인 서장훈이 소속팀을 최소한 PO로 이끌지 못한 것도 단 2회뿐이다. 하지만 준우승만 5차례나 달성하는 동안 정작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99~00시즌(SK)과 05~06시즌(삼성)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 올라 챔피언결정전에서 1위팀(현대, 모비스)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SK, 삼성, KCC에 이어 서장훈의 4번째 소속팀인 전자랜드는 이전 팀들과 달리 창단 이후 아직까지 정규시즌은 물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해본 경험조차 없는 팀이다.

올 시즌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재를 과시하며 변함없는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는 서장훈이나, 15년간 무관에 그친 전자랜드 입장에서도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꿈이다.

2011.03.15 11:59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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