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랙스완>중

영화<블랙스완>중 ⓒ 황홍선

 

 

좋은 감독의 연출이 좋은영화를 만들지만...

 

좋은 감독의 전술이 좋은 팀을 만들지만 결국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바르셀로나가 지구 최강의 팀이 된 것은 과르디올라의 완벽한 전술이 있지만 결국 관중이 기억하는 건 메시의 골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감독의 연출이 좋은 영화를 만들지만, 당장 관객들이 눈에 접하는 건 주연 배우들의 연기다. 그런 연기에 결정력이 있어야 작품은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엄청난 걸작에는 보이지 않는 연출 이상으로 보이는 연기나 그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블랙스완>은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천재적 연출력이 영화전체를 지탱하지만 이 작품이 관객 마음에 전율의 'goal을 넣은 것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지대한 공을 세운 대런의 연출력과 그 외 여러 가지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탈린 포트만이 보여준 연기의 결정력은, 잘 다듬어진 배경의 바탕 안에 재능있는 배우가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 궁극의 그것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이다.

 

작품을 지배한 그녀의 미친 연기

 

리뷰를 적으면서 한국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를(?)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일단 이들의 연기는 같은 한국어를 쓰기에 어느 정도 기술적이나 감정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영화 리뷰를 쓸 때는 가급적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다. 우리한테는 어색할지 몰라도 그 나라 그 문화에서는 통하는 그런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깐,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의 그 감칠 맛 나는 대사와 표정연기를 어디 한국인이 아니고서야 공감할 수 있으리.

 

하지만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은 외국 배우 연기 내공이 부족한 기자 조차도 사로잡을 광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어떤 상처를 지닌 소심한 발레리나가 스완퀸[즉 <백조의 호수>주인공]이 되면서 빚어지는 연기에 대한 압박감, 소유욕, 성욕[?],일탈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어떻게 보면 내러티브는 간단하다. 영화가 극단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아서 그렇지, 이건 어디까지나 주인공 니나(나탈리포트만) 개인의 심리가 빚어지는 1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 분들은 지금 나의 말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1인 이야기라고? 그렇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이야기 자체의 사이즈를 다르게 만들었다.

 

영화는 의외로 무섭고, 탐욕적이며 노골적이다. 소심하고 여린 니나는 화이트 스완으로 대변하는 순수는 잘 표현하지만 유혹하고 파멸로 이끄는 블랙 스완의 연기는 늘 부족하다고 지적 받는다. 그런 강박관념에서 화이트 스완으로 대변되는 니나가 어떻게 블랙스완으로 파괴(혹은 성장?)되는지를 영화는 그린다. 하지만 그 내러티브가 보통이 아니다. 몇몇 깜짝 놀랄 연출은 기본이며,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을 통한 이미지는 섬뜩하다. 대런의 미칠듯한 편집[?]과 기괴한 영상은 예사롭지 않은 영화를 더 무섭게 만들어 관객을 숨통을 조인다. 물론 이런 압박감과 공포는 심리 드라마 이상으로 스릴러의 재미를 발생한다.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물등을 통해 빚어지는 공포감이 영화의 압권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물등을 통해 빚어지는 공포감이 영화의 압권 ⓒ 20세기폭스 코리아(배급)

 

하지만 대런이 멋지게 전술(?)을 짠다고 관객의 냉정한 골문은 쉽게 열어지지 않는다. 어째든 그는 영화속에는 밖에 있는 타자다. 현재 그는 카메라를 들고 그가 짠 전술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것이다. 그렇담 영화라는 게임에서 경기를 이끌고 있는 건 원톱 나탈리 포트만이다. 화이트스완에서 블랙스완으로 변모되는 그녀의 광기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녀의 광기에 그만 매혹되어 버린다.

 

도대체 나탈리 포트만은 이 영화에서 몇 역을 했는지 모른다. 일단 니나라는 주인공, 가끔 등장하는 자신의 내면, 그리고 블랙스완 등등 영화 속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을 나탈리포트만은 한 차례 거쳐 간다. 물론 영화 속에 이런 역을 한 것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시시각각 그녀의 심리에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고작 내가 이렇게 글로서 느낄 수있다라는 한 줄을 위해 그녀는 영화 내내 지배하고 우리에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어떤 표면적인 감정을 넘어 그 이상을 보여주는 능력에 우리는 놀랍다 보다는 무섭다라는 수식어를 쓴다. 나탈리 포트만이 <블랙스완>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그렇다. 그녀의 연기는 잘한다가 아닌 무섭다.

 

 <블랙스완>은 나탈리포트만의 극단적 희노애락을 한 꺼번에 볼 수 있는 선물세트다

<블랙스완>은 나탈리포트만의 극단적 희노애락을 한 꺼번에 볼 수 있는 선물세트다 ⓒ 20세기폭스 코리아(배급),

 

그렇게 대런이 다져 준 무대에 나탈리 포트만은 프리마돈나 역을 맡았던 영화에서처럼 관객의 마음에도 백조의 날개 짓을 펼쳐보인다. 순수의 순수에서 탐욕의 극단까지 같은 배우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의 온도를 제대로 지배하며 조절한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몰입감은 대단하다. 어느 순간 나탈리 포트만은 우리에게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기대가 몇 초 상간으로 나타나고 보는 이는 또 한 번 충격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꽤 깜짝 놀라는 효과가 기호의 차가 있지만 그런 효과마저 심리의 일부분으로 흡수 해 영화의 중심을 잃지 않고 어지럽지만 또박또박 걸어가는 후반부의 속도감은 가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나탈리 포트만, 그녀는 완벽했다

 

결국 영화는 그토록 니나를 괴롭혔던 블랙스완의 알을 깨고 절정을 거친 뒤 막을 내린다. 영화는 초반부 니나에게 묻는다, "완벽한 연기와 통제는 다르다"고. 어떤 연기 테크닉으로 관객에게 잠시의 눈속임은 정석 같은 통제일 뿐이지만 때로는 혼란스럽고 극단적이어도 그런 카오스에서 오는 정제된 균형은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감흥을 준다. 그럴 때 영화에서도 그렇고 지금 <블랙스완>을 본 관객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 "나는 느꼈어요, 그녀는 완벽했습니다."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는 비단 영화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대런, 이 짓궂은 사람, 영화를 만들면서 그 역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보며 느껴지는 전율을 이 장면으로 대체 한 것은 아닐까?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강력한 후보 나탈리 포트만, 아카데미 트로피를 누가 줄것인가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탈리 포트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인듯 하다.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강력한 후보 나탈리 포트만, 아카데미 트로피를 누가 줄것인가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탈리 포트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인듯 하다. ⓒ 20세기폭스 코리아(배급)

2011.02.26 16:32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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