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미래'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연착륙은 가능할 것인가. 20일 프라이부르크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구자철은 조심스럽게 선발출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6일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호평받았던 구자철로서는 이적 2경기 만에 자신의 팀내 입지를 보다 확실히 할수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구자철의 포지션이다. 구자철은 K리그 제주 시절에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하지만 박경훈 제주 감독은 구자철을 단지 수비적인 범위에만 국한시키지않고 수시로 공격가담과 경기조율을 아우르는 폭넓은 역할을 부여했다. 구자철은 2010년 제주에서 5골과 12도움을 올리며 팀 공격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다.

구자철의 공격적 재능을 극대화한 것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구자철은 당초 베스트 11 후보로도 거론되지 못했지만 간판 공격수 박주영의 부상으로 뜻하지않은 기회를 잡았다.

조광래 감독은 당초 지동원과 짝을 이룰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에 박주영을 염두에 두었으나 박주영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되었고, 박지성 카드마저 지지부진하자 고심끝에 미드필더인 구자철을 끌어올리는 실험을 강행했다. 하지만 구자철은 예상을 깨고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5골로 2000년 이동국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11년 만에 아시안컵 득점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구자철은 아시안컵에서 처진 스트라이커는 물론이고 박지성이 빠진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에서는 측면 날개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공격수들의 끊임없는 스위칭 플레이를 통하여 득점기회를 창출하는 조광래호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의 멀티 능력은 전술적으로서 큰 가치를 발휘했다.

하지만 현 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에서 당장 구자철에 기대하는 역할은 제주나 대표팀에서와는 차이가 있다.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하는 볼프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의 역할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다이아몬드 전형을 이루는 중원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는 디에구의 몫이다. 디에구는 지난 22라운드 경기에서 구단의 자체 징계로 인하여 결장했지만 프라이부르크 전에서는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할 것이 예상된다.

디에구는 이번 시즌 볼프스부르크에서 동료와 충돌하고 경기 도중 감독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돌출 행동으로 전임 스티브 맥클라렌의 경질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팀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핵심선수로 꼽히고 있어서 피에르 라트바르스키 신임감독 체제하에서도 당장 입지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경우, 경쟁자는 체코 출신의 얀 폴락과 일본의 하세베 마코토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투입하는 4-2-3-1 전형이라면 구자철이 폴락 또는 하세베와 콤비를 이뤄서 더블 볼란치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폴락이 수비형 미드필더 한 자리를 놓고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폴락과 하세베가 좀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에 특화된 선수라면 구자철은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다재다능함은 종종 확실한 포지션 경쟁력이 전제되지 않았을 때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구자철은 볼컨트롤과 패싱타임이 좋고 위치선정이 빼어나다는 게 강점이지만, 풀타임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이기에는 체력적으로 약점이 있다. K리그에서는 몸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던 구자철이지만, 중앙미드필더라는 포지션과 터프한 분데스리가의 특성상 얼마나 버틸 수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구자철은 함부르크전에서 후반 19분 교체로 출전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에도 가담하는 모습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선발로 출전할 경우, 공격뿐만아니라 중앙미드필더 특유의 적극적인 압박과 체력면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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