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홍빈' 인터뷰 장면

산악인 '김홍빈' 인터뷰 장면 ⓒ 조재찬

"8천 미터가 넘는 산은 1시간을 전진해야 3, 40미터" 라고 한다. 그렇게 힘이 든다. 허리를 넘어가는 눈이나 악천후 크레바스 등등, 험한 빙벽과 가파른 눈산에 막혀 모자란 산소에 숨이 턱턱 막히며 추위를 무릎 쓰고 오르는 '산'은 마치 지옥의 아가리를 힘겹게 뿌리치며 오르는 듯하다.

 

산악인 김홍빈(46)씨는 열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이다. 그를 지난 28일 광주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열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도 어려운 고산 등반을 어떻게 해 낼수 있을까? 그의 손가락은 북아메리카의 최고봉 매킨리(6194m)에서 잃었다고 한다. 매킨리봉이 있는 미국에서는 포터(짐을 수송하는 사람)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한 매킨리봉이었기에 경량등반을 준비하게 되었고 등산기술 또한 장비를 적게 사용해야 하는 난이도가 더 높은 험난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등반 사고가 있었고  열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사고 이후 달라진 것을 굳이 찾는다면 "화장실 갈 때, 신발끈 묶을 때, 옷을 입거나, 식사를 할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라며 미소를 짓는다.

 

왜 험한 고산을 가느냐는 질문에 "극한 상황에서 고통을 참고 인내하며 즐기는 것을 좋아 하고 그냥 내 자신이 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산을 원망해 본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가까이 함께 하며 더 많이 산을 찾고 산을 통하여 불편함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통해 후배들에게 좌절을 극복하는 용기를 심어주고자 합니다."

 

사고 이후 1997년 일본 다테야마 등반을 시작으로 2009년 남극 빈슨매시프까지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였다. 사고 이전 꿈으로 삼았던 8000m급 14좌 중 현재 5좌째 등정을 했다.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산은 어디인지" 물었다. 바로 사고가 났던 매킨리 산을 꼽는다. "두 번을 정상 등정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힘으로 가야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고 한다.

 

올 여름에는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를 등반할 예정이라고 한다.

 

"브로드피크 등반을 준비하는 것 또한 시작일 뿐입니다. 영웅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제가 산을 오름으로써 장애인들과 또 실의에 빠져있는 모든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몸소 가르쳐 주는 것도 제가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등반 사고로 손가락을 다 잃은 이후를 물었다.

 

"처음에는 창피하고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화장실이나 문밖에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양발 신는 것은 물론 운전도 하고 글씨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나의 꿈이었던 산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행복은 항상 나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혼자서 팬티를 입고, 양말을 신고, 문을 열었을 때 알았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혼자서 울었던 기억들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합니다. 좌절을 극복하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은 가장 큰 시련을 주었던 산을 통해 다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등반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편안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또 다시 나를 산에 보내줄 스폰서를 찾는 시간이 시작된다"며 웃는다.

 

"산을 오르기 전 준비 과정이 설레이고, 장비를 챙기고 하는 과정이 더 흥분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해결된다면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정상을 향할 것 입니다."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 처음부터 끝가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며,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하지만 정상을 향해 가면서 힘들어서 돌아서 본적은 없습니다. 산을 오르게끔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도 잊지 않고, 아는 지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산악인 '김흥빈'씨가 남극에서 쓴 시

 

 

두 손이 있을 땐

나만을 위했습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새로운 손이

그렇게 말합니다.

 

 월출산에서 훈련하는 모습

월출산에서 훈련하는 모습 ⓒ 조재찬

2011.02.01 15:01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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