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슬기. 대중들에게 비교적 낯익은 이름이다. 과거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왕고모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고, <섹션TV 연예 통신>에서 장기간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겸 방송인의 이름이 바로 박슬기다.

그러나 'NH농협 2010-2011 V리그'가 한창인 배구 코트에도 또 다른 박슬기가 있다. 바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특급조커로 활약하고 있는 2년 차 왼쪽 공격수의 이름 역시 박슬기다.

2009-2010 시즌 신인 최다득점에 빛나는 박슬기

 박슬기는 지난 시즌 신인 최다득점을 기록하고도 아쉽게 신인왕을 놓쳤다.

박슬기는 지난 시즌 신인 최다득점을 기록하고도 아쉽게 신인왕을 놓쳤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중앙여고를 졸업한 박슬기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고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한유미, 윤혜숙 등 선배들에 밀려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간간히 코트에 등장해 23경기에서 74득점을 올리며 신인으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생애 단 한 번 밖에 없는 신인왕의 영광은 GS칼텍스의 양유나에게 양보했지만, 박슬기는 2009-2010 V리그에서 활약한 신인 중 최다 득점을 올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슬기는 2010-2011 시즌을 앞두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팀의 맏언니 한유미가 해외 진출을 선언하면서 팀과 결별한 것이다.

한유미의 이탈로 현대건설은 레프트 공격수 한 자리가 비었고, 매서운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박슬기는 한유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FA 최대어 황연주가 현대건설에 입단하면서 다시 변수가 생겼다. 황연주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지난 시즌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케니가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결국 박슬기는 다시 벤치에서 2010-2011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는 '3세트 스페셜리스트'로 등극

 박슬기는 현대건설이 3세트에서 가장 확실하게 내밀 수 있는 히든카드다.

박슬기는 현대건설이 3세트에서 가장 확실하게 내밀 수 있는 히든카드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그러나 박슬기는 자신의 위치에서 기회를 잡았다. 이번 시즌 여자부는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3세트에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금지시켰고, 박슬기는 한국인삼공사와의 개막전부터 3세트의 '스페셜리스트'로 코트에 나섰다.

개막전에서 3득점을 올리며 감을 조율했던 박슬기는 12일 훙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개막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시즌 첫 승을 위해 크로아티아 출신의 192cm 장신 공격수 미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흥국생명의 기세에 눌린 현대건설은 초반 두 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이제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는 3세트. 황현주 감독은 케니 대신 박슬기를 투입시켰다.

박슬기는 3세트에서만 8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4,5세트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황연주를 대신해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3-2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슬기는 블로캉 하나를 포함해 14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무려 61.9%에 달했다. 2경기에서 박슬기의 공격 성공률은 55.2%로 여자부 공격 성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동료 케니(53.1%)보다 높다

물론 한 경기의 맹활약으로 박슬기가 당장 주전으로 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박슬기는 팀의 주장이자 V리그를 대표하는 수비형 레프트 윤혜숙에 비해 서브 리시브나 수비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1년 1월에 태어난 박슬기는 아직 스무 번째 생일도 지나지 않은 프로 2년 차의 어린 선수다. 지금은 '히든카드'에 만족하고 있지만, 장차 현대건설의 '기둥'으로 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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