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이 이끌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덜미를 잡히며 대회 3연패가 좌절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프로배구의 인기로 이어가려 했던 배구계의 숙원이 아쉽게 좌절된 것이다.

그러나 오는 4일에 개막하는 2010-2011 V리그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남자배구 유일한 해외파였던 문성민이 돌아왔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도 대거 한국땅을 밟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시즌에도 삼성화재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삼성화재] 석진욱 공백 극복하고 4연패를 향해 달린다

 삼성화재는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도사' 석진욱을 잃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도사' 석진욱을 잃었다 ⓒ 삼성화재 블루팡스

한국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 3연패에 실패하면서 삼성화재 블루팡스도 커다란 손해를 입었다. 바로 삼성화재의 살림을 책임지던 '돌도사' 석진욱이 무릎부상으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삼성화재는 오프시즌 동안 FA 최대어인 박철우를 영입했지만, 석진욱의 부상과 주전세터 최태웅의 이적으로 전력의 상당 부분이 빠져 나갔다.

결국 삼성화재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와 이적생 박철우의 쌍포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왼손잡이 박철우의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 라이트로 활약하던 가빈의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하다.

최태웅이 떠나면서 프로 입단 후 주전 경험이 없는 신예 유광우 세터가 홀로 삼성화재의 살림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고희진과 호흡을 맞출 센터가 마땅치 않은 것도 고민이다.

그러나 삼성화재에게는 프로배구 출범 후 6시즌 동안 무려 4차례나 챔피언에 올랐던 탄탄한 조직력과 경험이 있다. 그 누구도 삼성화재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소토 합류로 막강전력 구축

 '국가대표 거포' 문성민은 드래프트 거부로 1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국가대표 거포' 문성민은 드래프트 거부로 1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지난 3년간 삼성화재의 리그 3연패를 지켜 봐야 했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4년 만에 챔피언 자리를 되찾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먼저 독일과 터키리그에서 활약하던 '해외파' 문성민을 트레이드 형식으로 입단시켰고, 이태리, 러시아 등에서 활약한 바 있는 특급 외국인 선수 헥터 소토를 영입했다.

'송스타' 송인석이 장기 부상으로 이번 시즌에 합류할 수 없고, 박철우(삼성화재), 임시형, 하경민(이상 KEPCO45)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지만, 문성민과 소토의 존재감은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화려하다.

게다가 박철우의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컴퓨터 세터' 최태웅을 데려와 기존의 권영민과 함께 전혀 다른 색깔의 배구를 할 수 있게 된 점도 강점이다.

비록 드래프트를 거부한 문성민이 1라운드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워낙 강력하고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 부상 등의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리그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안게임의 충격에서 벗어나라

 신영수는 아시안게임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신영수는 아시안게임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대한항공 점보스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 실패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팀은 역시 대한항공 점보스다. 대한항공은 아시안게임에 무려 3명의 군미필 선수(신영수, 김학민, 한선수)를 출장시킨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대한한공은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신영수, 장광균, 김학민으로 이어지는 공격력은 물론이고, 한선수 세터의 과감한 토스워크도 매력적이다.

수비에서도 최부식과 김주완이라는 정상급 리베로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에반 페이텍이 가빈이나 소토 같은 외국인 선수들과 대등한 기량을 발휘해 준다면 대한항공도 충분히 정상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이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센터진을 보강하기 위해 은퇴 후 전력 분석원으로 변신했던 이영택과 현대캐피탈에서 은퇴했던 신경수를 현역에 복귀시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실패로 주력 선수들의 군입대가 불가피한 대한항공. 어쩌면 이번 시즌은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해내지 못했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LIG손해보험] 5년 만에 플레이오프 복귀 노린다

 LIG손해보험은 최고의 거포 이경수를 보유하고도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LIG손해보험은 최고의 거포 이경수를 보유하고도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삼성화재처럼 4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팀도 있지만,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는 지난 4년간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이경수, 김요한 같은 화려한 거포들을 보유하고도 취약한 센터진과 수비, 그리고 승부의 고비마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느슨한 조직력이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하위팀들과의 전력 차이가 커서 상위팀들에게 번번이 패하고도 어렵지 않게 4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우리캐피탈과 KEPCO45의 전력이 좋아져 자칫 하다가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김요한과 이경수, 외국인 선수 밀란 페피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여전히 수준급이다. 보스니아 출신의 페피치는 지난 9월에 열린 컵대회에서 득점 1위에 오르며 국내무대에 대한 적응을 끝냈다.

역시 취약점은 센터. LIG손해보험은 국가대표 하현용까지 군에 입대한 마당이라 신예 정기혁과 이종화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센터를 지냈던 김상우 감독의 조련에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없다.

[우리캐피탈] 리그 적응 완료, 이제는 성적을 노린다

 숀 파이가는 우리캐피탈의 주공격수가 될 수 있을까?

숀 파이가는 우리캐피탈의 주공격수가 될 수 있을까? ⓒ 우리캐피탈 드림식스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는 신생구단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리그에 뛰어든 신생구단이다. 비록 첫 시즌 승률은 28%에 그쳤지만,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고춧가루 부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역시절 '원조 배구도사'로 수많은 팬을 몰고 다녔던 박희상 감독대행은 올 시즌 우리캐피탈의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현대캐피탈로부터 196cm의 장신세터 송병일을 영입했고, 이스라엘 출신의 외국인 선수 숀 파이가가 합류하면서 취약한 공격력이 보강됐다.

지난 시즌 신인왕 신영석은 국가대표 주전센터로 성장했고, 지난 시즌 팀내 최다득점(444점)을 기록했던 왼쪽 공격수 강영준도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던 최귀엽이 컵대회 득점 5위(32점)를 기록하며 건강하게 돌아온 만큼 수비 조직력만 살아난다면 우리캐피탈은 이번 시즌 남자부의 활력을 불어 넣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KEPCO45] 대형 신인 박준범과 함께 하위권 탈출 넘본다

 이제 KEP45는 더이상 김상기세터의 원맨팀이 아니다.

이제 KEP45는 더이상 김상기세터의 원맨팀이 아니다. ⓒ KEPCO45

지난 시즌 단 8승에 그쳤던 KEPCO45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대학 1학년때부터 국가대표를 지낸 '준비된 거포' 박준범을 영입했다.

비록 주공격수 정평호가 은퇴했지만, 198m의 장신 박준범이 가진 파괴력은 김요한, 문성민, 신영수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문성민에 대한 지명권을 현대캐피탈에 넘기고 데려 온 레프트 임시형과 센터 하경민은 KEPCO45의 취약 포지션을 채울 수 있는 알짜배기 선수들이다,

이미 김상기라는 최고의 토스워크를 자랑하는 특급세터를 보유한 KEPCO45는 외국인 선수 밀로스 쿨라피치만 제 몫을 해준다면 주전 구성 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2008-2009 시즌부터 프로화를 선언해 놓고도 항상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KEPCO45가 이번 시즌만큼은 상위권 팀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백구의 대제전, 12월 4일부터 5개월 대장정 돌입

이 밖에 유일한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상무는 대한항공 출신의 강동진과 LIG손해보험 소속의 하현용을 앞세워 프로팀들을 괴롭힐 에정이다.

지난 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개막전 맞대결을 가졌던 '명승부 제조기'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올해도 개막전부터 격돌한다.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굴 2010-2011 V리그에 배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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