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열린 김동호 위원장 송별파티에 참석한 배우 문성근, 가수 노영심 씨와 영화제 관련 인사들

14일 저녁 열린 김동호 위원장 송별파티에 참석한 배우 문성근, 가수 노영심 씨와 영화제 관련 인사들 ⓒ 성하훈


 독립영화인들의 와이드앵글 파티에서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한 김동호 집행위원장

독립영화인들의 와이드앵글 파티에서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한 김동호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영화제


"젊고 노련하고 열정적인 인물들이 앞으로 영화제를 맡아 이끌어야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저를 믿고 성원해준 국내외 영화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피날레를 기뻐하는 김 위원장을 향한 감사와 성원의 마음을 담은 박수였다.

14일 밤 10시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김동호 페어웰(Farewell) 파티는 국내외 영화인들과 정관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는 김동호 위원장을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김동호 위원장을 위한 공식 송별회여서인지 늦은 시간임에도 국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원로배우 신성일, 김지미, 박정자씨를 비롯해 임권택, 박찬욱 감독, 오석근 부산영상위원장, 배우 문성근, 강수연, 예지원, 김혜선, 안정숙 전 영진위원장,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등 영화계 전체를 망라한 신구세대들이 모두 모인 자리기도 했다. 각 단체들에서 건네는 감사패 증정도 이어졌는데, 김동호 위원장 퇴임을 영화계가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밤 10시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독립영화인들의 와이드앵글 파티에서는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에게 지난 15년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로 독립영화인들의 마음을 모아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무동을 태워 장내를 한 바퀴 돌며 영화제를 통해 독립영화를 지원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청바지 차림으로 참석한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허우샤오시엔 감독 등과 함께 참석한 김동호 위원장은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화끈한 춤를 선보여 독립영화인들을 열광케 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독립영화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힘쓰겠다는 각오를 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포장마차 옆에 신문지 깔고, 퀵 서비스 오토바이 타고

 14일 송별 리셉션에서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14일 송별 리셉션에서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 성하훈


 12일 밤 옛 포장마차를 술자리를 추억하는 행사를 열어 참석한 해외 영화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12일 밤 옛 포장마차를 술자리를 추억하는 행사를 열어 참석한 해외 영화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영화제


지난 15년 동안 김동호 위원장이 만들어 놓은 전설은 셀 수가 없다. 1회 때 포장마차 옆에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술자리를 벌인 기억은 빛바랜 사진으로 남아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 해운대에서 일부러 그 모습을 재현하는 길거리 포장마차 이벤트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영화제가 남포동과 해운대로 이원화되기 시작할 때는 퀵 서비스 오토바이 뒤에 타고 양쪽을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도 김동호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 역시 올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트레일러 필름에 영화 상영에 앞서 많은 관객들의 그 모습을 새기기도 했다.

이런 열정 덕분인 듯 14일 파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시장은 "명예위원장으로 계속 부산과 관계성을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로 배우들은 김 위원장이 영화진흥공사 사장 재임 당시 남양주 촬영소를 완공한 업적을 거론하며 '영화인들의 아버지'라 칭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칭송에도 불구하고 검소하고 자신을 낮추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14일 각 단체가 연이어 증정한 감사패와 예물 증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내가 생각했던 모임은 몇몇만 모여 조촐히 송별회를 갖는 것이었는데 행사가 너무 커졌다"며 "이런 것은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증정된 예물과 선물 등은 현금화시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해 또 한 차례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까지 그다운 자세를 견지한 것이다.

해외 영화제 파티는 '미스터 킴' 참석 여부가 관건

 부산국제영화제 남포동 전야제 행사 때 인사를 하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남포동 전야제 행사 때 인사를 하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 성하훈

15일 저녁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은 역대 폐막식 중 가장 의미 있는 행사였다. 사회는 1회 때부터 부산영화제와 함께한 안성기, 강수연씨가 맡았다.

김 위원장의 퇴임 소식에 <플래툰>의 올리버 스톤 감독과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참석해, 15년간 부산을 이끌어 온 칠순의 위원장이 물러나는 자리를 의미있게 했다.

김 위원장은 '15년간의 기록 그는 세상을 축제로 만들었다' 자막이 비추는 가운데, 폐막 공연 직후 "저는 지금 가장 행복하고 영광된 시간을 맞고 있다. 이 영광은 함께 헌신해 온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 여러분의 것이다. 부산을 찾아주신 관객들에게도 감사하다. 남은 인생 한국 영화를 위해 애쓰겠다"는 고별사를 끝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김 위원장에게 평생 ID 카드를 증정했다.

해외에서 김동호 위원장의 명성은 국내보다 더 높을 정도라는 것이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따르면 해외 영화제에서 열리는 각종 리셉션에는 '미스터 킴'(김동호 위원장)의 참석여부는 파티의 면모를 바꾼다고 한다.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나 면면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해외 인사들이 올해 대거 부산을 찾은 것도 이런 점과 연관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명성과 지명도에도 때로는 영화제 기간 중 수모를 겪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2회 영화제 때 일부 젊은 기자들에게 삿대질을 당한 일.

당시 강동원 주연 영화 <M>의 기자회견장이 협소하자 몰려든 기자들 중 일부가 경호원들의 저지에 김동호 위원장에게 항의하며 대들었다. 김 위원장은 서른 살 남짓 아들뻘 되는 기자들의 거친 행동에도 별다른 화를 내거나 맞서 않고 감내했다. 당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가슴이 피멍이 드는 기분"이었다며 노 위원장이 당한 수모에 가슴 아파했다.

인내심도 많고 대인 관계가 원만해 적이 없는 것이 김 위원장은 특징이라지만 지난해 이런 장점이 도리어 좌파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보수 원로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가 좌파 영화제"라면서 이른바 "좌파 영화인들과 친하게 지내니 김 위원장도 좌파 아니냐"며 온갖 비난을 하고 다닌 것.

이 같은 공세에 김동호 위원장은 오죽했으면 지난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노사모가 아닌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받는다"며,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는지까지 밝히기도 했다. "아무렴 내가 고등학교(경기고) 대학교(서울대) 선배를 찍었지 다른 사람 찍었겠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몸 사리고 위축된 모습

하지만 외부의 공세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안팎으로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김동호 위원장 역시 많이 위축된 모습이 엿보였다. 그는 지난해 영화인 시국선언에 부산국제영화제 일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상근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을 '내부의 적'이라고 표현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기획실장이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던졌을 만큼 영화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당시 위원장님의 표현이 과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황적으로 예민해지다 보니 그런 발언이 나왔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안팎의 상황이 안 좋아져 영화제로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으나 예전과 비교할 때 정권 차원의 압박을 느꼈기 때문인 듯 상당한 몸 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지난 2003년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추진하자 정보인권에 반한다는 영화인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김동호 위원장의 이름이 올라있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영화인 성명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서명했음에도 당시 정권 차원의 불이익을 당하거나 압박을 받는 일은 생기지 않았었다.

거장 감독 주제로 다큐 영화 만들어 보고 싶어

 15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15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 성하훈

한편 김동호 위원장은 15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은 조금 쉴 생각이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우고 싶다"면서 미술공부를 하고 책도 더 쓰고 싶고 1~2편 정도의 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영화제로서 갖는 아쉬움에 대해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아 좌석이 많은 부산극장을 활용 못해 좌석수가 줄어든 부분"을 꼽고 "내년 전용관 두레라움이 완공되면 주변에 극장들이 많이 생겨날 계획이라 이 같은 어려움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허남식 시장이 제안한 명예위원장에 대해 총회에서 논의될 사안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부산을 위한 일이라면 도움 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영화를 제작자로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감독으로 만들 것인지 궁금하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폐막작 <카멜리아>를 제작하면서 프로듀서를 해보니 자금도 구해야 하고, 진행상황도 체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보다는 영화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큐가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면서 세계 거장 감독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자본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삶과 영화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난 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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