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메들리 스틸컷

▲ 청계천 메들리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청계천 메들리>는 상당히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청계천 메들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기존 한국 다큐멘터리영화와 완전히 다른 '독특함'이었다.

추상적인 이미지와 한번 들으면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사운드·효과음 등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분명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오기는 했지만, 실험영화 성격이 강하다. 어떤 면에선 '철저한 작가주의 영화'란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영화가 이렇듯 독특한 형태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연출을 맡은 박경근 감독의 시선 때문이다.

영화는 박경근 감독의 개인적인 꿈에서 시작된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기계음, 독특한 이미지와 사운드가 함께 엮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오프닝만으로도 감독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진행할 것인지 '감'이 온다.

영화는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내레이션을 통해 '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오프닝에서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들은 감독 개인이 꾸는 악몽과 연관된 것들이다. 영화는 이 악몽의 시작이 '쇠'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쇠'에 대한 근원적인 것들을 추구한다.

독특하게 포문을 연 <청계천 메들리>는 우리나라 근대 '쇠'의 역사에 대해 더듬는다. 청계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실제 그 이야기는 청계천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청계천에서 살아가는 인물들보다,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예술적인 형태의 '쇠' 이미지를 쫓아가고 있다.

이는 기존 한국 다큐멘터리영화와 그 궤적을 확연하게 달리 가져가려는 듯한 취지로 보인다. 이후 영화는 청계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감독이 생각하는 '쇠'에 대한 감각적이고 관념적인 것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청계천 사람들이 아닌, 청계천 '쇠'에 주목한 감독

청계천 메들리 스틸컷

▲ 청계천 메들리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박경근 감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는 <청계천 메들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박경근 감독은 영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대미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매튜바니', '줄리안 아이작', '스티브 매퀀' 등과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청계천 메들리>에는 그의 이런 성향이 그대로 녹아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온 미디어아트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청계천 메들리>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 대충 그려진다. 박경근 감독은 다큐멘터리영화의 형식을 빌린 뒤, 거기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추상적이면서도 관념적인 요소들을 섞어 집어 넣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쇠'다. 이 작품에서 '쇠'는 우리 삶의 한 단면처럼 느껴진다. 실험성이 강한 작품인 만큼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쇠'의 속성에 접근하고 있다. 영화 속 청계천은 과거 영광을 품고 있는 '쇠'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몰락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여준 청계천의 이미지에서 과거의 영광을 찾기는 힘들다.

이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청계천에서 일하는 기계공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와서 나타내고, 나머지 감독이 생각하는 추상적이면서 관념적인 생각, 쇠에 대한 시선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내레이션과 강렬한 사운드, 효과음 등으로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청계천 메들리>란 한 영화에 다른 두 가지 요소가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처럼 <청계천 메들리>는 분명 실험적인 영화다. 작품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짧은 리뷰로 다 풀어낼 수 없을 정도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이야기와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는 바라보는 관객들에 따라서 경이로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감독만의 세계일 수도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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