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스틸컷

▲ 된장 스틸컷 ⓒ 필름있수다

'된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구수함이다. 한국인들에게 '된장'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삶처럼 느껴진다. 우리들이 너무나 자주 시켜 먹는 단골메뉴 '된장찌개'의 주재료라서 더 그런지 모른다.

 

영화 <된장> 역시 이런 한국적인 맛을 그대로 영화에 빚어내었다. 오랜 시간 발효시키고 정성을 들여야만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된장'처럼, 영화 역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영화 <된장>은 장진 감독이 직접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장진'이란 이름은 이미 한국영화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장진 사단'이란 말이 생길 정도다. 장진 감독이 발굴한 보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서군 감독이다. 

 

너무 생소한 이름의 감독이라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1998년 <러브 러브>란 독특한 작품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이후 12년 동안 감독으로서 그녀의 이름을 다시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저히 무명인 여감독에게 장진 감독이 영화 연출을 맡겼단 이야기를 듣고 또 다시 새로운 보석이 발견되는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가졌다.

 

이번에도 장진 감독의 안목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장진의 DNA가 녹아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이서군 감독은 대중적이면서도 기존 장진 브랜드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을 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에서 장진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이 제작한 작품 중에 최고'로 뽑고 싶단 말을 했었다. 이런 그의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서군 감독의 색과 장진 사단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색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상업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개인적인 느낌 역시 잘 살아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았단 의미다.

 

사형수 김종구가 죽기 전에 했던 그 말...

 

된장 스틸컷

▲ 된장 스틸컷 ⓒ 필름있수다

영화 <된장>은 사형수 김종구가 죽기 전에 남겼던 말에서 시작된다. '그 된장 다시 한 번 먹고 싶단' 이야기를 사형 집행되기 전에 남겼기 때문이다. 방송사 PD로 있는 최유진(류승룡)은 사형수가 죽기 전에 남긴 말이 왜 '된장'에 관한 것인지 궁금해 한다. 특종 킬러로 불릴 만큼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PD의 감이 여기서 발동한 것이다. 이제 그는 왜 김종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 최유진은 단순한 특종을 잡기 위해 사건을 추적하지만, 점점 사건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묘한 일들이 발생한다. 극악범인 김종구가 '된장'을 먹고 있다가 체포된 사실과 그를 잡으러 간 경찰들 역시 그 '된장' 냄새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과연 이 된장은 누가 만들었으며 어떤 맛인지 최유진 스스로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어떤 된장이기에 극악범까지 정신을 놓고 이 '된장' 맛에 취한 것일까?

 

'된장'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최유진은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한 인물이 장혜진(이요원)이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이런 '된장'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모든 것이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영화 <된장>의 기본 골격은 바로 최유진이 '된장'을 만든 주인공 장혜진을 추적해나가면서 시작된다. 과연 최유진이 마지막에 보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된장>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와 드라마 요소에 스릴러 감성을 덧 붙였다. 영화 전반과 중반까지 최유진이 보여준 '된장'과 장혜진이란 인물에 대한 추적은 미스터리 요소에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 요소를 뒤 섞어 놓았다. 여기에 배우 류승룡이 보여준 코믹한 연기가 관객들에게 재치 있는 웃음을 주고 있다. 모든 부분들이 하나도 엇 나지 않고 박자를 딱딱 맞추어서 진행된다. 한국에서 나왔던 스릴러 영화보다 오히려 더 긴박감 있게 '된장'과 장혜진이란 인물에 대해 추적하고 있을 정도다.

 

<된장>은 배우 류승룡의 영화

 

된장 스틸컷

▲ 된장 스틸컷 ⓒ 필름있수다

<된장>은 포스터를 보면 마치 배우 이요원의 원톱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이 작품의 실제 원톱은 배우 류승룡이다. 만약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그의 캐릭터가 없었다면, <된장>은 맛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전체 100여분의 영화 상영시간 중에 60여분을 그가 책임지고 있다. 이 작품은 류승룡이란 배우가 어떤 연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확실히 알려준다. 그는 선 굵은 역할뿐만 아니라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진지함을 함께 갖추고 있는 영화 속 최유진 PD를 완벽하게 만들어내었다.

 

류승룡이 완벽하게 책임지고 있는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관객들에게 장혜진이란 인물의 궁금증과 함께, 어떻게 그런 '된장'을 만들 수 있었는지 추적하는 최유진이란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웬만한 한국 스릴러영화보다 더 큰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다 배우 류승룡이 만들어낸 웃음 포인트가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만약 이대로만 계속 갔다면 이 작품은 장진 브랜드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요원과 이동욱이 책임지는 후반부 멜로 라인에 있다.

 

영화 후반부는 확실히 이전 장진 브랜드 이름을 달고 나온 영화들과 다르다. 이서군 감독의 개인적인 성격이 잘 묻어나 있다. 장혜진이란 인물이 어떻게 그런 '된장'을 만들게 되었는지 멜로라인을 통해 세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멜로라인과 영화의 전반 및 중반 60여분과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

 

이요원과 이동욱 두 사람이 보여준 멜로라인은 순수하면서 착하다. 결국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두 사람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따라서 <된장>은 완전히 그 운명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

 

영화 후반부를 책임지는 멜로라인까지도 좋게 받아들여지는 관객들이라면 <된장>은 완벽한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중반부 최유진이 만들어 놓은 영화의 긴장감과 코믹한 요소보다 멜로라인 못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라면 <된장>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던 이서군 감독은 앞으로 주목해서 지켜봐야 될 감독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12일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0.11 17:4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12일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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