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된장

▲ 된장 된장 ⓒ 성하훈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는 한국영화 <된장>의 갈라프리젠테이션이 제작자 장진, 감독 이서군, 주연배우 이요원과 류승룡 등이 참여한 가운데, 9일 오후 2시  부산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관의 사회로 열렸다.

<된장>은 1998년 <러브 러브>란 특색 있는 영화로 데뷔했던 이서군 감독이 무려 1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제작자로 참여한 장진 감독, 영화 연출을 맡은 이서군 감독, 주연배우 이요원과 류승룡이 갈라프리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워낙 잘 아시는 분들이라서 특별한 소개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진 감독은 잘 아시는 것처럼 연극과 영화에서 각본 및 연출을 넘나드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분으로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작자로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만났습니다.

이서군 감독은 1998년에 <러브 러브>를 통해서 처음 소개가 되었는데 대단히 실험적인 영화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TV 대담프로에서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어 봤습니다. 첫 데뷔작이 너무나 실험적이어서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다만 1998년 당시 이 작품이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 받기에는 조금 앞서간 영화가 아니었는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새로운 작품으로, 그리고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오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요원씨는 제가 더 소개를 하면 군더더기가 될 것 같아서 지나가겠습니다(웃음). 류승룡씨는 다재다능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배우란 이야기를 이미 많이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독특한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서 대단히 반갑습니다. 류승룡씨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개성파 배우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인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단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배우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제작한 작품 중에 최고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된장 스틸컷

▲ 된장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이 영화에 대해 남겨 놓은 글이 인상적입니다. 제작자이신 장진 감독님께서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인사말과 더불어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진 "전 그 말을 사실 믿지 않는데, 제가 제작하면 잘되고 연출하면 안 된단 이야기를요(웃음). 그런데 제가 제작하고 각본을 쓰고 프로듀서까지 한 작품들 중에서 이 <된장>이란 영화가 너무 좋았습니다. 감히 다른 분한테 이야기하기 미안할 만큼 내 안에서는 1등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전 이 영화가 <웰컴 투 동막골>보다 훨씬 좋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고요. 대한민국 기획 영화란 판 안에서 이런 영화가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고요. 그리고 이 영화를 믿고 같이 참여해준 스태프와 배우 그리고 이 영화를 진두지휘하면서 만들어낸 이서군 감독한테 너무 고마워서 어저께 밤에 저희들끼리 조촐하게 모여서 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너무 좋으니까 '내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손님을 맞이합시다'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인터뷰가 끝난 후 조금 후에 (오후 4시 30분) 저희 영화가 첫 상영을 하는데, 제가 살아오면서 만든 영화를 소개하는 것 중에 가장 흥분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이서군 감독님과 배우 분들 소감 한 마디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서군 "제가 생각해 보니까 12년 만에 다시 한 작품이에요. 시작하기까지 긴 주기가 필요하기도 했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걱정도 많았는데, 장진 감독님이 정말 용감한 분이세요. 경험치가 적고 검증되지 않은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고요. 그동안 뒤에서 든든하게 밀어주지 않으셨으면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영화 끝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첫 상영이 4시 30분인데 우선 이런 자리에서 만족하셨단 이야기를 해주셔서 가장 칭찬받고 싶은 분들에게 먼저 칭찬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요.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이요원 "<된장>이란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편안했고 행복했는데요. 결과를 보고 나니 제가 촬영했던 것보다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나와서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을 하고 있고요. 이렇게 정말 예쁘고 독특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승룡 "처음 <된장>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이 영화에 참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구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작품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초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요원씨에게 첫 날 제가 책을 선물하면서 쓴 글이 있습니다. 우리 '된장'이 '젠장'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고.

그런데 촬영하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태프들과 모든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셨고 긴장하면서 작업에 참여하셔서 이렇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 영화 <된장>도 좋은 식자재와 기다림의 미학을 가미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기대해 주십시오."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된장 기자회견

▲ 된장 기자회견 ⓒ 성하훈


- 감독님이 보시는 이요원씨와 류승룡씨는 어떤 배우입니까?
이서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가장 좋은 답이 뭘까 생각을 했을 때, 류승룡씨는 정말 선물보따리 같은 배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역할을 만들 때 같이 이야기하면서 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으며, 현장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배우였습니다. 연기 폭이 무궁무진하세요. 이런 것들을 모니터 앞에 앉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뭔지 알 수 있게 해준 배우였습니다.

이요원씨는 화면에서 얼굴을 봤을 때 빨리 마음에 와 닿았던 배우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 나는데요. 눈동자가 까맣고 맑은데 차분하고 힘 있어 보이는 면까지 있었어요. 굉장히 순수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인데다가 끝까지 기다리면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배우란 생각을 첫 만남에서 했었어요. 현장에서는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결코 생색도 내지 않고요. 현장에서 깜짝 놀랐던 것이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놀랐어요. 제 시나리오보다도 더 빼곡히 메모가 되어 있었어요."

- 된장찌개에 얽힌 이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어 제목이 레시피인데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 내용이 <식객> 같은 느낌이 들게 했는데요. 이 영화가 <식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설명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요원씨는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부분에 끌려서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이요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처음엔 굉장히 무겁고 진지했어요. 미스터리물 같았고요. 그런데 색다른 요소들도 보이고 멜로도 보이고 다양한 점들이 있어서, 과연 이것을 영화로 찍었을 때 어떤 작품들이 나올까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또 남자 감독님이 아니고 여자 감독님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거는 기대가 커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서군 "영화 영어 제목이 왜 '레시피'인지는 영화를 보시면 확연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것은 영화를 볼 때 느낌을 위해 남겨두고 싶어요. 한국 제목이 '된장'인 것은 정말 된장에 관한 영화라서 그래요.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좀 특이하게 보시던데, 영화를 보시면 왜 그렇게 제목을 정했는지 아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피상적인 느낌만 봐도 <식객>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영화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제작자이신 장진 감독님은 <된장>이 잘되면 <고추장> 같은 시리즈로 갈 의향이 있으신가요?(웃음)
장진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안에서 모든 게임이 다 끝나기 때문에 시리즈로 갈 만한 내용은 없고요. 지금 하신 질문과 다른 질문 역시 마찬가지지만 잠시 후에 영화를 보시면 모든 것이 해소될 내용들이라서 말을 좀 아끼고 싶단 생각이 저뿐만 아니라 감독 배우들도 들 것 같아요. 고추장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빨리 이서군 감독이 다음 세 번째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요원씨 큰 키에 놀랐어요"

된장 기자회견

▲ 된장 기자회견 ⓒ 성하훈


- 류승룡씨와 이요원씨가 처음 만났을 때 첫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된장>이란 영화가 촬영기간이 8개월 정도로 길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요?
이요원 "저는 류승룡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라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첫 인상은 좀 무서웠어요(웃음). 왜냐면 센 역할을 많이 하셨고 눈빛이 무서워서요. 그런데 첫 만남에서 영화 연기에 대한 책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요. 제가 그 책이 너무 좋아서 1시간 만에 다 읽고 행복해 한 기억이 있어요. 후배도 잘 챙겨주시고 너무 좋은 선배님이세요."

류승룡 "이요원씨 처음 봤을 때 너무 좋아하던 배우라 좀 설렜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큰 키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생각보다 키가 좀 작거든요(일동 큰 웃음). 그런데 키가 굉장히 크고 늘 봐왔던 귀엽고 청순한 것도 많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현장에서 여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까탈서러움이 전혀 없이 소탈하고 담백했다는 거였어요. 끊임없이 스태프를 배려하고 감독님과 소통하고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요. 이런 부분들이 정말 좋게 다가왔습니다.

에피소드라고 하면 사계절의 풍경을 로드무비처럼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많은 아름다운 곳을 담아냈습니다. 장면 중에 아주 맑은 물을 시원하게 먹는 부분이 있는데요. 감독님 왈 '아주 시원하게 마시고 뒷골이 설 만큼 그런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는데요. 그런데 웅덩이 물이 너무 더러워가지고 고생을 했습니다(웃음)."

"편집에 대한 것은 만든 사람의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된장 기자회견

▲ 된장 기자회견 ⓒ 성하훈


- 처음 40분 류승룡씨를 중심으로 미스터리로 가다가 어느 시점에 멜로로 바뀌면서 조금 지루하면서 늘어진 느낌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편집으로 이런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서군 "물론 감독으로서 편집점을 잡을 때 이 부분을 조금 더 만져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늘어지는 부분에 관해선 시나리오 부분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 미스터리로 갔으니 끝까지 그렇게 밀어붙여서 통일된 느낌을 줄 것이냐? 아니면 다른 부분을 가미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느냐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물론 재미만 생각한다면 처음 미스터리로 갔으니 끝까지 그렇게 가는 것이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최유진이란 기자가 자취를 쫓아가면서 하나씩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을 했는데요. 된장이란 것이 시간을 통해서 맛이 나고 숙성되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쌓이고 평범한 것이 쌓여서 특별한 감정이 된다는 것을, 영화 자체의 스피드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그 잔잔한 느낌을, 된장처럼 묵묵히 쌓여가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옳단 생각을 해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장진 "편집에 관해서는 제가 좀 많이 관여를 했습니다. 이 부분은 관객들 기호에 따라서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후반부 역시 이런 부분에 해당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은 초반 미스터리보다 후반부 멜로를 더 보고 싶단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든 사람의 감정 그대로 나오는 것이 좋단 생각을 해봅니다."

이요원 "제가 나온 부분을 편집하시란 이야기가 되는데요(일동 큰 웃음). 개인적으로 저 나온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웃음)."

"이 작품은 대중영화의 한복판에서 논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

된장 기자회견

▲ 된장 기자회견 ⓒ 성하훈


이용관 집행위원장: 마지막으로 각자 끝 마무리를 해주실 수 있습니까?
장진 "이 영화에 대해 실험적이란 이야기는 정말 기사에 안 나갔으면 하는 단어입니다. 이 영화는 대중의 가장 전면에 서 있는 영화입니다. 절대적으로 상업영화의 한 복판에서 논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런 것들을 이겨낼 때 우리나라 대중영화와 상업영화의 넓이가 몇 겹은 더 넓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중들의 기호에 절대적으로 맞추어준 영화만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은 것이죠.

모두들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정말 좋다. 그런데 흥행은..'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영화는, 정말 영화가 좋다 면은, 좋은 관객들은 그 영화를 찾아올 것이란 것을 원론적으로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든지 만들어진 방식 이런 것들 때문에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혹은 비상업적이라고 판단이 드는 것은 대단히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대중영화 한복판 최전방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서군 "지금 현실이 스타일이 세고 강한 영화에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사람들한테 어느 순간이든 따뜻한 감정이란 것은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맛있는 영화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믿고 있어요.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 좀 더 창의적으로 상상력을 풍부하게 사용해서 풀어보자 생각을 해서 사람들이 특이하단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물론 영화를 보면 제 개인적인 개성과 성격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작은 재미와 보편적인 감성도 많이 숨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이요원 "영화도 참 좋았지만 영화도 참 재미있단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제가 처음 작업을 할 때 상업성은 없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완성된 작품은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부분도 많이 발견이 되어서 오히려 더 독특한 작품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류승룡씨와 출연해주신 배우 분들이 모두들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연기를 잘해주셔서 보면서 재미있단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는 영화란 생각을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진 된장 이요원 류승룡 이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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