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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과 주요 작품 예매가 불과 10초 전후로 매진될 만큼 관객들의 높은 관심이 쏠리면서, 영화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7일 개막을 앞두고 영화인과 관객들의 들뜬 마음으로 부산영화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들과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화제는 그러나 잘 되는 만큼 이를 시샘하고 질투하는 목소리도 잦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좌파 영화제라고 부산을 공격한 보수 진영의 얼토당토않은 공세는 그 대표적이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외풍도 없어 보이고 후원사 확보도 순조로워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다.

그렇다면 부산영화제에 몰아쳤던 외부의 견제와 흔들기 시도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안팎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견제와 흔들기 공세는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풍, 축적된 경험으로 극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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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이런 저런 외부 영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나름대로 파고를 잘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라고 해서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난제를 극복하는 경험이 축적된 만큼 작년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 봅니다."

올 초 영화제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도 잘 이겨냈으니 올해는 어떤 공세가 있어도 초월한 마음으로 담담히 대응하겠다는 각오였다.

"영화제가 잘 되다 보니 안팎으로 시기하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해 '좌파 척결'이란 이름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 공세가 이어졌을 때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 언급을 하게 되면 더 시끄러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하이 도쿄 홍콩 등 아시아 영화제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꾸 부산을 흔들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많이 잠잠해 졌다고는 하나 부산영화제를 싫어하는 쪽의 흔들기 공세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시선이다. 다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미풍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한 가지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올해 부산영화제가 때로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한 의견을 밝히면서 대응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원로영화인, "여배우 패션쇼에 일본영화 홍보장 역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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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국제영화제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말은 발전방향 토론회였지만 실상은 '영화제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정초신 부위원장과 이대현 영진위원 등 조희문 위원장 체제에 일조하고 있는 보수 영화계 인사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들이 낭비가 심하고 비효율적인 행사임을 강조했다.

투입만 하고 이익이 나는 비용이 적은 행사에 언제까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산업적인 성과가 없으면 지원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화제들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42억에서 35억 원으로 줄어든 것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원로영화계 인사는 "부산이 여배우 패션쇼나 해주고 있고, 일본 영화 판매 전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산국제영화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충무로의 비주류였던 인사들이 영화제를 통해 주류가 됐다'는 것이, 부산영화제를 보는 이들 보수 원로영화계 인사들의 견해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점은 일관되게 나타났는데, 지난 8월 열린 충무로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김갑의 부조직위원장은 "영화제들의 낭비가 많다"고 지적하며 부산을 비롯한 몇몇 영화제를 예로 들어 언론이 그런 점을 비판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충무로국제영화제는 보수 원로 영화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올해 예산 문제로 파행을 빚었다.

'문화부의 2009년 국제영화제 평가'에도 일부 평가위원이 부산을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한 평가위원이 "부산에 자기 돈 내고 오는 해외 영화인들이 없고, 해마다  엄청난 돈을 외국 게스트 초대에 사용하고 있으며, 비싼 상영료를 지불하는 등 양적 팽창에만 주력하는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영화제를 혹평했기 때문이다.

"오지도 않은 사람이 영화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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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부산영화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4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사실부터 틀렸다"며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작년만 해도 3230명이 아무 지원도 받지 않고 자비로 왔으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초청작들에 상영료를 지급하는 걸로 아나 본데, 상영료를 일체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 게스트 ID카드도 받아가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평가를 내렸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화제에 오지도 않은 사람이 평가를 했다는 의미였다.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가운데는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 등, 영화계 좌파 적출 문건을 만든 문화미래포럼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부산영화제 흔들기를 목적으로 일부러 악의적으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산업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부산영화제측은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전국적으로 536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었고, 부산 지역만 324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었다'는 자료를 내놨다. 소모성 낭비 행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올해 정부 지원 예산이 18억에서 15억으로 3억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체 예산은 전년 대비 1억 정도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부산시가 부족한 만큼을 채워줬기 때문이다.

예산이 더 늘어날 수도 있었지만 문화부에서 지원 예산을 줄인 마당에 이를 부산이 자적으로 늘릴 경우 자칫 눈치가 보일 것 같아 지난해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정부 예산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영화제를 관리하는 주무부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롭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중앙 부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면이다.

'문성근 집행위원 제외 논란' 등 외부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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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외부의 간섭'은 영화제 운영에 직간접적 압력으로 비치기도 한다. 지난해 좌파공세 과정에서 문성근씨가 영화제 집행위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일례다.

영화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당시 그런 시도가 있었던 것은 문화부와 정보기관 등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문성근씨를 비롯한 몇몇 인사가 집행위원으로 있는 것을 영화제측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몇 차례 언급했고,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문성근씨가 집행위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내용을 일부 지역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려 기정사실처럼 보도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영화제측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영화제측의 한 관계자는 "집행위원 명단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그 한사람 있는 것을 갖고 왜 그러느냐?'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집행위원에는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한 사람을 갖고 문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해서 더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화제의 핵심 관계자는 "더 이상 그런 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부터 집행위원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한 것이 그런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만든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영화제측이 집행위원에 몇몇 인사를 새로 포함시키는 것으로 문성근씨 문제를 절충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른 특별전이 준비된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정부가 G20 정상회의에 맞춰 'G20 특별전' 마련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프로그래머는 "다행히 잘 넘어갔다"며 "부산영화제로서는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2005년 10회 행사 당시 APEC 정상회의에 맞춰 APEC 특별전을 열었다가 영화제 기간 중 영화인들의 APEC 반대 시위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같은 외풍 때문인 듯 김동호 위원장 후임으로 모 정부 인사가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소문이 한때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돌기도 했다. 뜬소문으로 유야무야됐지만, 영화계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부산영화제의 상징성이 큰 데 대한 안팎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독립영화 지원' 영진위는 줄이고, 부산은 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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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는 이러한 외부 영향을 받지않고 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독립영화 진영에 대한 지원 확대가 그 대표적이다. 비록 영화제 프로그램 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독립영화 쪽에는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이는 최근 영진위원들에게까지 불신임을 당한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에 대한 문제제기에 부산영화제도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독립영화 진영의 주요 공간이던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 전용관의 운영 주체를 바꿔 독립영화인들의 반발을 샀다. 더구나 최근 2011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에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지원을 폐지해 독립영화 감독들이 문화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영화 지원 확대는 이렇듯 영진위가 제 역할을 못하는 부분을 대신 감당해 주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특히 '시네마달'을 비롯한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아시안필름마켓에 처음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영화제측은 독립영화의 활로를 모색하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는데, '시네마달'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 측에서 참가비용을 지원해 줘 세일즈오피스에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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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월 문화부 주최 영화제관련 토론회에서 이대현 영진위원은 "부산영화제의 경쟁 수준이 독립영화 감독이나 지원하는 수준이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독립영화에 대한 조희문 영진위의 시각으로 읽혔는데, 올해 부산영화제측은 이 같은 방향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독립영화 지원 확대는 중국 독립영화 진영이 당국의 검열 문제와 제작비 조달 어려움으로 위축돼 있는 것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방해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부산이 일정 부분 도움을 주겠다는 것으로 아시아 영화의 대표주자인 부산이 책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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