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한 장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한 장면.ⓒ KBS


박신양, 천정명씨에 이어 이번엔 장근석씨군요. 네, 어제(13일) 아침 캐스팅 보도자료가 떴더군요. "문근영, 장근석과 호흡"이 대체적인 헤드라인이었어요. 올 11월 KBS2에서 방송 예정인 <매리는 외박중>에 출연한다는 소식이었지요. 이미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은 접했는데, 이제야  확정이 됐나보더군요.

이 정도면 꽤나 잰걸음이 아닐 수 없네요. 올해만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연극 <클로져>, 연이어 신작 촬영에 들어가 연말까지 방송될 테니 말이지요. 한동안 학업에 매진하느라 간간이 작품 활동을 해 왔던 지난 몇 년과 비교한다면, 더더욱 반가운 작업의 연속이네요.

특히나 다소 심각했던 전작들에 비해 또래인 장근석씨와 함께 연기하며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데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함께 사는 낙천적인 성격의 위매리가 인디밴드 보컬 강무결(장근석), 그리고 재벌가 후계자와 동시에 가상결혼을 한 다는 설정이 꽤나 발랄해 보입니다.

게다가 <풀 하우스> 원수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 삼아 영화 <텔 미 썸딩>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드라마 <궁>등을 집필했던 인은아 작가가 극본을 쓴다고 하니, 요즘 시청률 면에서 죽을 쑤고 있는 여타 순정만화 분위기의 청춘드라마들과 비교를 달리 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차기작 전에 일단 요즘 한창 공연중인 연극 <클로져>부터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근영씨가 연극에, 그것도 <클로져>에 출연했단 사실만으로 충분히 화제가 됐다는 사실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죠? 스타들의 대학로 진출에 대한 이견들은 접어두고서라도 말이죠.

나탈리 포트만과의 연기대결, 연극 <클로져>

"나탈리 포트만이 와서 봐줬으면 좋겠어요. '너의 앨리스 매력적이야' 하면서!"

 연극 <클로져> 포스터.

연극 <클로져> 포스터.ⓒ 악어컴퍼니

네, 근영씨. 제작발표회 당시 바람처럼, 분명 문근영의 앨리스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 <클로져> 속 앨리스란 캐릭터의 힘이자, 그 인물의 뼈대에 피와 숨을 불어넣은 문근영이란 배우의 노력의 산물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최근 찾은 <클로져> 공연장 아트원시어터는 빈 좌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더군요. 8월 6일 시작해 10월 10일에 마무리되는 일정이고 총 40회 공연에 나선다고 알려졌는데, 이제 반환점을 돈 건가요?

사실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문근영의 연극 도전' 자체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잖아요. 팬들의 관심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토요일 저녁 공연이 끝나고 극장 앞에서 100여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저마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들고서는 근영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300석을 채운 관객 중 그 정도 인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런 관심이 외적인 것이라면, 또 <클로져>란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팬들을 확보한 걸작이잖아요. 패트릭 마버의 희곡이 1997년 연극에서 첫 상연된 이래 본고장인 영국에서 브로드웨이를 거쳐, 전세계 100대 도시, 30여 개 언어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고요. 연기자 입장에서는 분명 캐릭터 해석이나 연기 톤에 대한 작품 내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클로져>는 분명 근영씨 말대로 "네 남녀의 차이들로 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들 중 극본과 대사의 빼어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희곡이자 영화지요.

게다가 앨리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이 현재 근영씨 연배와 비슷했던 시기인 1995년에 영화 <클로져>에 출연해서 호평을 받았었잖아요. 줄리아 로버츠나 주드 로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요. 그래서 더더욱 나탈리 포트만에게 인정받고 싶단 바람을 표출했었을 테지만요.

그런데 첫 번째 연극 도전, 근영씨 본인은 흡족해 하고 있나요?

스트립 댄서? 그것보다는 발성이 문제

"앨리스라는 캐릭터를 먼저 보고 선택을 한 거예요. 그 친구 직업이 스트립 댄서일 뿐이지 스트립 댄서 역할이 재미있겠다고 한 건 아니라서 큰 걱정을 하진 않았어요. 뭐, 복근 아가들을 만들어야 하는 고민 정도?"

맞아요, 근영씨 말대로 앨리스는 스트립댄서고 또 상처받은 영혼이지요. 바람둥이이자 이기적인 성격의 부고 전문기자 댄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외도로 상심에 빠지게 되고요. 그래서 댄의 상대인 애나의 남편인 래리와 만나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가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은 댄이에요. 네, 사랑의 중독성과 또 덧없음을 잘 보여주는 복합적인 캐릭터가 네 주인공 중 가장 어린 앨리스지요. 또 그만큼 매력적이고요.

분명 <클로져>는 근영씨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영화 속 나탈리 포트만도 워낙 탁월한 연기력을 뽐내지만, 다층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앨리스는 젊은 여성 연기자로서는 지극히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일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앨리스는 충분히 성적인 매력으로 충만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소녀의 감수성과 창녀의 퇴폐성이 공존하는 역인지라 다소 파격적인 의상도 감수해야 했을 테고요. 

그런데 어쩌죠. 전 스크린으로 만나는 근영씨 얼굴과 목소리가 더 익숙해서인지 그날 함께 공연한 최광일, 진경 등 연극판 선배들의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쩌면 앨리스가 훨씬 더 관객의 눈길을 잡아 끌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말이죠. 사실 그게 다 발성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연극무대의 발성은 사실 톤 자체가 다르고 또 울림을 필요로 하잖아요.

원래 중저음인 목소리를 감안한다고 해도 근영씨의 앨리스는 확실히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봤을 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탁월한 눈물연기와 또 본연의 순수한 마스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매체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가 아닐까 싶었더라고요.

부담은 벗고 스물 넷 나이를 즐기시라

 배우 문근영.

배우 문근영.ⓒ 나무엑터스

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근영씨의 연극도전은 분명 성공적이라 평가받을 것 같아요. 워낙 좋은 작품인지라 이미 앤 혹은 앨리스 역할로 김지호, 윤지혜, 홍은희 등 연기자 선배들도 거쳐 갔었잖아요. 아마도 발성 문제야 연극 출신이 아닌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섰을 때 필연적으로 받아야 하는 지적일 수밖에 없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극 전체에 녹아드는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발연기'와 평균 이하의 노래실력으로 혹평을 받았던 일부 비연극 출신 배우들의 연극이나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한 뮤지컬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만큼 근영씨의 연기도 절반이 훌쩍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여전히 예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흥행이나 화제성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매리는 외박중>에 관심이 갑니다. 사실 대학 입학이후 아역과 소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너무 신중하게, 또 심각한 캐릭터를 고르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답니다. 사실 그건 영화 <사랑따윈 필요 없어>의 흥행실패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물론 국문학도로서 다른 연기자와 달리 학업에 매진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요.

무엇보다 연아 양에게 물려준 '국민여동생'이란 칭호부터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라는 부담은 이제 훌훌 털어버렸으면 해요. 또 '연기력'에 대한 부담 또한 버리고 이제는 좀 더 근영씨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그것이 <클로져>의 앨리스와 같이 검증된 역할이든, 발랄한 캐릭터로 알려진 '위매리'든 말이지요.

네, 그래요. 근영씨는 이제 1987년생, 스물 네 살이잖아요. 그토록 염원하던 앨리스에서 위매리로 변화된 모습 보여줄 11월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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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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