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좀비 스틸컷

▲ 이웃집 좀비 스틸컷 ⓒ 키노망고스틴


<이웃집 좀비>(?) 영화 제목부터 수상하다. 무비조이에서 마니아 영화코너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B급 호러영화와 공포영화 등에 관심이 많다. 최근 최신영화리뷰에 매달리면서 마니아영화 코너에 제대로 이런 분류의 영화들을 소개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인데, 이런 마니아영화코너에나 올릴 정도의 강력한 제목을 가진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때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것도 외국영화가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좀비영화라고 한다. 도대체 이런 프로젝트를 영화로 만들어낸 그들은 누구일까?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웃집 좀비>는 영화 제목만 보고도 컬트 느낌이 날 정도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 또는 단편영화 등에 공포물이나 호러물 등이 많다. 비록 분장이 어색해도, 혹은 눈에 보일 정도로 옥에 티가 많아도, 저예산으로 관객들에게 확실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장르가 이런 호러나 공포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도 <고무 인간의 최후>(1987년), <데드 얼라이브>(1992년)와 같은 저예산 공포코미디영화로 처음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샘 레이미 감독 역시 <이블 데드>와 같은 초저예산 호러영화로 그 이름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알리고 북미 대표 컬트영화 감독으로 80년대를 주름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로 완전히 재기에 성공한 대니 보일 감독도 <비치>(2000년)의 흥행 참패 이후 800만불로 만들어진 좀비영화 <28일 후에>(2002년)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300>과 <왓치맨>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 감독 역시 <새벽의 저주>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편을 리메이크 한 좀비영화로 데뷔하였다. 그리고 샘 레이미 감독과 함께 북미 컬트영화의 제왕으로 불렸던 데이빗 린치 감독 역시 <이레이저 헤드>(1977년)와 같은 판타지 공포영화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후 TV드라마 <트윈 픽스>(1992년)와 영화 <블루 벨벳>(1986년),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년)로 거장이 된다.

이렇게 외국에서는 저예산 공포영화나 호러영화로 이름을 알린 후 거장이 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서조차도 공포나 호러장르 작품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장르영화들이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르영화 안에서도 작품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는 상황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코미디 영화에서조차도 원초적인 웃음보다 감동적인 코드가 삽입되어야만 그나마 양호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재 한국 영화의 현실이다. 괴수 영화에서도 이런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한국 영화시장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웃집 좀비>가 특이한 장르영화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천만 원의 저예산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던 좀비영화로 극장 개봉한다는 것에 대해 그 도전정신만큼은 박수를 쳐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작품을 연출한 4명의 감독에게 2월17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웃집 좀비>가 어떤 영화인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연출 감독들 이웃집 좀비 감독 사진

▲ 연출 감독들 이웃집 좀비 감독 사진 ⓒ 키노망고스틴


-[오영두 감독에게 질문]한국에서 제작된 좀비영화 자체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이런 좀비영화가 관객층이 많지 않은 마니아급 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연출자 네 분이 함께하고 있는 키노망고스틴에 대해서도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처음 단편 옴니버스로 기획하던 중 한편의 에피소드가 좀비물이었습니다. 제작자인 윤정이 이야기를 듣고 전체를 좀비영화로 가면 신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비영화로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윤정이 신선하다고 생각했을 때 '아마 관객도 신선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관객에게 어필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이 기획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 상업영화로 기획되었다면 아직까지 못 찍고 어디선가 어두운 골방에서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키노망고스틴은 2007년 단편을 찍으면서 처음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옥수동(오영두, 장윤정 감독의 자택)에 모여 작품을 찍을 때마다 키노망고스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번 <이웃집 좀비>까지 이어졌습니다. 특별히 4명의 구성원이 된 단체라기보다는 언제든지 이곳에서 작업을 한다면 키노망고스틴이 되는 마치 유기체 같은 단체입니다." 

-[류훈 감독에게 질문]영화는 보통 감독의 예술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 방향과 의지 그리고 재능에 따라서 작품완성도가 완전히 판이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웃집 좀비>는 무려 네 분이 공동연출을 하셨습니다. 공동연출 하면서 네 분 사이에 의견충돌이나 다른 힘든 점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네 명이 공동연출해서 좋았던 점도 이야기 해주실 수 있는지요?
"엄밀히 말하자면 각각의 작품을 각각 시나리오 연출을 한 터라 공동이 연출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웃집 좀비>는 6편의 에피소드가 모여 1편의 장편이 되었는데 그 중 '틈사이', '도망가자'를 오영두 감독이, '뼈를 깍는 사랑', '폐인킬러'를 홍영근 감독이, '백신의 시대'를 류훈 감독이, '그 이후... 미안해요'를 장윤정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네 명이서 항상 의견을 나누고 서로 조율도 하면서 나름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때도 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자는 의견에는 공통적이었고, 각자 감독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지만 모두의 의견을 따르기도 하는 약간은 이상한(?) 시스템이지요. 그리고 저희 네 명이 좀 특이한 구조로 얽힌 관계입니다. 영두를 기준으로 윤정은 와이프, 영근은 군대 아들(1년 후임), 저는 영두와 윤정이 동시에 아는 사이입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연장자이지만 워낙 성격이 좋은(?)지라 충돌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홍영근 감독에게 질문]<이웃집 좀비> 제작비가 2천만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상업영화들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적은 제작비입니다. 이런 제작비의 어려움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 가는데 힘든 점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완벽히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 같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제작비가 없음으로 인해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얻어지는 보석 같은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런 점들이 저예산을 하면서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웃집 좀비 스틸컷

▲ 이웃집 좀비 스틸컷 ⓒ 키노망고스틴


-[장윤정 감독에게 질문]이 영화에는 좀비가 등장합니다. 따라서 분장과 의상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화면에 비치는 좀비들의 모습이 실감 나야만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좀비 분장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영화가 완성된 후 가장 만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CG나 돈이 많이 들어간 할리우드 좀비만큼의 퀄리티를 내기 힘들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좀비에 대한 정의를 두고 '만약 좀비바이러스에 걸린다면 이렇게 되겠지'라는 설정을 두었습니다. <이웃집 좀비>에서는 감염된 정도에 따라 초반의 좀비 모습과 중반 후반 과정의 좀비들이 등장합니다. '도망가자'에서 여자 친구는 초반, 남자친구는 중반, 그리고 '뼈를 깎는 사랑'에서의 엄마 좀비는 후반의 좀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설정으로 인해 관객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조금씩 적응하는 것이 나름 뿌듯합니다.^^

참! 좀비 분장은 저도 힘들지만 배우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피부표현에서 특수 분장 재료들이 쓰이는데 이것이 의외로 고통이 따릅니다. 특히 엄마 좀비는 분장만 4시간이 걸려 배우에게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지요. 또한 영화에 나온 피도 온몸에 칠하면 은근히 기분이 나빠집니다. 배우 중에서는 이 분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좀비 연기가 나온다고 하는 배우도 있었습니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경우 많은 분들이 재미없는 영화 혹은 시간 들여서 보기 아까운 영화란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인식이 점점 변하고 있는데요. <이웃집 좀비>에서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과 만족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야기해주십시오. 어떤 부분에 관객들이 포커스를 맞추고 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집 좀비>는 국내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장르영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사유하는 이야기보다 관객과  함께 웃고 떠들고 경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즐겨주세요.^^"

-좀비 영화가 한국에서 생소하기 때문에 거의 시도 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네 분이 영향을 받은 외국 작품이나 감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좀비영화나 공포(호러)영화를 가장 인상 깊게 보셨는지요?
"다들 장르 구분 없이 영화를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지만 유독 홍영근 감독이 좀비영화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집에서 영화를 찍어보자 말이 나왔을 때 처음 나온 시나리오가 '뼈를 깎는 사랑'이었는데, 아마  조지 로메로 감독의 초기 좀비작품부터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까지 많은 좀비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 공동연출하신 네 분이 만약 혼자서 작품을 연출한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오영두 - 액션영화를 좋아해서 지금도 액션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연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윤정 - 저는 지금 구상만 해놓은 '태국에서 찍는 공포물'과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게 되는 따뜻한 드라마'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습니다.^^

류훈 - 휴먼드라마 혹은 멜로영화를 연출해 보고 싶습니다.

홍영근 -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액션영화를 연출해 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도 발행됩니다.
이웃집 좀비 좀비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