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의 단편독립영화가 옴니버스 형태로 묶여 있는 <사사건건>이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산책가>, <아들의 여자>, <남매의 집>, <잠복근무> 등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한 작품에서 단편영화 네 편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단편독립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분명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단편독립영화로 상영관 잡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네 작품을 묶어 하나의 장편영화처럼 극장 개봉하는 형식 역시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렇게 특별한 옴니버스독립영화 <사사건건>에서 연출을 맡은 감독님들에게 직접 자신이 연출한 작품들의 소개를 듣는 것과 함께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인터뷰의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1. <산책가> 감독: 김영근, 김예영

사사건건 산책가 스틸컷

▲ 사사건건산책가 스틸컷ⓒ 이노디스


- <산책가>는 어떤 영화인지 먼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산책가>는 시각장애아 영광이의 시점으로 본 세상을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표현한 영화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인터렉티브 미디어, 촉각 그림책, 싱글채널 비디오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 <산책가>는 시각장애인 영광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누나를 위해 만든 촉지도에 관련된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을 여러 가지 기법과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며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장애에 대한 어떤 관점이나 주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직 영광이라는 한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지도도 대부분 영광이가 직접 만들도록 했고, 색깔 역시 영광이가 상상하는 색깔들에 기초해서 썼습니다. 애니메이션 표현 기법에 있어서는 촉감이나 후각 등 시각이 아닌 감각들을 어떻게 하면 더 실감나게 시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각장애를 삶의 장애요소가 아닌 하나의 감수성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를 감수성의 영역에서 이해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모두가 더욱 깊고 진실된 소통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특히 영광 역을 맡은 황영광군의 경우 전문연기자가 아닌 실제 시각장애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을 보면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어떻게 영광군을 만나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캐릭터 그대로 연기가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극장을 찾아주실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영광이는 저희가 서울맹학교 초등부 6학년 1반의 졸업여행에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동행했을 때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광이는 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장난기가 많았고 미술을 좋아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카메라나 영화 쪽에도 흥미가 커서 저희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영광이를 비롯한 서울맹학교 6-1 친구들 모두 저희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영광이는 주인공까지 맡게 된 것입니다.

저희는 가능하면 영광이가 산책길에서 느끼는 느낌들을 최대한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내용도 영광이가 실재로 겪었던 일들 위주로 수정하였고, 영화에 쓰인 지도 역시 대부분 영광이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의 캐릭터 또한 영광이로 인해 훨씬 밝고 명랑하게 변했답니다.

관객 여러분들도 귀여운 동생 영광이와 손을 꼭 잡고 함께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2. <아들의 여자> 감독: 홍성훈

사사건건 아들의 여자 스틸컷

▲ 사사건건아들의 여자 스틸컷ⓒ 이노디스


- <아들의 여자>는 어떤 영화인지 먼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임신한 소녀가 남자친구의 아버지를 찾아가 산부인과에 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 입니다."

- 처음 영화 제목만 봤을 때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가 아닌지 지레짐작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보니 상황 자체가 아주 독특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아들의 여자' 라는 채시라씨가 주연한 동명 제목의 불륜 드라마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것 때문인지 그런 류의 이야기를 상상을 한다는 것에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에서 차용하여 문학적이라고 생각하며 지었는데 말이죠(^^). 한번 형성된 제목의 고정관념이 깊숙이 박힌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군 제대 후 부산시네마떼끄에 자주 다녔는데요. 그 때 그곳에서 비디오를 틀어주시던 연세가 지긋하신 직원분이랑 친해졌고, 제가 영화를 할 거라니까 군대 간 아들의 여자친구와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때 들었던 이야기를 제 아이디어 뱅크 속에 저장해 놓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 관객들이 영화 상황 자체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설정 때문에 영화에 무리수가 많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독립영화가 가진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듭니다. 감독님은 이런 상황설정을 통해 영화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비난받아도 변명할 수 없는 고백을 하자면, 이 영화에서 극단적이다 느끼는 이야기가 사실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러브스토리였습니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여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뛰어가던 소녀가 멈춰 서서 아버지를 돌아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이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길 원했습니다. 부대끼고 싸우는 것만으로 답을 주지 못하지만, 어색했던 서로의 관계가 손톱만큼 이해하고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남매의 집> 감독: 조성희

사사건건 남매의 집 스틸컷

▲ 사사건건남매의 집 스틸컷ⓒ 이노디스


- <남매의 집>은 어떤 영화인지 먼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 실습작품중 하나입니다.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공포와 불안을 표현한 영화입니다."

- 이 작품은 반 지하에서 갇혀 지내는 어린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용 자체가 상당히 공포 같으면서 스릴러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하룻밤 사이에 남매에게 일어난 일을 특별한 설명 없이 풀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이렇게 기획하고 연출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남매의 집>에서 감독님이 연출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과 연출 의도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처음부터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눈감고 길을 걸을 때의 불안처럼 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더 불안을 야기 시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여건이나 저의 연출자로서의 경험으로 볼 때 로케이션이 많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형식으로 만든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연출적으로는 지루하지 않도록 영화적 재미를 계속 주려고 했으며 동시에 유치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 외국 같은 경우에는 이런 공포적인 요소를 가진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반면, 한국에서는 공포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공포영화 장르 자체가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단편영화 연출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영화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고 이 작품도 학교의 실습작품이니 만큼 인기 있는 장르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공포 마니아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공포소설이나 만화책을 좋아했습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 볼 때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SF를 하고 싶습니다." 

4. <잠복근무> 감독: 이정욱

사사건건 잠복근무 스틸컷

▲ 사사건건잠복근무 스틸컷ⓒ 이노디스


- <잠복근무>는 어떤 영화인지 먼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잠복근무를 하게 된 형사가 우연히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담고 있는 단편영화입니다."

- 이 작품은 코믹한 요소가 많은 단편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웃음을 주는 것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감독님은 이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코믹한 요소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는지요? 그리고 완성된 작품에서 코믹 요소들이 제대로 살아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관계들, 그러니까 여러 명의 친구가 함께 어울려도 개개인의 관계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서 우리의 얄팍한 이면을 유쾌하게 풀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각 친구들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었고 각자 다른 캐릭터를 통해 서로 다른 관계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한 없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인물들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에서는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코믹한 요소에 범인을 잡아야 하는 신참형사 이야기를 다룬 만큼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경우 균형감 있게 영화를 연출해야만 복합적인 요소가 제대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전체적인 균형감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하셨는지요? 아니면 코믹한 요소 혹은 형사가 등장하는 범죄물에 나오는 액션과 추격전에 더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의도는 전반부의 친구들과 만나게 되는 그런 희극적인 상황이 후반부의 추격전으로 이어지면서 긴박감이나 처절함보다는 친구들과 운동회를 하는 덧한 느낌이길 바랐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범죄영화에 나오는 액션과 추격전과는 콘셉트가 조금 달랐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균형감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중점은 원치 않는 상황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희극적인 사건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발행된 후 www.moviejoy.com 에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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