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과 봉준호가 돌아왔다. 그들은 올 4월과 5월, 한 달 간격으로 각각 야심작인 <박쥐>와 <마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영화계는 이 두 감독의 복귀가 한국영화 부흥을 다시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 이 두 편은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박쥐>는 오랜 콤비였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다시 만났고 여기에 김옥빈의 연기 변신이 어떨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마더> 또한 <괴물>로 천만 관객을 모은 봉준호의 차기작에 중견배우 김혜자의 스크린 복귀, 여기에 원빈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이 두 편은 모두 칸영화제에 선을 보였다. <박쥐>는 경쟁부문에서, <마더>는 비경쟁부문에 각각 출품됐고 이 때문에 칸영화제가 국내 언론에 엄청나게 소개가 됐다. <박쥐>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탈 것이라는 설레발성 기사가 국내 언론을 장식한 가운데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마더>는 '주목할 만한 영화'로 언급됐다.

 

한 달 간격으로 공개된 <박쥐>와 <마더>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 박찬욱 감독의 <박쥐>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 박찬욱 감독의 <박쥐> ⓒ CJ엔터테인먼트

 

예상대로 이 두 편의 영화는 흥행도 비교적 잘됐다. <마더>가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박쥐>가 222만 명을 동원해 어느 정도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박쥐>의 경우는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차이가 엇갈렸다.

 

평론가들은 <박쥐>를 극찬했지만 관객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매너리즘에 빠진 영화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를 본 한 영화매체는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을 듣는 공간을 마련했지만 정작 내용은 해명보다 <박쥐>를 만드는 과정에 치중해 아쉬움을 줬다.

 

<마더>의 평도 엇갈렸다. 그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보다 코믹함은 줄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 <마더>에 신선함을 느낀 관객도 있는 반면 어색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특히 김혜자의 연기에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고뇌를 그린 <박쥐>는 비쥬얼 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속도감이 떨어진 이야기 전개에서 실망스런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박찬욱의 영화 세계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다가가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박쥐>의 약점이 된 것 같다.

 

새로운 시도 <박쥐>, 새로운 해석 <마더>

 

에밀 졸라의 <테렌스 라켕>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지만 원작을 읽은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박쥐>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박찬욱도 이제는 관객보다는 자신의 영화색을  더 우선으로 한 영화를 만들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평론가들에게 이것은 하나의 신선한 시도였음이 분명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영화를 좋게 받아들일 관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평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박쥐>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순항했다.

 

<마더>는 어머니의 모정을 하나의 '광기'로 여긴 부분이 흥미로웠던 영화다. 감독은 그런 어머니 역으로 그간 '국민 어머니'라 불렸던 김혜자를 캐스팅해 그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김혜자의 연기가 돋보인 봉준호 감독의 <마더>

김혜자의 연기가 돋보인 봉준호 감독의 <마더> ⓒ CJ엔터테인먼트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마더>의 김혜자는 엄마로써 할 수 있는 행동, 그리고 여자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잘 표현한다. <마더>가 <박쥐>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덜했던 이유는 바로 김혜자의 연기였던 것이다.

 

<터미네이터> 등 해외 블록버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 두 영화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살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것은 '거장의 귀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의 귀환'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한 확실한 '브랜드'

 

박찬욱과 봉준호는 사실상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감독이다(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자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을 들 수 있다). 이들이 만들면 그 영화는 찍기 전부터 화제가 되고 기대작이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신상'을 고르는 마음으로 그들의 영화를 우선적으로 본다. 사실상 감독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 셈이다.

 

 박찬욱이 만든 <복수는 나의 것>. 이제 당분간 실패작은 없을 것 같다.

박찬욱이 만든 <복수는 나의 것>. 이제 당분간 실패작은 없을 것 같다. ⓒ CJ엔터테인먼트

 

이 두 편을 모두 현재 독보적인 영화배급사가 된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것도 관객몰이에 한몫을 했다. 감독 이름에 배급의 확장까지 더해지면 흥행은 따논 당상이다. 300만 관객을 모아도 '모자르다'라는 말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찌 보면 박찬욱과 봉준호는 더 이상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이나 <플란더스의 개>처럼 참담한 실패는 없을 것이다. 이제 '브랜드'가 된 이상 그들의 영화는 배급 1순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09년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했다.

덧붙이는 글 | 3회는 ‘여름에 만난 그들-윤제균과 김용화’가 이어집니다.

2009.12.27 16:1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3회는 ‘여름에 만난 그들-윤제균과 김용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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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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