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영화제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황은 이렇다. <해운대>(윤제균 감독)와 <내 사랑 내 곁에>(박진표 감독)에서 호연을 펼쳐 각각 '천만 배우'과 '멜로 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하지원씨가 올해로 46회를 맞는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류스타' 장나라 씨가 주연한 <하늘과 바다> 포스터.

▲ '한류스타' 장나라 씨가 주연한 <하늘과 바다> 포스터. ⓒ 제이엔 디베르스티망

이에 반해 '한류스타' 장나라씨가 주연을 맡고 그의 부친인 배우 주호성씨가 직접 제작자로 나선 <하늘과 바다>(오달균 감독)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문제는 아직 이 영화가 개봉조차 하지 않았단 데에 있다. 네티즌들은 "하지원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며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를 비롯해 여러 관련 커뮤니티에서 연일 성토 중이다.

이에 대해 대종상영화제 측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지원씨가 두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심사에 있어서는 두 작품 다 완성도가 높기에 표가 두 쪽으로 나뉘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하늘과 바다>에 대해서도 "출품영화는 대종상영화제에서 정하는 기간 내에 제작 완료되어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등급을 필한 한국영화로서 극장에서 상영되었거나 상영 중 혹은 예정인 극영화에 한한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하늘과 바다>는 출품 대상 기간 내에 제작 완료됐다"고 기준에 적합한 사실을 적시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길 뿐이었다.

여기에 제작자 주호성씨가 지난 19일 <하늘과 바다>의 언론시사회에서 작품이 대종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밝히며 영화제 사무국의 공식 발표 전 후보작 유출이라는 구설까지 더해졌다.

어떻게 자신의 작품이 후보로 선정될지 미리 알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주씨가 장나라 씨의 공식 홈페이지에 "사무국으로부터 사전에 공식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히기도 했지만 '괴담'은 더욱 퍼져갔다.

이번 '괴담'은 여러모로 지난 1996년 3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특별공로상 등 모두 4개 부문을 수상했던 영화 <애니깽>을 떠올리게 한다.

13년 전의 '대종상 괴담', <애니깽>

김호선 감독이 연출한 <애니깽> 포스터.

▲ 김호선 감독이 연출한 <애니깽> 포스터. ⓒ 합동영화사

"국가의 안전을 항상 걱정하는 모 기관에서 기획했고 돈을 댔다. 그리고 한국영화계를 한 손에 쥐고 흔드는 유력자가 나머지 예산을 대고 제작했다. 정부가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 최고의 영화가 되어야 한다"는 탄생 설화(<키노> 1996년 7월호)가 당시 공공연하게 돌던 작품이 바로 김호선 감독이 연출한 <애니깽>이었다.

1969년 북한에서 제작한 대형영화 <피바다>(최익규 감독)에 맞서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남북한 주민이 거부감 없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한다는 명목으로 당시 안기부가 김호선 감독에게 제작을 의뢰해 영화진흥공사(이하 영진공)를 통해 10억 원을 지원했다는 얘기가 1995년 당시 국회문공위원회의 영진공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김호선 감독 스스로도 "<애니깽> 같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기획은 이어령 문화부장관 시절부터 있었다"며 "문화부가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민족의 영화로 남을 만한 대작을 통일에 대비해 기획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키노> 1996년 7월호). 정리하면 김호선 감독의 우연한 기획과 국가의 모 기관의 기획이 합쳐서 '남한판 <피바다>'가 기획되었고 그것이 바로 <애니깽>이란 이야기다.

<애니깽> 논란 역시 당시 대종상영화제 예심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영화평론가 김경욱씨가 "영화가 예심과 본심에서 바뀌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나왔고, 당시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이던 영화평론가 이용관씨가 김지미(당시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씨에게 대종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공개제안서를 보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젊은 평론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논란은 곧 흐지부지되었고, <애니깽>은 대종상 시상식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개봉되었다.

한때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문제작을 만들기도 했던 김호선 감독은 현재까지 차기작을 만들고 있지 않으며(혹은 못하며?), 당시 월간 <말> 기자들의 도움으로 이후 몇 차례 더 대종상 논쟁을 의욕적으로 다뤘던 영화잡지 <키노>는 현재 폐간되었다. 그리하여 <애니깽>은 여전히 '괴담'으로 남아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주호성씨가 <애니깽>에 배우로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애니깽>에 출연하면서 그 모든 논란의 처음과 끝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봤을 한 배우가 13년이 흘러 <하늘과 바다>의 제작자로 다시 대종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것 역시 '괴담'으로 봐야 할까. 아마 그래야 할 것이다.

대종상영화제, 미래는 있는가

대종상영화제는 1962년 제1회 시상을 가진 이래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시상식 중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다. 청룡영화제, 대한민국 영화대상과 더불어 3대 '메이저' 영화제로 꼽히기도 한다.

청룡영화제는 보수 언론사가, 대한민국 영화제는 상업 방송국이 각각 주관하는 것에 반해 대종상영화제는 유일하게 공공적 성격의 비영리 영화단체가 주관하는 영화제이다. 이런 영화제가 권위와 신뢰를 얻지 못한 채 '괴담'의 중심에 자주 오르내리는 일을 지켜보는 일은 참담하다.

올해 8회를 맞이할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영화대상 역시 "경기 상황에 따른 제작비 요인으로 인해 금년에 한해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비단 대종상영화제 뿐 아니라 나머지 영화제들도 이렇듯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거대 행사인 만큼 어떤 이유에서도 모두 자본의 논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작품이나 감독, 배우 자체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끌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영화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는 영화인들의 체념을 주변에서 듣는 것도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나 700만 가까운 관객이 열광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이번 대종상영화제에서 작품상 부문이나 감독 부문 그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함께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그러나 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다.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선 이번에도 13년 전 그랬던 것처럼 '괴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불어나기 시작한 이런 유의 '괴담'들이 이젠 주변에 차고 넘친다. 지난 2008년 초입의 숭례문 화재에서부터 미국산 쇠고기 사태와 용산 참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거쳐 최근의 김제동과 손석희 퇴출 건까지. 몇몇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또 몇몇은 여전히 '괴담'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런 해결되지 않는 '괴담'들이 난무하는 흉흉하고 흉포한 시절이 던지는 치욕을 어떻게 견디고 버티느냐다.

덧붙이는 글 장우석 기자는 독립영화감독으로 현재 대구에서 '반전'과 '환경'을 고민하는 작은 영화제인 '대구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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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 본업인 영화감독보다 부업인 ‘물레책방 대표’로 더 많이 알려져 요즘 난감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영화를 만들고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이런저런 매체에 여러 가지 글들을 쓰고 있다. http://ko.wikipedia.org/wiki/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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