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22세, 일산주엽체육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정경기에서 통쾌한 KO승으로 한국 프로복싱 부활의 서막을 올렸다. 13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IBO(국제복싱기구) 수퍼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졸라니 마랄리(32세, 남아공)를 9라운드 KO로 침몰시키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챔피언 마랄리는 평소의 사우스포(왼손잡이) 스타일과는 달리 오른손잡이 스타일로 경기에 임해 김지훈을 당황케 했다. '언터처블'이라는 별명답게 빠른 몸놀림으로 치고 빠지는 스타일의 마랄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지훈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강철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는 마랄리를 서서히 압박해갔다. 경기 중반에 접어들자 마랄리는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것을 인식하고 오히려 당황하고 서두는 모습이었다. 5라운드 이후부터는 오른손 변칙 공격을 포기하고 본래의 사우스포 자세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진 마랄리에게 김지훈은 주무기인 묵직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며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9라운드에 들어서자 김지훈의 오른손이 마랄리의 안면을 강타했고 곧이어 왼손 훅이 턱에 작렬하는 것으로 승부는 이미 끝이 났다. 비틀거리는 마탈리에게 김지훈의 주무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다운된 마탈리가 겨우 일어나기는 했지만, 주심은 더 이상의 경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기를 중단시키며 김지훈의 승리를 선언했다. 원정경기 9라운드 TKO승으로 당당히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경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홍수환의 기적 같은 승리와 비견되는 부분이 많았다. 1974년 홍수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맞붙은 아놀드 테일러는 남아공에서 20년 만에 배출한 챔피언이 가진 1차 방어전이었고, 졸라니 마랄리도 올해 4월에 챔피언에 오른 뒤 처음으로 가진 1차 방어전이었다.

 

패배를 예상하고 한국에서는 중계 방송을 마다한 채 소수의 현지 교민들만이 열띤 응원을 펼쳤던 것도 마찬가지였고, 통쾌한 승리로 무관이었던 한국 프로복싱에 유일한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도 너무도 흡사했다.

 

김지훈은 이번 승리로 2007년 지인진이 K-1 전향을 위해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한 이래 무관이었던 한국 프로복싱에 챔피언 타이틀을 선물했으며, 향후 WBA, WBC 등 메이저 타이틀 도전의 길이 활짝 열리는 등 한국 프로복싱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9.09.13 18:09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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